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스파오'의 성공 스토리]
- 온·오프라인 동시 확장, 내년 베트남·인도 진출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 “스파오, 3년 내 매출 1조원 달성할 것”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1996년 1월. 이랜드에 ‘정수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신입 사원이 입사했다. 사범대를 나왔고 잠깐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그가 선택한 둘째 직장이다.

‘패션’의 ‘패’자도 몰랐지만 남녀 구분 없이 동등하게 일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이었다.

적성에도 맞았다. 알면 알수록 재밌었다. 그의 제1의 배움터는 출퇴근 시간에 이용하는 버스와 지하철이었다. 사람들을 관찰하며 패션과 유행의 흐름을 배워 나갔다.

이렇게 성장한 그는 2017년 2월 20개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월드 대표 자리에 올랐다. 남들보다 빠른 승진, 국내 500대 기업의 전문 경영인 중 최연소 여성 대표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가 대표 자리에 오른 이후 이랜드월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돌파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0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이랜드월드를 전년 대비 34% 성장시켰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특정 브랜드 몇 개가 아니라 20개 브랜드가 모두 흑자 달성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12일 신촌 스파오 매장에서 그를 만났다.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 “스파오, 3년 내 매출 1조원 달성할 것”
▶ 대표 취임 후 실적이 급상승 중입니다. 노하우가 뭔가요.
“과감한 정리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가치를 봤을 때 경영자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것을 최대한 서두르는 게 좋아요. 그래야 고객이 원하는 제품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신경 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대표 취임 이후 한 것 중 하나가 아동복 브랜드 정리였죠. 우리는 스파오와 미쏘 같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 집중해야 했고 아동복은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사업 구조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랜드리테일에서 단독 콘텐츠 사업을 하도록 아동복 사업 전체를 넘겼어요. 그 덕분에 리테일은 아동복에 집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고요. 서로 윈-윈한 거죠. 다음은 고정비가 높은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일이었어요.

SPA 브랜드는 직영점 형태로 운영되는데 임차료·인건비 등이 비싸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아요. 매장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많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곳은 눈물을 머금고 다 정리했어요. 그 결과 전 브랜드가 흑자로 돌아섰죠.”

▶ 특히 스파오 실적이 놀랍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SPA 브랜드 특성을 최대한 살려 일하는 방식 자체를 고객에게 맞추고 변화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요. 특히 작년부터 집중하고 있는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템’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습니다.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알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짱구 파자마가 대표적이죠. 지난해 선보인 짱구 파자마의 반응은 대단했어요.”

▶ 짱구 파자마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기존의 방식대로 일했다면 짱구 파자마라는 상품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지난해부터 조직을 셀 단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셀 조직은 업무에 따라 나뉘는 기존 조직 체계와 달리 프로젝트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돼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영업사원·기획자가 한 팀이 되는 거죠. 각각의 셀 조직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하고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연구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짱구 파자마였죠. 지금은 짱구 파자마 후속작으로 해리포터 컬래버레이션 상품도 준비 중입니다. 10월쯤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 유니클로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스파오는 올해에만 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어요. 우리 브랜드 중 장남 역할을 하고 있죠. 앞으로 스파오는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지금 국내 SPA 브랜드 중 1위이긴 하지만 아직 유니클로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머지않은 시일에 따라잡을 것입니다. 자신도 있고요. 이를 위해 이랜드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파오에 단납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죠.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2~3일에 걸쳐 소량으로 상품을 들여오는 거죠.”

▶ 스파오의 매출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요.
“3년 안에 매출 1조원 달성이 목표예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포함해 1조원은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온라인 판매 비율이 높지 않지만 내년 개편을 앞두고 있는 이랜드몰에 들어가 온라인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에요. 현재 77개인 오프라인 매장 역시 더 확장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온·오프라인 동시 확장을 꾀할 예정입니다.”

▶ 최근 유니클로가 GU라는 서브 브랜드를 선보였는데 스파오도 준비 중인 게 있나요.“우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해 대응할 계획이 없어요. 스파오는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고 역량을 갖추고 있어 GU와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상품군의 가격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고객들이 원하면 스파오의 이 상품군을 확장할 수 있죠. 지금도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데 가치를 두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 스파오의 해외 진출 소식도 들리던데요.“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진출 이야기가 있었지요. 하지만 중동 지역은 시간을 좀 더 둘 예정입니다. 한 3년 뒤쯤이 될 것 같아요. 중동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지역이어서 인종의 폭이 굉장히 넓어요. 우리가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의류 사이즈로는 이들의 30%만 담을 수 있었어요. 그 대신 내년에 베트남과 인도 지역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베트남과 인도 진출이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베트남은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면서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장의 성숙도가 마련되지 않아 그동안 추진하지 않았던 것이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는 판단입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 매장과 공장을 직접 챙기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1주일에 적어도 3일은 현장에 나가 있는 것 같아요. 사무실에만 있어서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없어요. 매주 지역을 정해 우리 매장과 경쟁사 매장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생산 현장도 최대한 자주 둘러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판매와 생산 두 곳의 협력과 이해가 없으면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기 어렵죠.”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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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