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식품 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2025년까지 ‘아시안 HMR 대표 기업’ 도약”
CJ제일제당은 11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쉬완스컴퍼니를 총액 18억4000만 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 이후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확장을 위해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 20% 재투자를 유치했고 적자 사업부인 ‘홈서비스’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해 재무 부담을 낮췄다.
이 중 13억4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는 CJ헬스케어 매각 대금 등 자체 보유 자금을 활용하고 나머지 5억 달러(약 5500억원)는 쉬완스컴퍼니의 자체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 양 사는 기업결합 신고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
쉬완스컴퍼니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 업체로 전국 단위 냉동식품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 내 17개 생산 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피자, 파이, 아시안 애피타이저 등 시장에서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 기업과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툰다. 올해 매출은 2조3000억원(홈서비스 사업 제외), 상각전 이익(EBITDA)은 2460억원이 예상된다.
쉬완스컴퍼니 인수로 CJ제일제당은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를 본격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우선 CJ제일제당이 기존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4배 이상인 22개로 대폭 확대된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유통·영업망도 동시에 확보된다. 코스트코 등 일부 대형 유통 채널에 집중돼 온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 제품들이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등으로 올해 미국 시장에서만 4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이 예상된다.
기존 만두와 면 중심의 간편식 품목도 피자·파이·애피타이저 등 현지에서 대량소비되는 카테고리로 확대된다. 특히 한식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식의 맛으로 차별화한 다양한 아시안 푸드로 식품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정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근 국가로의 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각 사의 차별화된 R&D·생산·마케팅·영업 등 모든 역량을 집결해 최적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쉬완스컴퍼니의 브랜드 경쟁력과 인프라에 자사 식품 사업 R&D 역량과 한국 식문화의 우수성을 앞세워 2025년까지 ‘아시안 가정간편식(HMR)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글로벌 식품 산업의 최대 마켓인 북미 공략을 통해 이재현 회장의 식품 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그룹의 비전인 ‘월드 베스트 CJ’에 한층 다가서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K푸드’ 점유율 높이는 CJ제일제당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K컬처 확산과 함께 ‘건강식’ 이미지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시장을 자랑하고 있어 CJ제일제당에는 의미가 큰 시장이다.
특히 미국 냉동식품 시장은 저성장세인 반면 아시안 푸드 시장은 4~5%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식문화 유사성 등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접 국가로까지 K푸드를 확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현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쉬완스컴퍼니를 선택했다. 쉬완스컴퍼니는 1953년 설립된 CJ제일제당과 같이 60여 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내 냉동식품 선두 업체다. 5조원 규모의 냉동 피자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식품 기업인 네슬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와 아시안 애피타이저 시장에서는 1위다.
CJ제일제당과 쉬완스컴퍼니의 결합은 세계 최대 시장 선점과 인프라 확보, K푸드 대형화 기반 구축을 정조준하고 있다. 선진 식품 시장에서 글로벌 음식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한국식 식문화와 접목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비비고’ 제품 현지화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식품 장르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미국 냉동식품 시장은 35조원(빙과류 시장 제외) 규모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에스닉 푸드(각국 전통식품)와 클린 라벨(각종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가공을 최소화한 원료로 생산된 제품)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곧 한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한식 기반 냉동 간편식과 ‘비비고’ 주요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식품 기업인 애니천(2005년)·옴니(2009년)·TMI(2013년)·카히키(2018년) 등을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후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한 냉동만두에 초점을 맞춰 사업 기반을 다졌고 현재 서부와 동부 주요 도시에서 냉동만두·냉동간편식·면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에 R&D센터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기술 기반의 K푸드 식문화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쉬완스컴퍼니 인수를 통해 냉동식품 사업 분야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한 핵심 기술도 충분히 확보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만두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기존 제품 현지화와 신규 한식 메뉴 제품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다양한 레시피 개발에도 집중해 초격차 R&D 역량 기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도 내는 이재현 회장의 ‘글로벌 CJ’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CJ는 올해 초부터 CJ헬스케어 매각, CJ오쇼핑과 CJ E&M 합병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주요 사업의 구조 재편에 이어 임원 인사 조기 단행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 왔다. 여기에 그룹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의 쉬완스컴퍼니 인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경영 일선에 나선 이 회장은 글로벌 역량 강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작년 5월 그룹 공식 행사에서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 5월 온리원 콘퍼런스, 9월 온리원 페어 등과 같은 내부 행사에서는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앞장서야 한다”며 고삐를 당겨 왔다.
CJ그룹은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굵직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핵심 사업군 위주로 비전 달성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북미 냉동식품 리딩 업체인 쉬완스컴퍼니 인수는 글로벌 사업 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CJ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그룹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기보다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하며 미래 산업 변화에 대비하는 밑그림을 완성했다”며 “쉬완스컴퍼니 인수는 ‘한국 식문화 세계화’라는 이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CJ그룹이 오랫동안 추진하던 K푸드 확산의 결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의 공격적 행보 뒤에는 이 회장의 ‘전략적 베팅’이 있다. 이 회장은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그룹의 사업을 엔터테인먼트·미디어·물류·바이오 등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생활문화 기업으로 키워냈다.
드림웍스 투자와 대한통운 인수는 ‘전략적 베팅’의 백미로 꼽힌다. 1995년 미국의 신생 영화 제작사였던 드림웍스SKG에 당시 제일제당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3억 달러(3000억원)를 투자하며 문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투자를 강행했고 이후 1997년 엠넷 인수, 2009년 온미디어 인수 등을 뚝심 있게 추진하며 불모지와 같은 문화산업을 CJ를 대표하는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워냈다.
특히 올해 전격 단행된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버티컬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 역시 CJ의 4대 사업군이 완성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CJ는 인프라와 인적 역량을 통해 물류 사업의 경쟁력 등 시너지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인수 당시 거액의 인수가 부담 우려로 ‘승자의 저주’가 거론되며 CJ와 CJ제일제당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CJ GLS와의 합병 법인 출범 이후 시너지를 통해 2012년 대비 2017년 매출 171%, 영업이익 65%가 상승하는 효과를 일궜다.
주요 성장 변곡점마다 이뤄진 대규모 M&A와 시장의 예상을 깨는 사업구조 단행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져 왔다. 우려로 가득했던 문화 사업과 물류 사업은 1위 사업자로 지위를 공고화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그룹 매출은 지주 회사로 전환한 직후인 2008년 매출액 7조9000억원에서 2017년 27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CJ의 글로벌 움직임은 식품과 물류 사업을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글로벌 ‘톱5’ 물류 기업 도약을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 M&A를 추진하며 CJ그룹의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장에 섰다.
중국 스피덱스, 말레이시아 센추리로지스틱스, 인도 다슬, 아랍에미리트(UAE) 이브라콤, 베트남 제마뎁을 연이어 인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8월에는 미국 DSC로지스틱스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아시아를 넘어 미주까지 글로벌 사업 확장 기세를 뻗쳐 나가고 있다.
CJ 관계자는 “쉬완스컴퍼니 인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퀀텀점프’하기 위한 대형 M&A와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0호(2018.11.26 ~ 2018.12.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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