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스마트 공장은 디지털 기반의 신기술을 접목한 지능화된 공장이다. 단어 그대로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 ‘똑똑한 공장’이라고 보면 된다. 공장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들은 불량품을 줄여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한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 생산능력도 크게 늘릴 수 있다. 국내외 제조업체들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성형 스마트 공장은 아직 없어
스마트 공장의 궁극적인 모습은 대략 이렇다. 스마트 공장은 현장이 아닌 공간에서도 가상현실(VR)을 통해 공장에 이상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을 지향한다. 과거처럼 뒤늦게 공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해 손실이 커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VR로 공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AI)이 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AI는 공장 내부에 어떤 문제가 원인이 돼 불량품이 생산됐는지부터 해결책까지 상세하게 제시해 준다.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원인 규명 및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향후에는 AI 기술이 발전하면 직접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고객의 요구에 발맞춰 생산 모듈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면 결코 어렵지 않다. 물론 이처럼 고도화된 스마트 공장의 모습은 아직은 먼 미래의 얘기다.
민관합동스마트공장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스마트 공장은 4단계 수준으로 나눠진다. 기초 수준, 중간 수준1, 중간 수준2, 고도화 수준 등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한 국내외 제조업체들은 이 기준으로 보면 이제 막 고도화 수준에 접어든 상태다. 아직은 추가적으로 구축해야 할 기술들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중간 수준1과 중간 수준2 사이에 머물러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김광범 추진단 책임연구원은 “엄밀히 따지면 중간 수준2까지는 스마트 공장 구축을 위한 준비 단계”라며 “고도화 수준부터가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진짜 스마트 공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분은 ‘혁신’의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송병훈 전자부품연구원 스마트팩토리ICT사업단 단장은 “혁신이란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이뤄졌을 때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며 “기초 수준부터 중간 수준2까지의 스마트 공장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공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설비·물류 자동화를 구축한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준별 개념을 들여다보면 스마트 공장 첫 초기 단계인 기초 수준은 말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ICT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ICT를 아예 미적용한 제조 공장에서도 요즘엔 생산 실적 정보 등을 관리할 때 엑셀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런 문서들이 모기업(본사)과 자동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스마트 공장 규정하는 표준 작업 한창
기초 수준의 스마트 공장은 바코드 등을 이용해 직원들이 일일이 정리하던 공장 내 생산 실적 등 기초적인 정보를 일정 수준까지 자동으로 집계할 수 있다. 또 이를 모기업과도 공유한다. 물류 관리 측면에서는 자재와 제품 생산 이력을 관리해 역추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보다 공장 내부나 모기업에서 효율화된 생산 실적 관리, 또는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제품 개발과 납기 일정 등 중요한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중간 수준1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개념이다. 공장 운영의 자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다. 중간 수준1에서는 단순한 생산 실적뿐만 아니라 수많은 설비 정보를 자동으로 획득할 수 있다. 이를테면 측정 센서의 고도화를 통해 인장 강도나 정밀도, 온도·습도의 신뢰성 높은 정보를 모기업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한 이점은 상당하다. 매 순간마다 공정 품질 분석이 가능해지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 즉, 공장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고도화 바로 직전인 중간 수준2는 스마트 공장 구축을 위한 자동화 기반 기술이 공장 내부에 완전히 자리 잡은 상태다. 이전 수준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돼 설비 정보는 기본이고 이를 자동으로 실시간 제어할 수 있다.
제품 역시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오차 없이 생산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즉, 최적화된 제품 생산 환경 조성이 가능해지는 단계로, 본격적인 스마트 공장 구축을 위한 기반이 완전히 마련된 상태다.
송 단장은 “초·중·고 교육을 받지 않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각각의 단계를 거치며 탄탄한 기초를 마련해야만 비로소 진짜 스마트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우리 중소·중견기업들도 스마트 공장 구축과 관련한 기초가 튼튼하게 다져졌다”며 “본격적으로 고도화를 위한 작업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들이 어우러져야 진짜 ‘스마트’
그러면 ‘진짜 스마트 공장’이라고 볼 수 있는 고도화 단계의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GE 같은 기업들도 완벽한 고도화 수준의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정확하게 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다만 그 윤곽이 최근 서서히 보이고 있다. 스마트 공장과 관련한 국내외 연구소·기관들이 ‘이런 기술을 갖춰야 스마트 공장’이라는 표준 작업에 최근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선 ‘9대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점차 그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다. 물론 이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송 단장은 “스마트폰을 만들 계획을 세울 때 처음부터 당시 존재하지 않던 기술인 5G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처럼 언제든지 스마트 공장에 반드시 적용해야만 하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언급되는 9대 기술은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가상 물리 시스템(CPS), 클라우드 컴퓨팅, VR·증강현실(AR),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5G, 스마트 머신, 3D 프린팅 등을 꼽을 수 있다. 각각의 기술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비로소 모든 제조업체들이 목표로 하는 스마트 공장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개별 기술별로 스마트 공장에서 수행하는 역할들을 살펴보자. 먼저 IIOT는 사물인터넷(IoT)의 산업용 버전이다. IoT와 같이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은 같다. 다만 산업용 목적에 중심을 둬 IoT보다 센서의 응답성이 뛰어나다.
