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많이 드는 신입 사원 교육비…‘기수’로 인한 상명하복 문화도 걸림돌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최근 대졸 신입 사원의 정기 공채를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매년 연말에 대졸 신입 사원을 공개 채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여름 간부 워크숍에서 더 이상 신입 사원 공채를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 훈련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지만 안착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간부들의 상당수가 이런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일부 간부들은 경력 사원을 뽑는 게 훨씬 효율이 높고 이런 사실을 임직원 대부분이 알고 있는 데도 회사가 관행적으로 신입 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간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신입 사원은 경력 사원에 비해 회사의 비전을 잘 받아들이고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신입 사원 채용이 더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특히 신입 사원의 조직 충성도가 경력 사원에 비해 높기 때문에 신입 사원 채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간부 워크숍이 끝난 뒤에도 신입 사원 채용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대졸 신입 사원 공채를 중단하는 게 좋을까요. A= 2015년 4월 안광한 MBC 전 사장은 노사협의회에서 당시로서는 꽤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습니다. “격해진 경영 환경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대졸 신입 사원 공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겁니다. MBC는 2013년 12월 이후 신입 사원을 공개 채용하지 않았는데 안 사장은 아예 신입 사원 공개 채용 제도를 없애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죠.
제가 아는 한 국내 기업도 신입 사원을 뽑지 않고 있습니다. 그 기업의 사장은 신입 사원을 뽑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입 사원 채용이 우수한 인재를 적은 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때 신입 사원을 많이 뽑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우수한 신입 사원인지 가려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채용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도 부적합한 신입 사원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에 반해 경력 사원은 과거 행동과 성과가 드러나 있기 때문에 누가 좋은 인재인지 판단하기 쉬웠습니다. 또 회사가 이제 신입 사원을 뽑아 훈련할 만큼 시간적으로, 또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습니다. 신입 사원을 뽑아 가르칠 사람도 없습니다. 물론 신입 사원은 미래에 대한 매우 중요한 투자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지금은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이지 미래가 아닙니다.”
◆경력 사원 안 뽑는 ‘역발상’ P&G
어떤 직원을 뽑는 게 좋으냐에 대해서는 늘 의견이 엇갈립니다. 기업의 내부 상황과 외부 환경,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세계적 생활용품 회사인 P&G는 경력 사원을 아예 뽑지 않습니다. 신입 사원을 채용해 회사가 원하는 인재로 키우는 것을 인재 관리의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P&G만의 고유한 기업 문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G와 달리 최근 채용 추세는 신입 사원을 공채하는 것보다 경력 사원을 뽑아 쓰는 쪽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공채 개념이 없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채용 공고는 대부분이 경력직 사원을 찾는 것들입니다. 신입 사원이 지원할 수 있는 것은 계약직이거나 인턴직이고 정규직은 가물에 콩 나듯 희귀합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 회사의 간부들이 대졸 신입 사원 공채를 중단하고 경력 사원 채용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새롭거나 특이한 게 아닙니다.
기업들이 경력 사원 중심으로 채용 구조를 바꾸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교육 훈련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졸 신입 사원을 채용해 업무에 투입하기까지 18~26개월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교육 훈련으로 6000만~1억2000만원을 씁니다.
둘째, 그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데도 신입 사원의 안착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6년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 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나 됐습니다. 2년 전 조사보다 4.1%포인트 높아진 겁니다. 3년 안에 퇴직하는 신입 사원의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신입 사원을 10명 뽑아 1년이 지나면 3명이 남고 3년 뒤에는 1명만 남는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오갈 정도입니다. 특히 그동안 경력 사원에 비해 신입 사원의 조직 충성도가 높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그런 인식도 사라졌습니다.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 현상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처럼 신입 사원 공채를 하는 일본 기업에서도 3년 안에 신입 사원의 30~40%가 회사를 떠납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도 신입 사원이 퇴사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사관리 회사들은 기업들에 신입 사원의 이직 가능성을 조사해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경영 환경 고려해야
셋째, 신입 사원 채용을 통한 인재 확보로는 빠르게 바뀌는 경영 환경에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외부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해 신입 사원을 뽑아 육성하는 방식으로 이런 변화를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상품이나 기술은 물론이고 사업 구조마저 수시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신입 사원을 뽑아 훈련해 가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들은 속속 신입 사원 대신 경력 사원 중심으로 채용 시스템을 바꾸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입 사원은 팀이나 회사가 창출한 가치를 갉아먹는 존재”라고까지 주장합니다. 신입 사원은 회사의 교육 훈련 자원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조언하며 가르치는 직원들의 시간을 소비하는 존재라는 겁니다. 이들은 특히 “신입 사원이 만든 성과가 신입 사원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넘어설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꼼꼼히 따져봤다면 신입 사원 채용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채용 구조의 대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 관리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된 겁니다.
먼저 귀하 회사의 간부 워크숍에서 제기된 것처럼 채용 구조를 신입 사원 중심에서 경력 사원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보세요.
이렇게 되면 회사의 인력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조직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다른 기업, 다른 문화, 다른 생각을 가진 경력 사원들을 받아들여 함께 일하려면 조직은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합니다. 상명하복식의 수직적 조직 문화도 수평적으로 바꿔야 하고 평가·보상·승진 등 인력 관리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합니다. 채용 방식도 신입 사원과 경력 사원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둘째, 만약 일정 기간 신입 사원 채용이 불가피하다면 조직 적응 기간이 짧은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국내 한 증권회사가 트레이딩 분야의 신입 사원 채용 공고를 내자 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하고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능력과 각종 자격증을 갖고 있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뽑은 사람은 화려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국내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지원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뽑힌 것은 대학 시절 옵션 트레이딩 경험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실전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을 뽑아야 교육 훈련을 많이 하지 않고도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가급적 입사 전에 회사에서 맡을 직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준비된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인턴을 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해 먼발치에서라도 사업과 직무를 지켜본 사람을 채용하는 겁니다. 단순히 잠재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최대한 직무 수행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을 뽑으면 경력 사원은 아니더라도 ‘경력 사원 같은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면 교육 훈련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조직 안착률도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신입 사원에 대한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정 기간 교육 훈련을 받은 뒤에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일정한 수준의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자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신입 사원을 실무에 투입하는 시기가 앞당겨집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은 뒤 오랫동안 교육 훈련을 합니다. 업무 능력이 부족해 실무를 맡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교육 훈련만 받다가 회사를 옮기는 신입 사원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졸 공채는 ‘낡은 시스템’일 수도
따라서 신입 사원들은 조기 퇴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리해야 합니다. 신입 사원도 입사 직후부터 자신의 역량에 맡는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신입 사원을 단지 교육 훈련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생산과 성과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만약 신입 사원이 급여와 교육 훈련 비용만큼 성과를 만들어 낸다면 신입 사원 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겁니다. 신입 사원이 중간에 퇴사하더라도 회사가 입는 손실은 적어질 테니까요. 이를 위해 교육 훈련 시스템과 업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대졸 신입 사원 공채는 이제 낡은 인재 확보 시스템이 돼버렸습니다. 필요한 사람은 모두 경력 사원으로 뽑는 게 대세가 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졸 신입 사원 공채 개념이 완전히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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