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몇 가지 노하우
[글로벌 현장]
성수기 피하면 반값에 여행 가능…알래스카 크루즈는 여름이 제격


[한경비즈니스=김현석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 미국에서는 크루즈 여행이 보편화돼 있다. 뉴욕은 동부 아메리카를 항해하는 크루즈의 모항으로 유명하다. 맨해튼 54번가 허드슨 강가에 있는 크루즈 터미널에는 수시로 세계를 도는 크루즈선들이 들어온다. 이들 배가 서면 수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등을 찾아 나선다. 캐리비언(카리브해)·캐나다·유럽으로 출발하는 크루즈가 수시로 출발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크루즈 여행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플로리다 마이애미나 포트 로더데일, 탬파 등에서 출발하는 캐리비언 크루즈다. 멕시코만 동쪽으로 도는 웨스트 캐리비언 크루즈와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쪽으로 도는 이스트 캐리비언으로 나뉜다. 겨울 여름 없이 인기를 끄는 출항지다.

또 하나는 서부에서 출발하는 알래스카 크루즈다. 통상 시애틀이나 바로 위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항한다. 이 크루즈 여행은 여름이 제격이다. 시원하게 빙하를 쳐다보며 여행할 수 있다.

캐리비언 크루즈 vs 알래스카 크루즈
크루즈 여행은 언뜻 보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되고 배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기자는 2014년 7박 8일간 웨스트 캐리비언 크루즈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세계 최대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의 8만5000톤급 프라이드호를 탔다. 승무원 1000여 명, 승객 2000여 명 등 3000여 명이 탈 수 있는 배다. 플로리다 탬파에서 출발해 멕시코 코즈멜~벨리즈 벨리즈시티~온두라스 이슬라 로아탄(마호가니 베이)~그랜드케이맨~조지타운을 거쳐 다시 탬파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비용은 어른 2명, 어린이 3명의 승선료와 팁 등 3500달러 정도다. 1인당 1000달러 미만인 셈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오히려 다른 여행보다 경제적이었다는 판단이다.

크루즈 여행은 매력적이었다. 아빠는 여행 기간 운전할 필요가 없고 매일 이동하기 위해 짐을 싸고 호텔 체크인·체크아웃을 할 필요가 없다. 엄마는 하루 세 끼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배 안의 뷔페식당에서 24시간 계속 음식이 제공된다. 애들은 하루 종일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또 배 안에서 하루 종일 게임하고 수영하고 영화를 볼 수 있다.

어른들은 갑판 위에서 매일 넓은 망망대해를 보며 뛰거나 걸을 수 있다. 일출과 일몰도 매일 감상할 수 있다. 크루즈 기간 동안 멕시코와 벨리즈·온두라스·그랜드케이맨 등 4개국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경제적이고 재미있는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팁 3가지를 전한다.

팁1 크루즈 예약: 크루즈 여행 예약은 인터넷(선사, 각종 여행 예약 전문 사이트)·전화·여행사 등을 통하면 된다. 올싱스크루즈닷컴(Allthingscruise.com)이라는 크루즈 관련 예약 전문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출항지를 정하고 그 항구에서 출발하면 모든 크루즈의 일정이 나온다. 이를 참고로 자신이 원하는 크루즈를 정한 뒤 예약하면 된다.

배를 선택할 때는 최근 만들어진 큰 배를 고르는 게 좋다. 최근 건조된 것일수록 시설이 최신식이고 즐길 시설이 많다. 가장 최근 건조돼 운항에 들어간 크루즈선은 무려 22만 톤급에 달한다.

지난해 첫 항해를 시작한 로열캐리비언의 ‘심포니 오브 더 시’호가 현재 가장 큰 배다. 18층으로 이뤄진 이 배에는 승무원 2200명과 승객4480명 등 6680명이 탈 수 있다. 길이가 361m, 높이는 66m에 달한다. 객실 2759개, 레스토랑 22개, 수영장 24개를 갖췄다.

