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성수연방, 도시 재생 새 모델로 만들 것” OTD의 성장은 가파르게 이뤄졌다. 기존에 성공적으로 선보였던 식음료(F&B) 플랫폼을 넘어 오피스 아케이드, 라이프스타일 숍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 두 개였던 매장은 2018년 30개로 늘었다. 매출액은 2014년 30억원에서 2017년 285억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 매출 전망은 1250억원이다.
신세계·롯데 등 국내 유통 공룡조차 손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고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이어졌다. OTD가 유치한 투자 자금은 총 650억원에 달한다. 투자가 이뤄진 시점에서 OTD의 기업 가치는 16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처음 창업했을 때 ‘화장실 청소를 누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던 그가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12월 12일 을지로 ‘아크앤북’에서 손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공간 기획에 대한 철학을 물었다.
-처음 창업했을 때 어떤 고비가 있었나요.
“모든 게 어려웠죠. 특히 제가 회사의 후광을 간과했었어요. 대기업 위주로 회사를 다녔는데 회사 네이밍이 좋았던 것이지 제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더라고요. 초기에는 투자자들에게 ‘공간 플랫폼’ 사업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2014년 창업에 뛰어들 때만 하더라도 벤처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정보기술(IT)·바이오 관련 사업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공간 플랫폼 중에서도 식음료(F&B)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F&B는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이에요. 처음부터 창업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창업 전 AM플러스자산개발, 삼성물산 개발사업부에서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업무를 맡으면서 ‘셀렉트 다이닝’의 가능성을 봤죠.
당시 한국의 유통 구조가 많이 왜곡돼 있다는 걸 느꼇어요. 홍콩이나 도쿄만 하더라도 해외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이 아니라 가로 상권에도 매장을 가지고 있거든요. 한국만 리테일 콘텐츠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집중돼 있죠. 또 승자승 구조여서 거대한 자본과는 게임이 안 돼요. 작은 기업이 기존 유통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지 고민했고 해답을 ‘맛집’에서 찾았죠.”
-처음부터 ‘셀렉트 다이닝’을 사업 모델로 잡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명확히 표방했던 모델은 ‘공간 플랫폼’이에요. 공간을 기획하고 개발해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플랫폼 역할이죠. 다행히 콘셉트를 잘 잡아 내년에는 대형 유통 회사들과 15~20개 매장을 더 오픈할 예정입니다.”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맛집의 기준이 OTD를 처음 만들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해시태그로 맛보는 시대’가 됐죠. 처음 OTD를 만들 때만 해도 체험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이제 맛은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레시피는 유튜브에 가면 다 나올 만큼 정보가 완전한 공유 시대로 진화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 ‘맛이 뛰어나다’, ‘새롭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저도 맛집을 찾을 때 소셜 미디어의 해시태그로 맛을 봐요. 예전에 제가 직접 맛집을 찾아다닐 때와 지금의 적중률이 거의 같죠.”
-공간을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융합이에요. 공간의 개념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은 지극히 근대적 사고의 산물이에요. 커피숍에서는 커피만 마셔야 되고 서점에서는 책만 사야 되는 것처럼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런 개념이 이제는 사람이 중심이 돼 바뀌고 있어요. 사람들이 독서실이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공간과 기능의 사슬 자체가 느슨해지고 있죠.”
-최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을 반영한 서점이 늘고 있습니다. 아크앤북은 어떻게 다른가요.
“최근 떠오르고 있는 국내 라이프스타일 서점은 보통 건물에서 가장 핵심 매장에 있어요. 건물 전체를 개발한 돈 많은 기업에서 건물의 일부를 꾸미기 위한 전략으로 서점을 택한 거죠. 수익성은 포기하지만 건물 전체의 집객을 위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OTD의 아크앤북은 달라요.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는 매장이고 수익성이 반드시 필요하죠. 우리는 책을 팔기를 원하고 더 많은 사람이 사 가길 원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베스트셀러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책을 편하게 경험하고 발견하게 만드는 거죠. 누구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던 건물을 좋은 조건으로 임대했고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공간을 활성화한다고 하셨는데,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빌딩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OTD가 좋은 건물에만 들어간다고 오해해요. 하지만 OTD는 저평가된 공간에 콘텐츠를 넣고 가치를 올려놓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건물로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망해 가고 있거나 지하 공간에 들어가죠. 요즘은 핵심 상권의 1층 매장도 공실이 늘고 있어요. 스타시티 오버더디쉬도 건물이 역과 연결된 좋은 입지였지만 3년째 공실이었습니다. 특히 총면적 8만2645㎡(2만5000평) 이하인 건물은 지하를 창고나 회의실로 쓰면서 활용하지 못하는 곳이 많죠. ODT는 그런 공간의 재발견을 이끕니다.”
-내년 OTD의 사업 방향이 궁금합니다.
“성수연방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도시 재생 키워드의 주도권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버려진 공간을 멋지게 꾸미는 일을 넘어 공간에 콘텐츠가 잘 스며들게 만들어야 해요. OTD는 지금까지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냈고 성공해 왔기 때문에 내년에는 도시 재생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성수연방을 통해 셀렉트 다이닝 2.0 콘셉트로 맛집 큐레이팅을 넘어 생산의 거점을 만들 계획입니다.”
-성수연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화학공장 부지를 장기 임대해 개발했습니다. 전체 면적의 절반은 예전 공장 기능을 그대로 간직한 비수익 시설로 만들었죠. 이곳에 작은 생산자들이 들어와 생산·유통·소비가 한곳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중세시대에 작은 도시를 보면 성 안에서 모든 생산이 직접 이뤄져 왔잖아요. 생산자들이 삶을 이루고 그들이 함께 모여 시장이 열리고 판매가 이뤄지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갔죠. 성수연방은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콘셉트로 작은 생산자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수제 캐러멜 공장, 인도에서 맥주 공장을 운영하는 친구의 한국 공장, 존쿡델리의 고급 살라미 공장이 들어서는데 모두 공방 수준의 작은 평수예요.”
-성수연방의 기획처럼 다시 소비자와 공급자 간 직거래가 최근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획일화된 가치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이 끝났기 때문이죠. 지금은 생산자의 철학과 스토리를 듣고 교감하고 이해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소비자들은 자기 취향이 제품에 발현되길 원하죠. 작은 생산자들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생산은 소비 시장을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겁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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