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도쿄 사람이면 모를 수 없는 대표적인 약속 장소다. 사통팔달의 역세권 알짜 공간이라는 상징적인 우위를 지닌 명소다. 당연히 유행의 발신지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겐 신주쿠의 얼굴로 불리는 인기 장소다.
이 때문에 알타 건물은 입점 자체가 화제다. 특히 메인 점포인 1층은 열도의 유통 트렌드를 주도하는 나침반과 같다.
이 건물 1층의 운영 주체가 최근 바뀌었다. 젊은 번화가의 터줏대감 공간에 느닷없이 중고령 인구를 노린 의류 브랜드가 입점했다.
주인공은 4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신사·부인복 브랜드인 ‘도클라세’다. 알타 1층의 도클라세는 이 브랜드가 보유한 매장 규모 중 최대 면적이다. 탁 트인 공간에 다양한 컬러의 의류가 진열돼 고객을 유혹한다. 점포 안쪽에는 그룹 관계사인 피혁 브랜드(fitfit)의 매장도 있다.
◆‘노스탤지어 소비’로 추억 자극한다
승부수의 핵심은 중고령 고객의 집중 공략에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평생 소비에 진입해 반복 구매의 충성도가 높은 2030세대 청년 공략은 이제 후순위다.
불황의 지속과 청년층의 빈곤으로 구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고령자는 달라졌다.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구매력을 내세워 유력한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특히 비혼의 중고령자는 가족 소비가 없고 전적으로 본인만을 위한 적극적인 소비지출이 가능해 단골손님으로 제격이다. 40대 중반부터 급여 수준도 정점을 찍고 가치관의 변화로 표준적인 소비에서조차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많다.
이 때문에 그간 소비 시장의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려는 업계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아저씨 시선’이란 눈높이 맞춤 전략까지 나온다.
‘새로운 어른 세대’로 불리는 4060세대는 2020년 어른 고객(20대 이상)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벌써부터 뚜렷한 특징을 갖는다.
디저트만 해도 서구식보다 전통 과자를 즐긴다. ‘노스탤지어 소비’다. 중고령 세대가 유소년기부터 경험한 공통적인 체험이 소비 욕구로 연결된다. 도쿄 다이칸야마의 명물인 쓰타야서점에 1960~1970년대 히트한 명작 영화나 복간 CD가 진열된 배경이다.
또 자녀 양육이 끝나고 퇴직 비율이 높아지면서 시간 해방적, 자기 부활적, 꿈 실현적 소비도 잦아진다.
화장품 메이커 맨덤은 중고령 고객, 특히 아저씨의 소비 욕구에 주목했다. 맨덤은 원래 10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로 유명했다. 다만 출산 감소로 청춘 시장의 정체가 뚜렷해지자 60%에 달하던 남성 화장품 실적도 고전을 반복했다.
여성 제품으로 숨통은 틔웠지만 불안은 여전했다. 그래서 주목한 게 아저씨 세대를 노린 폭넓은 상품 ‘루시드’ 출시다. 중년 남성의 미용 의식이 높아지고 구매력마저 강화된 데 방점을 찍은 조치다. 아저씨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체취 제거제가 대표적이다.
다시 도클라세로 돌아가 이 브랜드가 고정관념을 깨고 도심 한복판에 중고령 전용 점포를 오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브랜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07년 카탈로그 통신판매로 사업을 시작해 2011년 오프라인에 첫 출점했다.
다만 성장세가 남달라 2018년 현재 45개 점포로 확장됐다. 지명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쿄 중심가에 승부수를 띄웠다. 값비싼 유명 스폿의 유례없는 거대 매장 출사표라는 꽤 위험한 공격적인 카드를 채택했다.
미국의 인터넷 의류 쇼핑몰 일본 지사장을 지낸 창업자 모리 게이코의 선경지명이 한몫했다. 장수 사회의 중고령 인구에 주목, 그들의 취향 저격을 주도한다. 40대를 넘기면 체형 붕괴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양복의 보정 기능이 젊음 유지에 제격이라고 봤다.
◆체형 보완에 중점 둬 중고령 고객 취향 저격
대부분 타깃 고객인 중고령 인구의 체형 문제를 보완하는 상품으로 기획된다. 즉 팔뚝이나 허리둘레 등 외견상 뚜렷하게 보이는 체형 라인을 커버하는 실루엣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상품 개발 과정에 옷감의 재단·봉제 연구에 중점을 둔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해외 공장과의 직접 거래와 배송센터의 내재화로 비용 절감을 철저히 해 3000~5000엔대의 윗옷·바지 등 합리적인 가격이 제안된다. 온라인 고객 약 250만 명을 포섭한데다 도심 번화가에 실제 점포를 속속 오픈하면서 고정 고객이 늘어나자 매출도 증가했다. 2017년 7월 기준 210억 엔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났다.
그럼에도 의문이 남는다. 해당 상권은 20대 전후로 압축되는 상징적인 젊은 거리다. 해당 건물의 다른 층 점포 구성도 확실히 젊은 고객을 노린 의류·잡화점 위주다. 중고령자를 위한 브랜드가 수도 도쿄의 승부처로 알타를 택한 것은 여전히 상식에서 벗어난다.
사실 회사는 신주쿠를 일찌감치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노면에 접한 대형 점포를 출점 포인트로 잡고 준비했다. 이곳은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집중돼 환승객이 엄청난 세계 최대 규모의 집객 잠재력을 보유했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대규모 고층 건물의 신축 등 신주쿠의 개발 과정을 지켜본 중고령자에게 이곳은 멋진 공간의 이미지와 함께 추억의 잔상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즉 엄청난 유동인구가 집합하는 입지여서 홍보 효과가 기대된다.
임대인의 입주 전략도 있다. 운영 회사의 모회사인 미쓰비시이세탄홀딩스는 공간 매력의 극대화를 원했다. 폭넓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고객의 전환 차원에서 공간 활용의 재구축이 절실했다.
방일 외국인과 중고령 고객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출점 경쟁 속에서 알타도 뒤처질 수 없었다. 그 고민이 도클라세의 숙제와 합쳐졌다.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점포의 집객 능력이 감소하고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돌파해야 할 환경인 셈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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