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레포트Ⅰ]
-2년간 세 차례 입장 바꾼 금감원…회계학자들 ‘IFRS 무용론’ 제기하며 당국 비판
‘차라리 나스닥 상장할 걸…’법원으로 간 삼바 사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1년 8개월을 끌어오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회계 논란이 지난 11월 14일 종지부를 찍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2015년 회계 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삼바도 반격을 시작했다. 11월 27일 “회계 처리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며 증선위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보통 행정소송의 결론이 나기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회계사들을 중심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등 삼바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삼바 논란의 시작은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삼바에 대한 특별 감리를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바에 대한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2011년 설립된 삼바는 2014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2015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 열쇠를 쥔 것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였다.

삼바는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과 공동출자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기업인 에피스를 설립한다. 당시 지분은 삼바가 85%, 바이오젠이 15%였다. 삼바는 당시 회계 처리를 하며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판단하고 장부가액 3300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삼바는 2015년 회계 처리에서 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특정한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자회사 보유 지분은 장부가액으로 평가받지만 관계사는 공정가액(시장가액)으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당시 에피스는 미래 가치를 반영해 4조8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금감원 세 차례 ‘입장 번복’

금감원은 2016년 삼바 상장 당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탁 감리와 질의 회신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2015년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바는 금감원에 상장 인허가 절차를 밟아 ‘적합’ 통보를 받았다.

삼바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앞서 2015년 7월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개했다. 나스닥은 적자 회사여도 이익·시가총액·자기자본 중에서 선택해 상장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상장 규정에는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이익 3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성장 유망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상장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11월 ‘공모 후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인 회사는 적자여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삼바는 이듬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특혜 상장 논란’이 제기됐다.

2018년 5월 1일 금감원은 1년여간의 특별 감리 끝에 삼바가 2015년 회계 처리를 변경한 것에 대해 ‘고의적 분식’이라고 판단해 사전 조치안을 통보했다. 금감원은 2012~2014년까지 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종속회사든 관계사든 ‘회사의 선택 사항’이라고 결론 냈다. 하지만 2015년 에피스의 회계 처리는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연결 기준을 유지하고 장부가액을 반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나스닥 상장할 걸…’법원으로 간 삼바 사태
공을 넘겨받은 금융위원회는 5월 17일부터 30일까지 3차례에 걸쳐 감리위원회를 열었지만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를 전달 받은 증선위는 6월 7일부터 7월 12일까지 5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금감원 조치안의 논리적 결함을 이유로 재감리를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삼바가 회계 변경한 2015년뿐만 아니라 ‘2015년 이전’ 회계 처리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다만 삼바가 2012년부터 체결했던 바이오젠 콜옵션 계약 내용을 2014년에야 공시한 것에 대해서는 ‘고의적인 누락’이라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후 삼바는 10월 8일 증선위의 콜옵션 공시 누락 판단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7월 13일 증선위의 재감리 요구를 수용, 3개월여간의 재감리를 실시한 끝에 10월 19일 그 결과를 증선위에 보고했다. 삼바의 회계 처리 위반에 대해 기존과 마찬가지인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 삼바가 에피스의 설립 초기인 2012년부터 관계사로 인식했어야 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다시 공을 넘겨받은 증선위는 10월 31일 재감리 조치안에 대한 1차 심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11월 14일 2차 심의 결과 삼바가 2015년 에피스의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약 4조5000억원의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2012~2013년 회계 처리는 ‘과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처음으로 공시한 2014년은 ‘중과실’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바에는 재무제표 시정 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와 함께 지난 11월 20일 증선위는 의결 결과에 따라 삼바를 검찰에 정식 고발 조치했다.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건으로는 최고 수위의 제재다.

2년여간 표류하던 ‘삼바 사태’의 결론이 일단 났지만 오히려 논란은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감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는 등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삼바 상장 당시 회계 처리가 적법했다고 판단한 당사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이고 그 이후의 결정은 1년간의 특별 감리를 통해 얻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금감원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바이오젠 “삼바가 에피스 경영권”

