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분쟁 부정적 영향 집중 예상…미리 조정 겪은 한국 등은 기회될 수도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보,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글로벌 투자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과 주식·채권·신흥시장의 전략가·트레이더·펀드매니저들을 만났다.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검하고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였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미국 경제의 추세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되더라도 2020년까지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물가에 대해서도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었다.
◆“관세 25% 상향되면 충격 있을 것”
“임금과 인플레이션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계속 오른다. 미 중앙은행(Fed)은 현재 속도의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고 해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은 낮다. 내년에도 서너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핵심 물가(core PCE)가 전년 대비 2.5%를 넘어서면 Fed도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글로벌 투자은행도 2020년 말까지 핵심 물가가 2.5%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곳은 없었다. 그 시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물가는 오르겠지만 완만할 것이고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자극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주식 전략가들과 트레이더들의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외에 주가 상승이나 경제성장의 추가 동력을 뚜렷하게 찾고 있지 못했다. 강세론자와 약세론자 모두 내년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목표치를 약 2900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전 고점이 294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심스러운 전망치다.
최근의 급락세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대량 매도가 출회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고 대체로 유틸리티 등 방어 업종을 추천하는 전략가들이 많았다. 기업들이 마진 압박을 느끼고 있어 S&P500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내년에는 한 자릿수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금리 상승 환경에서는 밸류에이션, 즉 주가수익률(PER)의 상승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였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세론자마저 내년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독특했다. 지난 수년간 미국 중심의 독보적인 상승세가 강했던 만큼 쉽게 시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장기금리에 대해서는 인상적인 시각이 없었는데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귀에 확 들어온 것은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한 한국과의 시각 차이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무역 분쟁을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관심이 깊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둔감해 보였다. 이코노미스트와 주식 전략가들은 정작 경제나 금융시장, 기업 실적 전망에 무역 분쟁의 영향을 아직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왜 반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무역 분쟁이 아직 경제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고 반영하더라도 감세 효과 등으로 상쇄돼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부문은 농민들과 세탁기에 불과해 미국 사람들은 무역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조차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구동성으로 현재 중국산 수입품 중 소비재 2000억 달러에 부과되는 관세가 내년 초 실제로 25%로 상향되면 미국 경제에도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 이들이 자국의 경제 상황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보니 투자은행 전체적으로 이를 반영해 조정 속도가 느린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한국이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며 우리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펀드매니저도 있었다.
◆“새로운 진입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의 부정적 여파는 2019년 1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현재의 관세 규모와 관세율만 고려하더라도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2019년 1분기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에서 마이너스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차를 고려할 때 해외 매출 비율이 높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우려와 달러 강세에 따른 미국 경제의 부정적 영향도 같은 시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분기에는 대미 자동차 수출국들의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도 예고돼 있다.
‘스파이칩’ 이슈를 계기로 미·중 무역 분쟁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대중국 고립 전략으로 한 단계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집중될 2019년 1분기를 전후해 투자은행들이 경제와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 번 더 확대될 위험이 보인다. 보수적 관점에서 달러 단기채권과 장기 원화채권을 보유한 채 2019년 1분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내년 초에 닥칠 위기 상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미 있는 협상 테이블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미리 혹독한 가격 조정을 겪으며 금융 위기 수준으로 가치가 급락한 중국과 한국 등 신흥 아시아 주식은 오히려 새로운 진입을 모색할 기회가 될 것이다.
2019년 한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 감소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한 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았던 2012년 평균 PER 8.8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1970이 된다. 아직 흔들릴 여지는 남아 있지만 공포는 가격에 꽤 반영된 상태다. 최악의 상황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는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잘 담을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
*이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KB증권의 투자 의견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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