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소재 부문 경쟁력 ‘최고’ 수준…사업 다각화 통해 ‘연평균 15% 성장’ 현실로
글로벌 톱10 진입한 LG화학… 다음 목표 ‘톱5’ 향해 뛴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얼마 전 미국화학학회(ACS)가 발간하는 전문지 C&EN이 발표한 ‘2017 글로벌 화학 기업 순위’ 결과가 나오자 LG화학은 환호했다. 글로벌 화학 기업 순위에서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톱10’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조사는 각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순위를 매긴다. LG화학의 2016년 순위는 12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순위가 두 계단 상승하는데 성공하며 마침내 글로벌 최고의 글로벌 화학 기업 중 한 곳으로 우뚝 서게 됐다.


LG화학의 글로벌 화학사 톱10 진입은 LG그룹 차원에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만도 한 것이 LG그룹의 뿌리가 바로 LG화학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LG그룹을 만든 주춧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글로벌 톱10 진입한 LG화학… 다음 목표 ‘톱5’ 향해 뛴다
LG그룹 창업자 고(故) 구인회 회장은 1947년 그룹의 모태가 되는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했다. LG그룹의 연혁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LG그룹은 락희화학을 통해 국내 최초로 ‘치약’을 생산했고 비누와 플라스틱 식기류 등 기초 화학 분야의 생활용품을 제조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금성사(현 LG전자)를 설립하고 TV·에어컨·냉장고·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시장에 진출하며 마침내 그룹의 기틀을 갖출 수 있었던 셈이다. 이제 LG그룹은 LG화학을 통해 또 한 번의 새로운 ‘글로벌 신화’를 써내려 갈 청사진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LG화학은 머지않아 화학 분야에서도 LG가 ‘최고’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초 소재 세계 최고 기술력 보유

LG화학의 가장 큰 특징은 석유화학제품만 생산하는 단순한 화학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 방식으로 분류하면 ‘다각화된(diversified) 화학 기업’에 속한다.


이는 LG화학의 사업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이를테면 국내시장에서 LG화학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롯데케미칼는 석유화학 사업에서 ‘한 우물’을 파는데 집중하며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와 반대로 LG화학은 그간 미래의 화학 소재 분야를 주도할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결과 현재의 다섯 개 사업부문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기초소재 부문 △전지 부문 △정보전자 소재 부문 △생명과학 부문 △팜한농 등이다.

미래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력을 단기간에 보유하기 힘든 사업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틀을 마련했다. 생명과학 부문은 지난해 LG생명과학 합병해 사업부문에 추가했다. 2016년 종자·비료 등을 제조하는 팜한농을 인수한 것 역시 그린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서였다.

LG화학은 지난해 글로벌 화학 기업 10위에 오른 것도 이런 사업구조 다각화를 완성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LG화학 관계자는 “C&EN에 따르면 LG화학은 석유화학 산업을 바탕으로 전지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구조를 고도화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각각의 사업 부문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업 부문은 다섯 개지만 기초 소재 부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 부문은 아직까지 실적에 대한 기여도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G화학은 올해부터 연평균 15% 성장이라는 목표와 함께 2025년 글로벌 5위 화학사로 도약하겠다는 다소 공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LG화학의 이런 자신감은 기초 소재 부문의 성과에서 비롯된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매출액은 약 7조520억원, 영업이익은 703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기초 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은 4조6700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영업이익은 7045억원으로, LG화학이 거둔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다.
글로벌 톱10 진입한 LG화학… 다음 목표 ‘톱5’ 향해 뛴다
LG화학은 기초 소재 부문에서의 뛰어난 성과가 있었기에 신사업을 준비하고 M&A를 통해 사업 다각화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앞으로도 나머지 사업 부문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LG화학 기초 소재 부문에서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이어져야 하는데 다행히 전망이 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생산능력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화학 산업도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범용 소재는 업황의 영향을 받기 쉽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내기 위해선 기초 소재 부문에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그 결과 끈질긴 연구·개발(R&D) 끝에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개발해 내는데 성공했다.
현재 LG화학의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으로 꼽히는 메탈로센계 폴리올레핀(PO),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스티렌(ABS),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차세대 고흡수성 수지(SAP) 등도 오랜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LG화학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약 22% 수준이다. 올해는 전체 제품 중 고부가 제품 비율을 26%까지, 2020년에는 35%로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한 시설 투자 또한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예컨대 올해 LG화학은 고부가 기초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전남 여수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생산 시설 증설에 2조6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두 시설의 생산능력은 각 80만 톤씩 늘어나게 된다. 특히 고부가 PO는 이번 80만 톤 증설에 포함된 것과 함께 범용 제품 라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 2022년까지 생산능력을 180만 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증설이 완료되면 고부가 PO 부문 아시아 1위,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고부가 PO는 주로 기능성 필름,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 기능성 신발, 고가공성 파이프, 전선 케이블 피복재 등에 사용된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3조원에서 2022년 18조원 규모로 연평균 7%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에서 LG화학을 비롯한 일부 기업만이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기초 소재 부문에서의 탄탄한 기반은 LG화학이 마음껏 신규 유망 사업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일부 사업은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전지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LG화학은 꾸준한 노력 끝에 해당 부문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향후 미래 먹거리 확보와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미래 먹거리 전지 사업 실적 청신호

