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디터 슈레터러 한국지멘스 부사장 “노후한 한국 공정산업, 스마트화 서둘러야”

“아디다스, 동남아 하청 접고 독일로 ‘유턴’…스마트 공장이 일자리 늘렸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스마트 공장 구축의 핵심 플레이어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인 지멘스는 한국 시장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멘스의 한국 내 스마트 공장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디터 슈레터러 지멘스 디지털팩토리·공정산업 및 드라이브 사업본부 부사장을 만나 지멘스가 그리는 스마트 공장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한국의 스마트 공장 사업 환경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스마트 공장 구축 환경과 수준을 살펴보려면 크게 ‘조립산업’과 ‘공정산업’으로 나눠야 합니다.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휴대전화·전자·자동차가 속하는 한국의 조립산업은 ‘디지털 팩토리’에 매우 가까워졌죠. 하지만 철강·화학·시멘트·제지 등 공정산업은 상황이 달라요. 20년 이상 지난 노후 설비를 사용해 짧은 시간에 생산 설비를 교체하기 어려운 실정이죠. 스마트 공장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기업 관계자들은 비용만 들인다면 한순간에 스마트 공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보지만 공장을 현대화한 후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해요. 모든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만 추려내는 거죠. 한국의 공정산업은 이 단계부터 시작해야 해요. 한편으로는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고 볼 수 있죠.”

-기업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업이 디지털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지멘스는 고객이 디지털화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시장 출시 기간과 유연성·품질·효율성 등 네 가지라고 말해요. 시장 출시 기간은 감소하고 제품 생산에 대한 유연성과 제품의 질, 효율성은 증대돼야 해요. 최종 목표는 기업 경쟁력 강화고요. 좋은 예로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업체 ‘마세라티’를 꼽을 수 있어요. 마세라티는 핀란드 토르니오 공장에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결합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지멘스 솔루션을 도입해 중형 스포츠 세단 ‘기블리’ 개발 기간을 30개월에서 16개월로 대폭 단축했어요. 출시 기간이 30% 감소했지만 생산성은 3배 이상 늘었죠. 특히 디지털 트윈으로 시제품을 물리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생산성 향상과 시간 단축에 큰 도움을 줬죠.”

-스마트 공장 구축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요.

“‘제4차 산업혁명’의 도입 단계에서는 정부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해요. 특히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스마트 공장으로의 전환으로 어떤 편익을 누리는지, 도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죠. 이를 인식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줘야 해요. 저는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올바른 수순을 밟고 있고 한국 대기업들도 개념을 잘 잡아가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어느 정도 스마트 공장 도입을 이루면 그때부터 기업들이 주도해야 해요.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파트너와 개선 방법을 논의해야 하죠. 기업이 스스로 ‘디지털화 로드맵’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아요.”

-스마트 공장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까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선진국들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출산율은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죠. 이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해요 기업에는 큰 고민거리고요. 이 문제를 ‘스마트 공장’이 해결할 수 있어요. 또 스마트 공장 운영에 필요한 지식 집약적인 직군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날 거예요. 일자리 창출에는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의 예를 들고 싶어요. 아디다스는 디지털 팩토리를 도입하며 동남아시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하청을 접고 독일 본국으로 돌아갔어요. 독일 안스바흐에서 가동 중인 첫 스피드 팩토리는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스피드 팩토리처럼 마켓과 생산 기지가 근거리에 있으면 물류나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마켓과 일자리 창출에 당연히 기여할 수 있죠.”

-지멘스의 개방형 산업용 클라우드 ‘마인드스피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마인드스피어는 현실 세계의 생산을 가상 세계에 연결하는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운영 시스템이에요. 공장 내 모든 장비를 연결하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클라우드 플랫폼은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 공급망 전체를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돼요. 마인드스피어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다수의 마인드커넥트 기기들과 연결이 용이하다는 점이에요. 시장에는 마인드스피어 외에도 다수의 게이트웨이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이 ‘플러그 앤드 플레이(컴퓨터 운영체제에서 시스템을 설치하면 별도의 다른 설정 없이 자동으로 기동하는 것)’에 맞춰 고안되지 않았죠. 현지 기준으로 300여 개가 넘는 고객사가 마인드스피어 라이브 시스템에 연결돼 있어요. 올해 1월부터 아마존웹서비스에서도 구동되고 있고요.”

-지멘스는 스마트 공장의 지향점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지멘스가 목표하는 스마트 공장의 최종 지향점은 ‘가상’에서의 설계 및 생산 활동과 ‘현실’의 생산 활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예요. 설계 자동화부터 공장 자동화까지 생산 활동의 전 과정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digital enterprise)’의 구현이죠. 즉 스마트 공장에서 제품 설계부터 생산계획·엔지니어링·실행·서비스에 이르는 기업의 전체 가치사슬과 제조 공정을 통합한 후 디지털화하는 거예요. 목적은 생산 과정의 최적화고요.”

-스마트 공장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에 조언할 것이 있나요.

“일부 기업 관계자들은 스마트 공장의 도입으로 변화를 바로 이룰 수 있다고 기대하죠. 하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해요.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스마트 공장’이라는 통일된 모델은 없어요.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스마트 공장은 천차만별이에요. 고객 하나에 스마트 공장 모델이 하나씩 존재하는 거죠. 또 ‘완성’도 없어요. 기술은 계속 진화하기 때문이죠.”

약력 : 1963년생. 1988년 지멘스 입사. 1990년 한국 아세아시멘트 프로젝트 자동화 및 계측시공 시스템 시운전 엔지니어. 2012년 지멘스그룹 시멘트 사업부 부사장. 2015년 한국지멘스 대용량 드라이브 사업부 EPC 부서 총괄. 2017년 한국지멘스 디지털팩토리·공정산업 및 드라이브 사업본부 부사장(현).

mjlee@hankyung.com

[커버스토리 : ‘제조업 재도약의 열쇠, 스마트 공장이 답이다’ 기사 인덱스]-“IoT 센서로 쇳물 상태 실시간 파악”...스마트 공장으로 진화하는 포스코-‘스마트 공장’을 움직이는 9가지 핵심기술-스마트 공장의 두뇌, ‘플랫폼’을 선점하라-‘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의 나라’ 일본도 스마트 공장 도입 ‘봇물’-“아디다스, 동남아 하청 접고 독일로 ‘유턴’...스마트 공장이 일자리 늘렸죠”-스마트 공장, 이렇게 시작하라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9호(2018.09.10 ~ 2018.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