공장에서 어떤 특정 설비를 작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해당 설비는 1초 만에 응답해야 정확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인 기존의 IoT는 중간에 연결이 지연되거나 반응속도가 느려 응답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공장은 센서의 응답 속도가 단 1초만 지연되더라도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IIOT는 이런 부분을 보완한 산업용 IOT다. 이를 구축해 전체 공급망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람과 기계가 조화롭게 작업하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디지털 트윈이라고도 불리는 CPS는 사이버상에서 공장을 가상으로 가동해 보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CPS를 돌려 가동률 등을 미리 예측한다. 문제점이 발생하면 보완할 수도 있다. 최적화된 설비와 인력의 배치 또한 CPS를 이용해 결정할 수 있다.
공장에서 모든 직원들이 숙련된 기술자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VR·AR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구현을 위해서는 공장 각 설비마다 바코드를 부착해야 한다.
스마트 글라스를 쓴 뒤 바코드를 바라보면 자동으로 이를 인식해 설비에 대한 정보가 눈앞에 펼쳐진다. 한 기계가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작업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것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비숙련 기술자도 빠른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비숙련 기술자들이 기계 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기계를 비추면 사무실 내부에서 해당 영상을 뜨게 할 수 있어 숙련 기술자들이 원격으로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더 나아가 향후엔 직원들의 건강 상태 등을 점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3D 프린팅 기술은 속도가 관건
로봇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머신 역시 스마트 공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다. 스마트 공장에 배치된 로봇은 과거와 비슷한 단순 작업 위주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사람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 실수하기 마련인데 로봇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자신이 언제 정비가 필요한지 등을 체크해 정보를 전달하며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사람에게 기계가 닿으면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을 갖춰 위험하지도 않다. 라인의 구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유연한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게 한다.
기존 공장이 생산방식을 변경하려면 기존에 있던 라인을 새롭게 깔아야 한다.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된다. 스마트 로봇이 탑재된 스마트 머신은 각각의 라인을 레고 블록처럼 쉽게 넣었다 뺀다. 몇 개의 라인만 교체하면 갑자기 고객의 요구가 변하더라도 여기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공장 내에서 IIoT와 CPS, 스마트 머신 등이 각자 역할을 해내며 생겨나는 정보들은 모두 빅데이터에 저장된다.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플랫폼화되고 AI는 이를 활용해 보다 신속하고 완벽한 의사결정에 기여한다.
CPS 등을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100% 정확하지 않다. 약 90%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는데 나머지 10%의 오차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플랫폼화된 정보를 토대로 AI가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얘기다.
어떤 제품이 불량인지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를 활용해 수집한 뒤 AI에 입력하면 AI는 불량 제품이 나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이를 발견한다. 더 나아가 문제가 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보다 최적화된 결과물을 CPS에 전달한다. CPS는 이를 기반으로 다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작업을 반복하며 보다 뛰어난 생산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곧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5G는 앞으로 스마트 공장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으로도 지목된다. 각종 설비를 포함한 사물이 데이터를 생산하게 되면 이를 전송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한 연결망이 요구된다. 기존 4G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3D 프린팅 역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9대 기술에 포함하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기술을 공장에 접목하면 여러 제품들을 한 번에 생산 가능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스마트 공장의 핵심은 빠르고 정확한 생산인데, 3D 프린팅은 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아직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속도 문제만 해결되면 스마트 공장 구축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기술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돋보기
경기도 안산 스마트제조혁신센터 내부에 있는 ‘데모 스마트 공장’은 스마트 공장 핵심 기술의 ‘실험형 공장(테스트베드)’이다. 즉, 스마트 제조 핵심 기술을 실제 공장에 적용하기 전에 먼저 비교 시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투자해 구축했다.
민관합동스마트공장추진단과 전자부품연구원이 이를 함께 운영 중이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2500여 명에 달하는 대·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스마트 공장 구축 및 자사 기술 시연을 목적으로 데모 스마트 공장을 찾았다. 스마트제조혁신센터 내방 예약 홈페이지(smic.nblobbygo.kr)에서 신청하면 이곳을 방문할 수 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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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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