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을 기준으로 플러스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뜻하는데 30 이상은 버블 경기 잔영이 남았던 1991년에 육박하는 수치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역구인 사이트가 인기다. 지금까지의 취업 방식을 180도 뒤집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상하관계 아닌 평등해진 취업 과정
대표 주자인 ‘오퍼박스’는 등록 인원만 10만 명에 육박한다. 등록 이후 기업 측에서 구인을 제안한다. 통상적으로 구직자가 지원 기업을 찾아 요구 사항에 맞게 입사 지원서를 쓰되 면접 결정권도 없었지만 역구인은 얘기가 달라진다. 한 장의 자기소개서만으로 충분하다.
기업은 이를 보고 되레 면접을 제안한다. 수락 여부는 후보자의 권한이다. 자기소개서도 천편일률적인 요구 조건 대신 본인만의 강점·노하우·경험 등을 강조할 수 있어 설득적이다.
기업도 경비와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원하는 인재의 즉각적인 투입이 가능하도록 맞춤형 스펙 보유자를 가려 면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해외 진출을 원하면 해당 지역 경험자에 한정해 신속하게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
회사로선 인재 정보가 한 장뿐이어서 세세하게 읽을 수밖에 없어 작성자의 정성이 허투루 버려지지 않는다. 만족도도 높다. 일단 배를 웃도는 유효구인배율을 볼 때 회사가 제안하는 면접 기회는 못해도 2~3회, 많게는 10회 이상인 곳도 있다. 인재 확보가 시급한 회사는 역구인 사이트를 무시하지 못한다. 이 회사의 거래 기업만 2013년 3월 88개에서 2018년 5월 3780개로 40배 불어났다.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계속된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은 특정 시즌에 맞춰 동시다발적인 일괄 채용 시스템을 채택했었다. 대학 졸업자면 4학년 봄부터 가을에 걸쳐 내정해 두는 구조다. 이 기회를 놓치면 사실상 정규 취업이 힘들어 졸업 이후 취업 준비는 인생 낙오라는 주홍 글씨가 찍힌다.
그래서 취업 성공 이후 3명 중 1명(32%)은 3년 안에 사표를 쓰는 불상사가 속출한다. 미스 매칭 때문이다. 학생은 그렸던 이미지와 노동환경이 달라 고민하고 회사는 생각한 인재상에서 벗어나 고생한다. 취업자와 회사 모두 손실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복면 솔직 토크’다. 미스 매칭을 막고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기업은 회사명을, 학생은 학교명 등 경력을 숨긴 채 만나는 형태다. 상대 정보 없이 대화해 서로 납득하도록 만드는 채용 이벤트다. 충분한 대화를 거친 후 서로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상호간의 프로필을 밝히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시스템이다.
이후 취업 희망자는 마음에 드는 기업에 면접을 신청, 추가적인 절차를 밟는다. 상하 위계가 펼쳐지는 딱딱한 채용·면접 과정 대신 대등한 상대 파악과 정보 취합이 가능해 인기가 높다. 궁합이 맞는 직원과 길게 일했으면 하는 기업에도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1997년 취업 빙하기 뛰어넘는 ‘채용 빙하기’
연줄 동원이라는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기업에는 인재 확보가 절실하다. 1997년이 취업 빙하기라면 2018년은 채용 빙하기란 비유까지 떠돈다.
생산가능인구의 하락 고착화를 감안할 때 단기적인 공급 우위가 아니라 향후엔 만성화된 노동력 부족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경영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인재 확보를 평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기업이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다.
취업 후보자의 가치관도 변했다. 부모 세대와 달리 회사를 고를 때 다양한 개인주의가 실현되는지 여부를 고려한다. 마이나비에 따르면 회사 선택 때 우선순위를 물었더니 1위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가’로 나타났다. ‘개인 생활과 회사 근무의 양립 여부’가 2위다.
반대로 꺼리는 회사 1~2순위는 ‘암울한 분위기’, ‘과도한 할당 업무’ 등이다. 자유로운 휴일·휴가 확보도 중요한 선택 항목이다. 적어도 금전 보수나 노동 보람 등은 거론되지 않는다.
저성장기여서 경제적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풍조다. 돈보다 마음이 편한 직장 문화가 고려 대상인 셈이다. 회사도 고도 성장기에 먹혔던 케케묵은 노해(老害) 인사보다 젊은 인재에 맞춘 가치관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인재 확보를 위한 채용 시스템의 재편도 이뤄진다. 구글·페이스북 등처럼 기존 직원의 연줄 채용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전체 직원을 채용 담당자로 규정, 연줄과 평판을 챙겨 우수 인재의 전직을 권유한다.
현재 회사에 불만인 ‘이직 잠재층’을 타깃으로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이렇게 새로운 직원을 소개한 기존 직원에게 금전 보상까지 한다. 이직 확률은 높다. 사내 정보를 아는 현직 직원이 소개해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는 이직 불안을 감안해 후보자를 직접 불러 적극적으로 응대한다. 약 300명의 직원을 보유한 ‘프리(freee)’라는 IT 회사는 최근 5년간 50명을 연줄로 채용했다.
연줄 채용을 둘러싼 인식은 상반된다. 중개 업체나 사이트를 보고 이직 응모를 하는 것보다 정보 취합이 좋고 ‘즉전 인재(같은 직종이나 유사 직종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적소 배치가 탁월해 호평이다. 게다가 외부 기관 없이 진행하니 비용 부담이 거의 들지 않는데다 내부 직원에게 10만~20만 엔의 보상마저 해줘 이득이다.
반면 단점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게 이직 추천자와 유사 경력을 지닌 이가 많아 고만고만한 사람만 잘 뽑힌다는 것이다. 이직 이후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각보다 파급력이 큰 것도 잠재적 위험 요소다.
이 와중에 이직 희망자는 증가세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약해지면서 언제든지 옮기겠다는 분위기가 꽤 늘었다. 종신 고용이 어렵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건이 좋은 곳으로 옮기는 데 저항감이 적다는 얘기다.
졸업 전후의 신입 사원을 선호하던 회사로선 기졸(旣卒) 채용의 문턱을 낮추기까지 한다. 아예 일본 재계가 최대 5년까지 신졸(新卒)로 보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물론 장시간 지속됐던 신졸 일괄 채용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또 다른 채용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기업으로선 다양한 채용 수단을 조합해 인재를 찾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 비즈니스 제 1182호(2018.07.23 ~ 2018.07.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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