삼바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사태를 결정지을 책임은 돌고 돌아 이번에는 사법부가 떠안게 됐다. 삼바는 이 밖에 재무제표 수정,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에 대해서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쟁점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바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종속회사)한 것으로 따져 회계 처리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다. 증선위는 에피스의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동의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젠과의 ‘공동 지배’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삼바는 “바이오젠의 동의권은 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젠의 경쟁품을 출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어권’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증선위가 주장하는 ‘경영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삼바 측은 주식 수와 이사회 구성 등의 정황을 봤을 때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고 종속회사 회계 처리는 적법하다는 주장이다. 설립 당시 에피스의 삼바 지분이 85%로 바이오젠(15%)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 역시 삼바 인사 4명, 바이오젠 인사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와중에 11월 27일 바이오젠의 사업보고서 내용이 확인되며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실질적 이해 당사자인 바이오젠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해마다 회계 사업보고서를 통해 “삼성이 에피스의 경영 활동에 주도권을 갖는다”고 기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는 바이오젠은 계약 조항에 따라 85 대 15의 지분율 외에 추가 투자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에피스가 출범한 이후 2014년 실시된 증자에도 바이오젠은 참여하지 않았다. 바이오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바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만약 2012~2014년 지분법(관계사의 실적을 보유한 지분 비율만큼 자기 회사의 실적에 반영하는 방식) 회계 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증선위 판단이 흔들리면 2015년 고의적 분식 결론이 성립하기 어렵게 된다.
‘차라리 나스닥 상장할 걸…’법원으로 간 삼바 사태
2015년 삼바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데 대한 ‘고의성’ 여부도 또 다른 쟁점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삼바는 재무제표상 자본 잠식을 우려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 대안들을 적극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2015년 에피스를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 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증선위의 이와 같은 판단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작용한 것이 금감원이 재감리 때 확보한 삼바의 내부 문건이었다. 삼바 재경팀이 2015년 6~11월 작성한 것으로, 내부 보고 문서와 삼성 미래전략실 보고 문서 등 총 20쪽 정도 분량이다. 문건에는 ‘미국 바이오젠이 갖고 있는 콜옵션(에피스 주식 49%를 살 수 있는 권리)을 삼바 회계장부에 반영하면 1조8000억원의 부채가 늘면서 삼바가 자본 잠식에 빠질 수 있고 그러면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렵고 상장도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바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미래전략실에 제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삼바는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 에피스의 개발 제품이 국내 승인을 받고 유럽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였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가 높아졌고 콜옵션 행사에 따른 이익이 커짐에 따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바이오젠의 지배력을 반영해 지분법 관계사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증선위가 ‘스모킹 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내부 문건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재무 관련 이슈 사항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과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라며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문서가 아닌 검토 진행 중인 내용 중인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분식회계를 입증할 결정적 정황도 담겨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거로 삼기에도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회계학자들 “ ‘원칙 중심’ IFRS 무시”

‘삼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혼란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증선위의 결정 이후 한국거래소는 삼바의 주식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실질 심사에 착수했다. 시가총액 22조원, 투자자만 8만 명에 달하는 ‘바이오 대장주’의 발이 묶이면서 투자자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삼바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경영 투명성, 기업의 계속성, 공익 실현 등 다양한 사항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며 “특히 ‘투자자 보호’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차라리 나스닥 상장할 걸…’법원으로 간 삼바 사태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관건은 거래 정지 기간”이라며 “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12월 5일 이전에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거래 정지가 해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이 기업심사위원회로 넘어가면 거래 정지 기간이 최장 1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 그러면 투자자들의 피로도 증가는 물론 향후 신뢰도 하락으로 국내 바이오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게 고려되고 있지만 만약 상장폐지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는 물론 주식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어 ‘규제 리스크’라는 새로운 디스카운트 요소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회계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증선위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회계학회는 11월 23일 ‘원칙 중심 회계기준과 회계’에 대한 특별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날 화제의 중심은 단연 증선위의 삼바 고의 분식회계 결정이었다.

2011년 도입한 IFRS는 큰 틀의 원칙 안에서 각 기업에 회계 처리 판단에 대한 재량과 책임을 주는 방식이다. 그만큼 판단의 영역이 넓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회계 법인으로서는 차라리 회계 처리 규칙을 하나하나 열거한 옛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이 기업 리스크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IFRS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칙 중심 회계기준에서 기업과 회계 법인들은 원칙 위반 여부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늘 규제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며 “무엇보다 명확한 선이 없다는 점 때문에 IFRS의 도입 취지와 달리 규제 기관의 규제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도 ‘감독 기구의 사후적 회계 처리 규제에 대한 불안감’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명백하게 회계 처리가 잘못됐다면 감리 대상으로 선정해 제재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하나의 거래에 대해 2개 이상의 회계 처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전문가와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라리 나스닥 상장할 걸…’법원으로 간 삼바 사태
뒤 이어 11월 26일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판단 적절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는 회사의 매출을 가공해 이익을 부풀리고 기업의 본질 가치를 훼손한 과거 엔론이나 대우조선해양 등과는 다르다”며 “삼바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레 그 지분 가치가 커진 것이지 본질적으로 회사의 기업 가치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도 삼바가 자본 잠식을 위해 고의로 회계를 변경했다는 증선위의 지적에 대해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 위험한 분식회계보다 대규모 증자를 통해 해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바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입장을 바꿨다”며 “이에 따라 금융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기업과 투자자, 자본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1호(2018.12.03 ~ 2018.1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