-‘진퇴양난’ 신흥국 자산시장…믿을 건 여전히 계속 성장하는 미국 IT·소비재 주식
미·중 무역 갈등 시대의 재테크 전략은
[한경비즈니스=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앞으로 3개월 정도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주식의 기대 수익률을 대폭 낮춰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후는 일단 두고 봐야 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해 일시적으로라도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도 있다. 또 그와 반대로 무역 갈등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격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신흥국뿐만 아니라 그동안 견조했던 미국 경제마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선 부정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무역 갈등 장기화 우려↑


미국의 보호무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구호일 뿐이며 중간선거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기존의 평가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은 네 가지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첫째, 미국의 소위 ‘중국 때리기’는 트럼프 대통령만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민주당도 동의하는 미국 의회 전체의 이슈로 확장됐다.


“미국도 잃을 게 있다”던 목소리는 점차 “미국이 잃을 게 있겠지만 중국이 잃을 게 더 많다”는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율은 취임 후 첫 50%를 넘어섰다.


둘째, 중국의 첨단 산업 견제 등 보호무역주의의 본질이 헤게모니 경쟁이라면 무역 갈등은 중간선거 이후까지 장기화될 위험도 고려돼야 한다. 더구나 11월 중간선거까지 4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3분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대폭 확대됐다.


셋째, 무역 갈등의 전선이 중국에서 유럽, 신흥 아시아로 확장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해외 기업에 대한 미국 주요 기술 기업의 투자 제한 조치가 중국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기업들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000억 달러 규모의 10% 추가 관세 방침을 발표한 이후부터 안전 자산으로 취급 받던 엔화는 물론 전 세계의 모든 통화들이 달러 대비 가파른 약세로 돌아섰다.


넷째, 극적으로 타결된 북·미 정상회담 직전처럼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은 경기가 좋지만 중국은 반대다. 반격해야 할 중국의 체력 약화로 미국이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1조18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보유국이지만 미국은 중앙은행(Fed)이 달러를 찍어 그 이상의 국채를 사들일 수 있다.


중국은 관세율만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7월 12일 중국인민은행은 2017년 이후 최대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0.74%)를 고시했다.


새로운 국면의 무역 갈등은 그 실마리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나마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첫째, 중국이 서비스 시장의 조기 개방과 지식재산권의 수용 등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실리를, 미국은 명분을 얻는 방향이 되겠지만 그래도 중국으로선 최소한의 체면이 확보돼야 움직일 수 있다.


둘째, 미국 내부의 반대 여론이 부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급해질 가능성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다수의 기업들로부터 무역 갈등 우려에 따라 처음으로 투자와 고용 의사결정을 미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중국의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올해 실적 전망을 처음으로 하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상징으로 자랑했던 바이크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해 일부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인 남부 농업 지역의 높은 지지율이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현실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달러 강세와 신흥시장 불안의 부정적 영향은 시차를 두고 미국 경제를 위협할 것이다.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 차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Fed가 완화적 본능을 재확인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반대로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달러 강세는 8월 초까지


Fed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을 시사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첫 금리 인상 시점을 1년 이상 뒤로 미룸으로써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는 신흥시장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향후 3개월 동안 신흥시장의 기대 수익률은 과거 평균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과 신흥시장의 과거 평균 수익률은 연 1~2% 수준이었다.


아직 경기 회복이 덜 진행된 신흥국 경제는 통화 약세와 인플레, 자금 유출 우려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 신흥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요인이다.


특히 달러 강세는 신흥시장 불안을 통해 달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이다. 이는 시차를 두고 Fed의 완화적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본다.


마침 8월 말 잭슨홀 미팅이 예정돼 있다. 신흥시장의 단기 투자자라면 현시점에서의 매도보다 중간선거를 전후로 반등 시 환매를, 장기 투자자라면 현시점에서의 분할 매수를 권고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달러·위안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는 위안화 환율의 약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달러 강세는 8월 초부터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8월을 전후로 유로 강세에 눌려 있던 유로존 경제지표가 반등하고 그 반면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 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여전히 미국이다.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견조하다. 감세 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은 20%가 넘는다.


다만 6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단기 경제성장세가 매우 강하지만 재정 확대 정책이 잠재성장률을 높였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단기 성장세가 강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장기 성장 기대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주식은 가파른 이익 전망 상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더 강해지지 못하고 있다.


실적 가시성이 높은 정보기술(IT) 업종과 아마존·넷플릭스가 주도하는 경기 소비 업종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 갈등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덜하고 미국 경기 호조의 수혜를 받는 중소형주와 내수주의 강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IT와 경기 소비 업종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이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익 전망의 변화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주)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 관계가 없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1호(2018.07.16 ~ 2018.07.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