LG화학의 전지 사업은 1992년 고 구본무 회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해 수익을 내지 못했고 2005년엔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지 사업이야말로 미래의 신성장 동력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지속적이면서도 꾸준한 투자를 이어 갔다. 그 결과가 현재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톱10 진입한 LG화학… 다음 목표 ‘톱5’ 향해 뛴다
현재 LG화학은 결국 중대형 2차전지 부문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 각광받는다. LG화학은 현재 30여 곳의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주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0조원을 돌파했다. 연초에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이 42조원이라고 밝힌 지 6개월 만에 18조원이나 추가 수주를 해낸 것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현재 18GWh까지 올라온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90GWh로 올리는 등 공격적인 증설을 토대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초만 해도 LG화학의 2020년 생산능력 확대 계획은 70GWh였는데 추가 수주가 지속되며 20GWh를 추가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전지 사업은 4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전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는 2분기에만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급성장 중이다.

향후에도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가 팽창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여기에 대한 준비도 한창이다.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들여 중국 난징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고 원재료의 안정적 수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의 한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4만8000톤 규모)을 했다.

LG화학은 이번 계약으로 총 8만3000톤(고성능 전기차 170만 대분)의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LG생명과학을 합병해 생명과학 부문에서도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LG화학이 개발한 첫 바이오시밀러 ‘유셉트’가 최근 서울대병원에 입성해 곧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셉트는 류머티즘관절염과 건선 등을 치료하는 바이오시밀러다.
글로벌 톱10 진입한 LG화학… 다음 목표 ‘톱5’ 향해 뛴다
‘그린 바이오 분야 글로벌 톱10 기업’이라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는 팜한농은 전문 인력 육성과 제품 개발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전체 사업 부문에서 올해 2분기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정보 전자 소재 부문에선 올해 주력 제품인 편광판 매출 실적이 액정표시장치(LCD) 수요 감소에 따라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시장이 곧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LG화학은 내다보고 있다.




◆돋보기-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과감한 결단과 뚝심으로 LG화학 성장 견인”
글로벌 톱10 진입한 LG화학… 다음 목표 ‘톱5’ 향해 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리더십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목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LG화학이 글로벌 화학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리더십’ 또한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박 부회장은 누구보다 LG화학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1952년생인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LG화학의 전신인 럭키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40년 가까이 LG화학에 몸담은 그는 2012년부터 LG화학을 이끄는 CEO에 임명됐다. 당시만 해도 LG화학의 실적은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그는 ‘사업 구조 다각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강화’ 등의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개발(R&D)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LG화학의 실적 상승세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다. 미래 먹거리 개발에 고민한 끝에 팜한농·LG생명과학 등을 인수하며 지금의 5개 사업 부문을 구축한 것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간 올린 다양한 성과들을 기반으로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3월까지 3년 더 LG화학을 이끌게 됐다. 최근에는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 제품 확대로 국내 화학·소재 사업이 추격자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이끄는 선도자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2018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