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화장품 산업의 키워드는 ‘SNS’, ‘경험’, ‘유행’, ‘멀티숍’ 등이다. 향후 화장품 소비자들은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것이고 유행에 보다 민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과 판매가 점차 확대되고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멀티숍이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 ‘브랜드’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최근 화장품 시장에서는 ‘패스트 뷰티’ 트렌드가 나타나며 소비자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눈에 보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강화되면서 헬스&뷰티(H&B) 등 뷰티 편집숍이 글로벌 주요 화장품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또 저마다 개성을 찾고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며 SNS에서의 콘텐츠 제작이 화장품 업체들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이전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뷰티 플랫폼의 이용 빈도와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또 경험이나 후기 없이는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어렵게 구매했더라도 또 쉽게 새로운 상품을 찾아간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작은 변화들이 모여 산업 저변에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적어도 화장품 산업에서는 더 이상 ‘브랜드 네임’ 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국내 화장품 산업의 변화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부착생산(OEM)이나 브랜드 업체 등 소위 화장품업계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됐던 기업들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화장품 산업의 흐름은 ODM 업체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브랜드 업체들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올 상반기 화장품업계에서는 중소 브랜드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기존 인기 브랜드였던 닥터자르트(헤브엔비)·AHC(카버코리아)·파파레서피(코스토리)의 고성장이 지속됐고 VT코스메틱·JM솔루션·에이프릴스킨·미미박스·투쿨포스쿨·3CE·TS샴푸 등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이름의 브랜드들이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중소업체들의 약진은 기존 브랜드 업체들의 상대적 부진을 의미하며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트렌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브랜드 업체가 업황 회복과 맞물려 상승 모멘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중소 브랜드의 약진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또 쉽게 접기도 하는 업체의 유연성이 중저가 화장품 시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반면 오랜 연구·개발 검토 끝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철수했던 대형 화장품 업체들은 계속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과 발 빠르게 움직이는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 ‘중국 리스크’, 큰 타격 받지 않을 듯
화장품 산업 관련 데이터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 절정이었던 2017년과 비교할 때 확연히 호전됐다. 주요 업체들의 2분기 실적도 역시 개선됐다. 최근 위안화의 약세와 중국 소비 둔화 우려가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과하다.
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이 추가 약세를 방어해 향후 급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지표도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국내 업체들과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네오팜·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를 분석한 결과 한국콜마와 코스메카코리아를 추천 종목으로 선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국내 부문 부진 완화, 중국 판매 성장률 개선 그리고 동남아와 미국 지역 성장 폭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에서는 로컬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매출 비율이 높은 중가 브랜드들이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라인 마케팅 강화, 중가 채널 비율 축소, 다양한 도시로의 진출 확대 등 성장률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 관련 이슈를 겪으며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비욘드 차이나 국가’ 진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국내 면세 채널 판매가 인바운드 회복과 지속되는 다이궁(보따리상) 수요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면세점 매출액은 2017년에 비해 4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사업부 내 면세 채널의 매출 비율도 2017년 30%에서 2019년 36%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네오팜은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중국 노출도가 적어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의 영향을 덜 받는다. 동시에 유아와 아동 및 병·의원 화장품이라는 독보적 지위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향후 지속적인 고마진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부문에서의 매출 고성장과 CJ헬스케어 인수에 따른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 국내에선 AHC·닥터자르트 등 H&B 사업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JM솔루션 등 온라인 주력 제품들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어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 또 향후 국내와 중국에서의 중소 화장품 브랜드 확산 현상이 ODM 산업 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콜마에 구조적 수혜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코스맥스는 국내 온라인 채널 중심 화장품 브랜드 성장에 따라 구조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색조 제품 생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고성장 중인 중국 색조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 내 3위 ODM 업체인 누월드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진국에서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VT코스메틱·TS샴푸·닥터자르트 등 온라인 채널과 H&B 스토어에서 고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또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생산량을 2017년 2억4000만 개에서 2019년 7억5000만 개로 늘리며 향후 수요에 원활히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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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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