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현금은 위폐·신용카드는 사기 리스크…아무리 큰돈도 1시간이면 확인되는 비트코인
비트코인보다 현금·신용카드가 더 위험하다
[오태민 크립토비트코인 연구소장, '스마트 콘트랙 : 신뢰혁명' 저자] LG유플러스가 일본·대만·미국 통신사들과 손잡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 결제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 해외 여행객들이 온·오프라인 제휴 매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금액을 통신요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데, 이를 블록체인으로 뒷받침하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잠재력에 주목해 온 대표주자가 바로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인 잭 도시다. 그는 10년 안에 비트코인이 세계 단일 통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단일의 전자화폐는 국경을 넘는 소액결제의 거래비용을 절감시키므로 온라인 상거래를 획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다.

잭 도시가 설립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는 암호화폐를 공격적으로 포용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서비스에 진출한 이후 이 회사의 주식은 1년 동안 228%나 올랐다. 스퀘어는 자체적인 블록체인까지 개발해 암호화폐와 일반 화폐와의 결제 호환성도 높이려고 한다. 스퀘어는 소비자가 암호화폐로 결제하면 업주는 달러로 받는 사업을 지난 8월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특허 승인까지 받았다. 이 시스템은 암호화폐 결제 시에 발생하는 시간 지연과 같은 위험을 회사가 떠안는 식으로 암호화폐의 소액결제 활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결제 지연, 10년간 이어진 오해

그런데 암호화폐 결제 지연과 관련한 문제는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난 10년 동안 가장 널리 유포된 오해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다른 코인의 특성을 비트코인의 이런 단점에 비추어 부각시키곤 한다. 암호화폐들 중에서도 비트코인이 결제 지연 문제로 유독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다른 코인과 달리 마케팅 비용을 써 가며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주체가 없어서 생긴 현상일 수 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도 초창기 커뮤니티에서 이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다양한 비유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했지만 한번 오해하기 시작한 이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사토시 나카모토는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설득할 시간이 없다”라는 짜증 섞인 대답으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끝냈다. 특히 거래소 지갑을 통해 비트코인 송금을 처음 경험해 본 이들은 비트코인의 결제가 느려 터졌다는 확고한 인상을 갖는다. 편의성보다는 보안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거래소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하고 나서 30분 동안 불안에 떨며 모니터 앞에서 서성이는 경험을 하고 나면 비트코인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소의 정책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거래는 10분마다 승인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6번 정도의 승인이 이루어지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확실한 기록이 된다. 이를 문자적으로 해석한 누군가가 자판기 앞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고 나서 1시간을 기다려 초콜릿 바를 집어 가는 모습으로 풍자했다. 그러나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 자판기가 결제를 승인하는 데는 10분도 아닌 단 10초면 충분하다고 단정했다.

그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적인 결제의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결제라는 행위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결제의 확실성과 결제의 속도는 상반된다. 빠른 결제를 원할수록 위험은 커지고 확실성을 원하면 속도를 포기해야 한다.

사실 현금 결제는 원칙적으로 위폐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믿을 만한 추정치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유통되는 화폐 중 1~2% 정도는 위폐라고 할 수 있다. 달러나 유로처럼 널리 통용될수록 위폐의 비율이 높다. 미국에서는 상시적으로 2억 달러 정도의 위폐가 유통되고 있다.

신용카드 사기는 업계의 골칫거리다.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카드 사기 액수는 230억 달러에 달한다. 2025년에는 45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과 함께 공개된 개인정보만으로 ID를 도용해서 가짜 신용카드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제 위험의 근본적인 이유는 정보의 부족 때문이다. 상대방의 신원과 은행잔고, 정직성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가 없어도 사람들은 거래할 수 있다. 거래 액수에 따라서 거래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적응한다. 일상적인 결제에서라면 확인하는 데 비용을 들이는 대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매매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대방에 대해서 최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보증인까지 세우고 나서야 결제를 승인한다.



◆속도와 확실성은 상반돼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 현금이나 신용카드 결제보다 안전하면서 결제 속도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일단 비트코인은 위조가 없으므로 소액결제라면 송금과 동시에 확인은 끝난다. 10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고액의 거래라면 이중 지불을 방지하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의 파워를 장악한 누군가가 자기가 몇 분 전에 한 결제를 취소하고 다른 곳에서 또 결제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복 지불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액 거래에서 물건의 인도 절차가 몇 십 분 내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일단 고가가 되기 위해서는 덩치가 크거나, 고정된 위치에 있거나, 아니면 멀리서 배달돼야 한다. 이런 고가의 물건을 판매하는 데 1시간 정도로 확인이 끝난다면 다른 결제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편이라는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대답이다.

[돋보기]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원리와 시스템 교란

비트코인은 10분에 한 번씩 거래를 모아서 공통의 역사에 삽입한다. 지구 전체에 흩어진 노드들이 이 작업에 참여한다. 이때 노드들은 자신이 만든 거래의 기록이 비트코인의 정사(正史)로 인정받으면 보상을 얻는다. 그래서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른다. 이 치열한 경합은 블록체인이 단일 소스 저장소(SSOT)라는 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저장이 분산돼 있을 뿐 중앙서버 방식과 마찬가지로 SSOT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기록하는 자격에 대한 제한은 엄격하다.

10분마다 이루어지는 거래 기록의 한 단위를 블록이라고 하며 이 블록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연결되기에 블록의 체인이라고 했다. 누군가 시스템을 모두 장악한다 해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록을 바꾸지는 못한다. 이후의 모든 기록에 영향을 미치므로 과거의 기록을 바꾸기 위해서는 너무나 복잡한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위 51% 공격이라고 하는 교란 행위도 현재와 미래의 블록에 영향을 미친다. 51%를 장악하는 동안은 자신이 필요한 거래를 승인하고 필요하지 않은 거래는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해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이가 바로 그 자신이다. 왜냐하면 시스템이 교란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자동판매기에서 중복 지불로 이익을 취할 바에는 그 능력을 정상적으로 사용해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것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리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