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 배출 심한 중유 사용…환경단체들 “깨끗한 배에 투자하라”
‘지저분한 럭셔리’…환경오염 논란 휩싸인 크루즈 산업
[한경비즈니스=박진영 객원기자] ‘바다 위의 호텔’, ‘움직이는 도시’라는 크루즈는 럭셔리의 상징이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카리브해 다음으로 둘째로 큰 크루즈 시장이다. 크루즈 산업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 산업이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수년 전부터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 당국과 주민들의 요청으로 늦어도 2020년부터 5만5000톤급 이상의 호화 크루즈 선박이 산마르코 광장 근처 정박지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크루즈선이 도시와 해양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입항 반대를 지속적으로 외쳐온 환경단체들의 요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경고에 따른 조치였다.


유럽의 주요 항구도시 사람들은 성장 가도를 걷는 크루즈 산업에 따른 오염된 공기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환경 감시 단체인 독일자연보호협회(NABU)는 최근 2018년 크루즈 순위를 발표했다.


NABU는 환경, 특히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와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의 설치, 항구 정박 시간 동안 대체에너지원의 사용 등을 토대로 매년 크루즈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는 아이다 노바(AIDA nova)가 1위를 차지했다.


신형 아이다 노바는 청정 액화천연가스(LNG)를 탑재한 유일한 크루즈로 조사됐다. 독일 함부르크의 선사인 TUI 크루즈와 하파크로이트의 신형 크루즈 정도가 촉매제에 의한 산화물 감소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 상위권에 랭크됐고 업계 거인인 MSC크루즈·셀러브리티크루즈·로열캐리비언 등은 환경보호적 측면에서 거의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NABU 측은 지적했다.


◆오염 적은 LNG 쓰는 크루즈는 단 1대


NABU는 수년간 해양과 천연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 순위를 발표해 왔다.


NABU 측은 “올해 새로 나온 9척의 배 중 8척을 포함해 조사된 76척의 다른 모든 배들은 가장 더러운 연료인 중유(heavy fuel oil)를 고수하고 있다”며 “2018년에도 중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효율적인 배기가스 처리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선박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NABU에 따르면 중유를 사용하는 크루즈 한 척은 무려 500만 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과 같은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고 말한다.


중유는 정유소에서 나오는 가장 낮은 등급의 제품이다. 크루즈 선박은 주로 중유를 사용하고 하루 평균 150톤을 소비한다. 중유를 사용하면 유황과 그을음 입자, 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 등 유해가스가 배출된다. 이 독성 폐기물의 유해성 때문에 육상에서는 중유 사용이 강력히 금지돼 있다.


문제는 크루즈 선박이 내뿜는 유해 물질이 대기오염은 물론이고 항구도시 사람들의 건강까지 직접 위협한다는 점이다. 추정치에 따르면 선박은 전 세계 질소산화물의 15%와 황산가스의 8%를 차지한다.


이 가스들은 천식·심장병·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과 관련돼 있다. 특히 대부분의 크루즈 선박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NABU의 주장이다. 상선과 달리 크루즈는 도시 가까이 항해하는 데다 기내의 호텔 운영 등으로 모든 장비들이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이다.


NABU를 포함한 많은 환경단체들은 유럽의 거의 모든 크루즈들이 이처럼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고공해 연료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고공해 크루즈를 전면 금지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배기가스에 대한 근본 해결책 찾아야


환경단체들은 또 지구온난화로 북극 선박 항로가 개통되면서 기름 유출과 오염에서 극지방 지역사회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유 사용을 금지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국제해양기구가 이러한 금지 조치에 동의하면서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2015년 이후 북해와 발트해에서는 상업용 선박과 크루즈 선박에 중유 사용이 금지됐다. 그 대신 최대 0.1%의 유황을 포함한 디젤 연료를 사용하거나 또는 유해 물질 제거 장치인 스크러버를 통해 배기가스를 정화해야만 운항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LNG를 탑재한 크루즈는 신형 아이다 노바가 유일하다. 중유나 디젤 대신 LNG를 연료로 사용하면 대기에 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유보다 비싼 가격과 기존 선박에 LNG 탱크를 싣기 위한 선박 개조 비용 등이 선사들에 큰 부담이 된다.


NABU의 수송 책임자인 디트마 오엘리거 씨는 “LNG를 사용하면 해로운 공기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항구도시와 해안 지역의 주민들이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며 “AIDA가 나서 새 선박에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는 기술을 선택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며 이제 경쟁사들도 노선을 갈아타 깨끗한 새 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NABU의 발표에 대해 크루즈선국제협회(CLIA) 대변인은 ‘비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했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사라고 비판했다.


CLIA 측은 “NABU와 CLIA는 유해가스 배출량을 낮추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 회원 253척의 선박 중 111척은 배기가스 후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모든 크루즈 선박이 중유를 사용하면서 필터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CLIA 측은 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의 예로 LNG 선박에 대한 CLIA의 약속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NABU는 LNG가 여전히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감소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교통·환경 기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LNG는 환경보호에 관한 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린다. 선박 운송에 엄청난 기술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점점 더 명백해지는 이유다.


NABU 측은 “크루즈 선박들이 가장 시급한 오염원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기존 크루즈 선박의 배기가스를 정화할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