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기반한 전자서명, 추가 확인 필요하지 않아
내 공인인증서로 타인이 보증계약하면 내 책임?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30여 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해 온 A는 아들 B에게 분당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를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아파트 구입 자금 일부가 부족해 B 명의로 대출받기로 했다.



B는 A와 함께 은행에서 ‘B가 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는 내용’의 대출거래 약정서를 작성하고 B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고 인터넷 뱅킹을 위한 전자금융거래 신청서에도 서명 날인했다.


그 후 B는 은행 계좌의 통장과 인터넷 뱅킹용 보안카드 등을 모두 A에게 교부했고 A는 이를 이용해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 B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 그런데 A는 유류 공급 업체로부터 외상 대금이 많아져 지급 보증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고 보증보험회사 C와 보험 가입 금액을 1억원으로 정한 외상 물품 대금 지급보증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C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B 명의로 로그인한 후 보증보험 계약에 따라 A가 C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내용의 연대보증 서류에 B 명의로 전자서명함으로써 B 명의의 연대보증 계약을 C와 체결했다.


◆공인인증서 타인이 소지하는 것은 ‘이례적’


그 후 A가 유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C는 유류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B에게 연대보증인으로서 1억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는 C에 대해 A가 B 모르게 체결한 보증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할까.


먼저 이 사건 보증계약은 B가 직접 C와 체결한 것이 아니라 A가 B로부터 보증계약을 체결할 아무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상태에서 B 명의로 체결한 것으로, B와 C 사이에 보증계약 체결에 대한 유효한 의사의 합치가 없었으므로 보증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안에서 B는 A에게 B 명의로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이와 관련된 대출금의 사용 등에 관한 대리권을 주었으므로 A에게는 기본 대리권이 있었다. 문제는 B가 이 사건 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C에게 있었는지 여부다.


매우 억울하겠지만 B는 C에 대해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공인인증서는 공인 인증기관이 발급자의 신원을 확인한 후 발급하는 것으로(전자서명법 제15조), 전자문서에 서명하는 용도 이외에 본인 확인 수단으로도 사용되며(전자서명법 제18조의2), 다른 사람에게 공인인증서를 양도·대여하거나 이용 범위·용도를 벗어나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으므로(전자서명법 제23조), 전자적 정보의 형태로 저장된 공인인증서와 이를 이용하기 위한 비밀번호 등의 정보를 타인이 소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보증계약은 이와 같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이 된 전자문서의 형태로 체결됐으므로 C는 공인인증서에 기초한 전자서명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실제 인증 행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그 입법 목적 등을 종합해 보면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공인 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따라 본인임이 확인된 자에 의해 송신된 전자문서는 설령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작성·송신됐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해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해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그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전화통화나 면담 등의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 없이도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결국 C는 B 명의의 공인인증서에 따라 본인임이 확인된 자에 의해 송신된 전자문서를 B의 것으로 보아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이 사건 보증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