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1년에 400억 달러 팁으로 오가는 미국 …최저임금에 ‘팁’도 포함
미국인도 헷갈리는 ‘알쏭달쏭’ 팁 문화
[한경비즈니스= 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 미국을 여행할 때 한국인이 가장 많이 부닥치는 사소한 문제는 팁(tip)이다. 공항에서 나와 택시나 버스를 탈 때부터 호텔 방에 이르기까지 서너 번 팁을 줘야 하는 상황과 마주한다.


구글링을 해보면 ‘얼마나 팁을 줘야 할까(How much do I tip?)’라는 질문이 많다. 미국인들도 혼란스럽다는 얘기다.


◆팁 주지 않은 손님, 고소당하기도


유럽에선 팁을 주는 관습이 1800년대 후반에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이 관습을 이어 받은 미국에선 번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 해 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돈이 무려 400억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팁을 주는 것은 원래 손님의 자유다.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팁으로 생계를 꾸리는 노동자가 많아 일반적으로는 ‘손님의 의무’로 여겨진다.


미국인은 팁을 주지 않으려면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등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9년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식당은 ‘웨이터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팁을 주지 않은 손님을 절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서비스를 받아 놓고도 돈을 내지 않은 것은 절도와 같다는 논리였다. 이 소송은 식당 측이 소를 취하하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팁은 최저임금제를 통해 제도화돼 있다. 미국의 최저임금제는 팁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규정한다. 대부분의 주와 시가 팁을 받는 노동자에 대해 일반 노동자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뉴욕시에서는 일반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3달러지만 레스토랑 서버 등 팁을 받는 노동자는 팁 크레디트(공제액 4.35달러)를 감안해 시간당 8.45달러다. 손님이 주는 팁으로 임금이 보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2단계 최저임금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임금을 보전할 수준의 팁을 받지 못하거나 최저임금 자체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또 작년부터 발생한 미투(#Metoo) 운동도 영향을 줬다. 여성 서버들이 팁 때문에 손님들의 성희롱을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실제 코넬대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서버가 머리카락에 꽃을 꽂으면 팁 금액이 평균 17%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캘리포니아·미네소타·몬태나·네바다·오리건·워싱턴·알래스카 등 7개 주에선 최저임금을 통일했고 올 들어 워싱턴D.C.에서도 팁 크레디트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뉴욕 주에선 레스토랑 업주 등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요식업협회는 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음식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에선 팁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짠돌이 싫다면? 25%의 팁은 줘야


그러면 어떤 때 얼마나 팁을 줘야 할까. 식당에선 점심때 10~15%, 저녁때 20% 정도 주는 게 통상적이다. 고급 식당에선 최소 20%를 기대한다. 테이크아웃이 아닌 테이블에 앉아 서비스를 받는다면 모든 경우에 팁을 줘야 한다. 음식 배달이더라도 같은 비율이 적용된다.


팁은 점점 더 오르는 추세다. 임금 정보 분석 업체인 페이스케일(Payscale)에 따르면 2013년 소비자들이 지급하는 팁은 영수증 청구 금액의 19.5%로 나타났다. 그동안 통용되던 최소 15% 팁이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20%가 상식으로 통한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이미 2011년 “20% 팁을 준다면 당신은 이제 짠돌이”라며 “25%는 돼야 후한 팁으로 통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술집에서는 바텐더에게 음료 한 잔에 팁 1달러를 주는 이들이 많다. 고급 식당에선 칵테일 한 잔에 15달러가 넘을 때 팁을 2달러 주는 게 적정하다.


테이크아웃 커피숍이나 델리 가게에서도 카운터 앞에 작은 유리병을 볼 수 있다. 커피 한두 잔 테이크아웃 할 때는 팁을 남기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양의 음식을 싸 갈 때는 1~2달러를 병에 남기는 게 좋다. 현금으로 계산한 뒤 잔돈을 넣기도 한다.


한국 식당은 단체 손님을 반긴다. 하지만 미국 식당은 손님이 6명 이상이면 추가 요금을 받는다. 서비스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영수증이나 메뉴판 아래에 ‘필수 팁(mandatory tipping)’ 또는 ‘의무적 팁(mandatory gratuity)’이라고 명시해 놓고 20% 이상의 팁을 영수증에 아예 포함해 청구하는 식당이 많다.


발레 주차를 했을 때는 차를 찾을 때 2~5달러의 팁을 주는 게 통상적이다. 택시를 탔을 때는 요금의 15~20%를 주면 된다. 뉴욕시에서 택시인 옐로캡을 탔을 때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팁을 20%, 25%, 30% 중에서 선택하도록 요구한다. ‘짠돌이’로 낙인찍히기 싫은 손님들의 체면을 악용한 꼼수다. 이를 선택하는 대신 직접 금액을 입력해 결제할 수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최근 팁을 줄 수 있게 바뀌었다. 택시와 마찬가지로 요금의 15~20%를 주면 된다. 여전히 팁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운전자들이 주는 고객 평점이 깎여 추후 우버를 불렀을 때 잘 안 잡힐 수 있다.


주유소에서도 팁을 주기도 한다. 미국은 대부분이 주유를 직접 해야 하지만 뉴저지와 오리건 등 일부 주에선 직원들만 주유할 수 있도록 주법으로 정해 놓았다. 팁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1~2달러를 주기도 한다.


호텔에 들어서면 도어맨·벨보이·메이드(하우스키퍼)·컨시어지가 모두 팁을 기대한다. 택시를 잡아주는 도어맨에게는 1~2달러, 짐을 들어주는 벨보이에게는 가방 1개에 1~2달러씩 주면 된다. 또 메이드에게는 하루당 2~5달러씩을 침대 위 등에 남겨 놓는 게 좋다.


컨시어지를 통해 식당·투어 등을 예약하면 3~5달러를 주지만 인기 높은 레스토랑이나 공연 예약을 해줬을 때나 특별한 서비스(랩톱 수리, 알레르기 전문의 찾기 등)를 받으면 10달러 이상 주는 게 적절하다.


이렇게 준 팁은 식당 호텔 등의 팁 노동자들이 미리 합의된 비율에 따라 공유한다. 뉴욕시의 식당 서버들은 종종 팁으로 한 시간에 20~50달러를 번다고 한다. 고급 식당에서는 이보다 2~3배가 많다. 뉴욕시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식당 서버의 평균임금은 연 3만6000달러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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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6호(2018.08.20 ~ 2018.08.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