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8년을 빛낸 올해의 CEO]
-한경비즈니스 선정 ‘2018 올해의 CEO’…전략·리더십·실적 등 평가

[편집자 주] 올 한 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기업들은 숨 가쁜 경쟁을 이어 왔다. 2019년에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역 갈등과 내수 침체의 장기화 등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분주했다. 그 어느 때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이 중요한 한 해였다. 한경비즈니스는 2018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각 업종에서 눈에 띄게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CEO 18명을 선정했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과 공기업까지 전략·리더십·경영실적·윤리의식 등을 잣대로 엄격한 평가를 거쳤다.
위기 뚫고 ‘희망’ 쏘아올린 18명의 CEO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명장의 리더십은 위기 때 빛나는 법이다. 2018년 한국 기업들은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의 심화와 신흥국 위기로 글로벌 경기는 크게 휘청거렸다. 정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주52시간 근무제’ 등 새로운 규제와 제도가 도입되며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도 큰 변화가 뒤따랐다.

이 와중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며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 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18년을 마무리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각 산업 부문별 올해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다. 각 기업의 전략·리더십·경영실적·윤리의식 등을 세밀하게 따져 ‘2018 올해의 CEO’ 18명을 선정했다.

◆키워드 1-18명의 올해의 CEO…과감한 ‘변화와 혁신’ 공통점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2018 올해의 CEO’ 분야별 18명에는 두드러지는 공통점이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선택한 CEO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보다 민첩하게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고 큰 그림을 준비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CEO에게 요구되는 시대다.

2년 연속 올해의 CEO에 이름을 올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최근 정유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끌어 냈다. 비정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딥체인지 2.0’에 기반한 사업과 수익 구조를 혁신한 결과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자원 개발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면서도 인슈어테크 기술과 보험업의 접목으로 과감한 ‘디지털 전환’을 이어 가고 있는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도 대표적이다. 의대 교수에서 CEO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신 회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지금까지 탄탄한 성장을 지속해 오며 장수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특히 신 회장의 주도 아래 2019년 기업공개(IPO)를 공식 천명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 중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유한양행의 이정희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취임 이후 유한양행의 매출은 연평균 13% 이상 증가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다지고 있다. R&D 투자를 통한 자체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도 확대해 가고 있다. 이 사장은 무엇보다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유아용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푸드&헬스 사업 부문을 새롭게 발족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키워드 2-‘새 시대, 새 비전‘, 취임 첫해 경영 성과 합격점

특히 이번 ‘2018 올해의 CEO’에 선정된 이들 가운데는 올해 첫 취임한 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위기의 순간 CEO로서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 이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더 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LG그룹의 회장에 선임되며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의 포문을 연 구광모 회장은 과감한 투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 전문 업체 ‘로보스타’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향후 지능형 자율 공장 구축에 산업용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고부가 기초 소재 등 사업 분야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핵심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시장 주도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인 최정우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과감한 ‘혁신과 개혁’을 밀어붙이며 포스코의 재도약을 이끌어 가고 있다. 최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포스코의 수장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새 시대 새로운 가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드 포스코(with posco)’라는 새 비전을 제시하며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주사 전환과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취임 첫해 경영 성과에서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내년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으로 내정된 손 행장은 ‘금융 명가의 재건’이라는 임무를 맡아 비은행 부문 강화에 힘쓸 전망이다.

국내 기업금융(IB)업계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던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IB 부문의 활약에 힘입어 취임 첫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위기 뚫고 ‘희망’ 쏘아올린 18명의 CEO

◆키워드 3-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먹거리 발굴, IT 전문가·공대 출신 약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대 출신 CEO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존에 좋은 성과를 낸 올해의 CEO들이 대부분 경영·경제학과였던 것과는 비교되는 현상이다. 반도체·게임·IT 등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산업군의 변화를 반영한다.

리니지 2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업그레이드로 ‘변화’를 시도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과 삼성을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스마트 팩토리·클라우드 등 IT 서비스 4대 전략 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는 홍원표 삼성SDS 사장이 모두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1997년 엔씨소프트 설립 후 리니지를 시작으로 인터넷 기반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어 온 김택진 사장은 ‘전 세계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1월 리니지 출시 20주년을 기념한 ‘리니지 : 리마스터’를 공개했다. 유저가 PC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는 등 ‘리니지 20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담았다.

해마다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5세대 V낸드 양산’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초일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정보통신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식견과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지닌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핵심 사업을 총괄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을 확고히 다져 나가고 있다. 올 3분기 IT 전략 사업 부문에서 24% 성장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IT 전략 사업 중 AI, 학습 분석 기술 매출은 삼성SDS AI 플랫폼의 적용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28%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키워드 4-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적극…대세는 ‘해외통’

이제 더 이상 한국 기업들의 영토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2018 올해의 CEO’에 선정된 이들 가운데 유독 글로벌 시장을 꿰뚫어 보는 ‘해외통’들의 활약이 눈에 띈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11년 만에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하며 ‘아시아 리딩 뱅크’에 한 걸음 다가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 뉴욕지점장과 신한BNP파리바 대표 등을 지낸 알아주는 국제통이다. 올해 누적 순이익 3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신한금융은 특히 글로벌 부문의 성장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의 큰 동력이 됐다. 그룹 내 글로벌 손익 비율을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9월부터 한화큐셀을 맡은 김희철 사장도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김 사장은 태양광 사업 진출 초기 한화솔라원 중국 법인과 한화큐셀 독일 법인 대표를 지낸 바 있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성장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최근 미국 냉동식품 전문 기업인 ‘쉬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성공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아 ‘2018 올해의 CEO’에 선정됐다. 강 대표는 K푸드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식품 전문가로, 사람과 사업을 통찰하는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갖춘 CEO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햇반·비비고·고메 등 대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를 중심으로 미국·중국·베트남 등의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2018년을 빛낸 올해의 CEO 기사 인덱스]
-위기 뚫고 ‘희망’ 쏘아올린 18명의 CEO
-구광모 LG 회장, 새 리더로 ‘우뚝’…대규모 투자 나선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초일류 기술’로 메모리 반도체 신화 잇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변화와 개혁’ 위해 순혈주의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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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4호(2018.12.24 ~ 2018.12.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