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터뷰]
-스위스 밸뷰자산운용 장 피에르 거버 전무·올리버 쿠블리 대표 펀드매니저
“바이오주, ‘대박’보다 ‘돌다리 두드리는 투자’해야”
올리버 쿠블리(왼쪽) 대표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장 피에르 거버(오른쪽) 전무.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의 제약·바이오주는 지난 10월 국내 증시가 급락하며 큰 조정을 보였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지만 바이오주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반면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는 상대적으로 선방 중이다. 지난 6개월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S&P500 헬스케어지수는 10% 정도 상승했다.


1993년 설립된 스위스의 밸뷰자산운용은 20년 경력의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물게 매우 이른 시기부터 헬스케어에 관심을 두고 오랜 투자 경험을 쌓아 왔다. 유럽 최대의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기관투자가로 운용 자산이 11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메리츠자산운용과 함께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 펀드’를 공동 운용하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한국을 찾은 밸뷰자산운용의 대표 매니저들을 만났다. 장 피에르 거버 전무와 올리버 쿠블리 대표 포트폴리오 매니저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헬스케어 투자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이와 함께 국내 바이오주에 대한 평가와 투자 조언도 함께 들었다.


-헬스케어 분야의 잠재력을 높게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로 시장 규모가 매우 큰 산업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2022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먼저 고령화예요.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유병장수’의 시대가 됐습니다. 둘째로 그중에서도 아시아를 비롯해 신흥국의 라이프스타일도 점점 서구적으로 바뀌는 추세고요. 마지막으로 헬스케어의 기술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국·한국과 같은 아시아 시장의 혁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쿠블리 대표 매니저)


-많은 투자자들이 헬스케어는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변동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바이오주를 ‘대표적인 성장주’라고 얘기합니다. 특히 한국·중국과 같은 아시아 시장에선 바이오주를 통해 단기간에 대박을 노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이와 같은 투자 마인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헬스케어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우리는 기업의 투자를 결정할 때도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흐름에 더 주목해요. 제약 회사를 예로 든다면 제품의 개발이나 실험 등 ‘가능성’ 단계에서는 거의 투자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가능성 있는 기업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제품이 출시되고 실질적으로 매출이 나온 뒤 ‘확신’ 단계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거버 전무)


-밸뷰자산운용의 헬스케어 투자 전략은 무엇입니까.


“헬스케어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그만큼 향후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고요. 이 때문에 헬스케어는 ‘분산투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입니다. 지역별로도 다양한 지역에 투자를 분산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 밖에 헬스케어 산업 내에서도 제약·미용·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필요도 있고요. 또 다양한 제품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제품의 사이클 측면에서도 제품의 성격이나 시장의 성숙도 등에 따라 위험을 분산해 투자하고 있습니다.”(거버 전무)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합니까.


“우리의 펀드매니저들은 의사 출신도 있고 바이오 분야에서 연구한 박사 출신들도 많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헬스케어 투자를 진행하면서 스위스는 물론 글로벌 헬스케어 관련 기관들과 탄탄한 네트워크가 잘 마련돼 있어요.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관련 기업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거버 전무)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은 어디입니까.


“아무래도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은 미국입니다. 헬스케어 혁신의 종주국인 만큼 그 매력적인 혁신 기술을 갖춘 곳이 많으니까요.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현재 38% 정도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고요, 이 밖에 신흥국에 24%, 유럽 20%, 아시아 지역에 17% 정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다른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기관들과 비교해 미국과 같은 한 지역의 투자 비율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주시하는 편입니다.”(쿠블리 대표 매니저)


-그 외에 관심 있게 지켜보는 나라가 있습니까.


“최근에는 아시아와 신흥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헬스케어 관련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2021년은 지나야 이 기업들이 실제 이익을 창출하게 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쿠블리 대표 매니저)


-한국의 바이오주 투자가 과열돼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 바이오주 투자가 과열돼 있다는 우려가 있죠. 그런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나타나는 아시아 시장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아직은 바이오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바이오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 이와 같은 분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거버 전무)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보여 온 활약이 인상적이죠. 바이오시밀러는 말하자면 ‘경제적 혁신’입니다. 제약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똑똑한 방법 중 하나죠. 글로벌 대기업들도 진입하기 쉽지 않은 시장인데 한국 기업들은 이른 시간 내에 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선방하고 있고요. 관건은 미국 시장입니다. 미국 시장은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반발로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특허 소송 이슈가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얼마든지 피해 갈 방법이 있어요. 중요한 것은 ‘상업적 측면’이에요. 미국의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제품을 묶어서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곳이 많습니다. 특허를 잃은 의약품이 있어도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2~3년 정도 지나면 이 또한 경제 논리에 의해 해결될 겁니다.”(쿠블리 대표 매니저)


-국내 바이오업계의 관심 있는 기업이나 분야가 있습니까.


“한국은 특히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장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제약 회사나 바이오 혁신 기술 기업 등이 적지 않죠. 다만 우리 기준에서 아직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봅니다.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제약 회사를 예로 든다면 최소한 미국이나 유럽에 실제 신약을 출시해 매출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은 현재 단계에서 이와 같은 기업들이 아주 많지는 않죠. 하지만 그만큼 발전의 여지가 큰 시장입니다.”(거버 전무)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2호(2018.12.10 ~ 2018.12.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