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전셋값 급등과 지방 집값 상승 불러

- 정책 마련 시 ‘시장에 미칠 영향’ 반드시 봐야
MB 정부의 ‘보금자리 꼼수’가 만든 부메랑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83%에 달했다. 2006년 11월 6.23%에 이어 지난 20년간 둘째로 크게 오른 기록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집값 상승 추세는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5대 광역시는 같은 기간 0.19% 상승에 그쳐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더구나 광역시가 아닌 지방은 오히려 마이너스 0.27%로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공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으로 서울 집값을 잡았던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16%나 하락했다. 이전 참여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56.58%나 된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 집값 잡았던 ‘보금자리주택’ 사업

과연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서울 집값을 잡았을까. 첫째 원인은 경기순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여정부 때는 세계적인 호경기를 맞아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의 집값이 크게 오르던 시절이다.

반면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 도산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다가오고 한국도 그 여파에 시달리게 된다. 이에 따라 MB 정부 때의 집값 상승률이 낮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MB 정부 때 서울 아파트 값이 3.16%나 떨어졌지만 지방은 오히려 급등했기 때문이다. 5대 광역시는 5년간 40.35%,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39.04%나 올랐었다.

다시 말해 국제 금융 위기의 여파로 서울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는 지방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결국 국제금융 위기 이외의 다른 요소가 서울 집값을 떨어뜨렸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기본적으로 ‘반값 아파트의 실현’이라는 목적으로 탄생됐다. 주택의 원가는 땅값과 건축비로 구성된다. 그런데 건축비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집을 지을 때 들어가는 시멘트나 철근과 같은 자재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값을 낮추려면 기본적으로 땅을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땅은 마음먹은 대로 공급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딜레마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이 바로 보금자리주택이다. 대도시 주변에 자리한 그린벨트를 택지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를 통해 기존 택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택지의 공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 소유의 땅을 수용하고 도로를 만들고 택지를 만드는 과정이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택지가 공급됐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아파트를 짓는 데는 시간이 또 들어간다. 아무리 서둘러도 5년 정권 안에는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한 것이 바로 ‘사전예약제’다. 법에 따르면 택지를 모두 수용한 후 일정 부분 공사가 진행돼야 분양할 수 있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분양하려면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불이 붙어 있는 주택 시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에 등장한 것이 사전예약제라는 꼼수(?)다. 법적으로는 분양할 수 없는 단계지만 분양과 같은 효과를 갖도록 만든 제도다. 사전예약제를 통해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잠재운 것이다.

가령 어떤 은행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 그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당연히 돈을 찾으려고 몰려들게 된다.

하지만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다른 곳에 대출해 줬거나 투자했으므로 실제로는 보유 현금이 예탁금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고 모든 예금주가 돈을 찾아간다면 그 은행은 정말로 부도가 날 수밖에 없다. 이때는 “은행에 돈이 충분히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해법은 직접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그 은행에서 동원 가능한 현금을 모두 고객에게 잘 보이는 곳에 쌓아 둔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차례차례 지급한다.

이때 핵심은 ‘고객을 한 줄로 세우고 아주 천천히’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면 줄의 뒤쪽에 서있는 사람들은 돈을 찾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계산해 본다. 그러고 나서 본인이 굳이 오늘 돈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 보금자리주택 정책이었다. 서두를 필요 없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존 집값보다 훨씬 싸게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심리가 시중에 퍼지자 서울 집값이 거짓말처럼 안정됐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어 로또라고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당첨을 위해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까지 무주택자로 남아 있고 심지어 있는 집마저 파는 사람이 속출했다.
MB 정부의 ‘보금자리 꼼수’가 만든 부메랑
◆ 보금자리주택 당첨자 빼고 모두 ‘고통’

문제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어 전세 시장에서 전세금을 올리는 주범(?)이 돼버렸다는 데 있다.

돈은 여유가 있지만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세를 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MB 때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32.61%에 달했다. 이는 참여정부 5년 동안의 상승률 11.92%에 비해 세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돈이 부족해 세를 살 수밖에 없는 진짜 서민들이 전세 대출을 받는다든지 기존의 주거지에서 밀려나는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서민에게 쉽게 집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취지는 좋았지만 현실에서는 극소수의 운 좋은 당첨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서민에게 고통을 주게 된 것이다.

또한 서울 주택 시장이 하락하는 동안 지방 주택 시장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면서 역대 최고의 상승을 보였다. 결국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만들었던 정책이 전셋값 폭등과 지방 집값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우리가 시장 앞에 겸허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3호(2018.10.08 ~ 2018.10.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