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영익의 경제돋보기] 걱정스러운 유가·주가 ‘동반 하락’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난 10월 세계 주요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한국 주가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유가도 폭락했다. 주가와 유가 하락은 머지않아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을 암시한다.

199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 보면 국제 유가(두바이유)와 한국 주가(코스피)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77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랜저 인과관계를 구해 보면 양방향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국제 유가가 상승(하락)하면 한국 주가가 상승(하락)했고 그 반대의 방향도 성립했다. 두 변수 중 하나의 동향만 보면 다른 변수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원유 수요가 증가해 유가가 상승한다.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총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54%로 매우 높다. 세계경제가 좋으면(유가가 오를 때)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이 시기에 한국의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한다. 그래서 국제 유가와 한국 주가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난 10월 배럴당 84달러까지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두바이유가 11월에는 69달러로 거의 한 달 사이에 18%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1%나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도 10월에 15%나 하락했다. 다가올 세계 경제성장 둔화를 원유 시장과 한국 주식시장이 동시에 반영했을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세계경제는 198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책 당국은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2010~2017년 세계경제가 연평균 3.9% 성장하면서 과거 성장 추세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 경제 주체가 부실해졌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 부채가 크게 증가했고 중국 등 신흥국의 기업 부채가 대폭 늘었다.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가계가 부실해졌다.

이제 부채에 의한 성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2009년 하반기 이후 지속돼 온 세계경제의 확장 국면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기업과 은행의 부실 처리 과정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는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경제만 높은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분기 미국 경제가 소비 주도로 3.5% 성장했지만 건설투자가 올해 들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설비투자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이후 다우건설업종 주가가 40% 넘게 폭락하면서 건설 경기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1월과 10월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주가와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부의 효과로 소비 증가에 크게 기여했는데 머지않아 자산 가격 하락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에 비해 0.6% 성장했는데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1.7%포인트였다. 순수출이 지난 2분기와 같았다고 가정하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1%라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예상되는 세계 경제성장 둔화가 국제 유가와 한국 주가 하락으로 미리 나타난 것이다. 내년에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