다만 이런 큰 배는 승객만 5000여 명에 육박하기 때문에 중간 기항지 등에 내리고 탈 때 상당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16만 톤 정도의 배가 온갖 시설도 다 있는데다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크루즈는 가격 변동이 심하다. 성수기에는 가격이 2~3배까지 뛴다. 캐리비언 크루즈는 연말연시 홀리데이, 학교 방학 때(12월, 5월 말~8월)가 성수기다. 그때를 피하면 대략 반값에 여행할 수 있다. 반대로 알래스카 크루즈는 여름이 최고의 시기이며 가장 비싸다.

기자는 카니발 선사의 홈페이지에서 여행 3개월 전에 직접 예약했다. 크루즈 전문 예약 사이트 등에서 가끔 싼 딜(어린이 무료 등)이 나오지만 여행 1주일 정도를 앞두고 막판에 나오는데다 그런 딜을 기다리다가는 자신이 원하는 방이나 층을 선택하기 어렵다. 그런 특별한 딜을 제외하면 사실 가격은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프라이스라인 등에서 예약하면 크루즈 머니(크루즈 내에서 쓸 수 있는 돈)를 주기도 하는데 조건을 잘 따져 따로 미리 신청해야 주는 식이다. 예약해도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크루즈의 선실은 인테리어(창이 없는)와 오션 뷰(창문이 있는), 발코니(창이 아니라 발코니로 나갈 수 있는), 스위트룸 등으로 나뉜다.

팁2 익스커션: 익스커션은 중간 기항지에 내려서 하는 ‘여행’이다. 통상 아침 8~9시에 항구에 내리면 관광 상품을 파는 현지 사람들이 붐빈다. 스킨스쿠버, 스노클, 유적지 여행, 시내 여행, 돌고래 스윔 등 다양하다. 기항지가 대부분 후진국이다 보니 위험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 배 안에서 선사가 파는 익스커션을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항지에 내려 익스커션을 구매해도 된다. 별다른 흥정 없이도 배 안에서 파는 상품의 반값 이하에 비슷한 품질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배 안에서 파는 상품도 결국 현지 여행사에 맡겨 진행하기 때문이다(다만 배 안에서 파는 상품을 구매하면 기항지에 먼저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멕시코 코즈멜에서는 해변가에 있는 차카넙 공원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해변에 조성된 워터파크 같은 곳이다. 크루즈항 앞에 대기 중인 택시를 타면 4인까지 편도 12달러를 내면 된다(시간은 8분쯤 걸린다). 공원 입장료는 어른 21달러, 아이 13달러다. 배 안에서는 이런 상품을 1인당 50달러 정도에 팔았다.

벨리즈의 벨리즈시티에서는 ‘아툰하’라는 마야 유적에 갔다. 3시간 정도 걸렸다. 온두라스의 이슬라 로아탄섬에서는 카니발 선사가 운영 중인 전용 비치에서 열대어와 함께 놀았다. 그랜드케이맨에서는 ‘터틀팜+시내여행’ 익스커션을 했다. 터틀팜은 바다거북 보호 시설인데 어린 바다거북을 만져보고 같이 수영할 수도 있었다.
미국에서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몇 가지 노하우
팁3 배 안에서 즐기는 법: 크루즈 여행을 하면 절반 이상의 시간을 배 안에서 보낸다. 지겨울 것 같지만 배가 워낙 크고 온갖 시설이 많아 즐거웠다. 배가 커 잘 흔들리지도 않는다.

배 안에는 극장이 여러 개 있어 매일 밤 쇼가 열린다. 나이트클럽도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된다. 커다란 수영장 2개가 배 가장 위층에 있고 무시무시한 슬라이드도 탈 수 있다. 헬스클럽도 있어 운동할 수도 있다. 테니스코트와 농구코트도 있다.

가장 큰 재미는 식도락이다. 뷔페식당에서는 하루 종일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아메리칸·멕시칸·차이니스·이탈리안 등이 골고루 나온다. 특히 매일 저녁에는 정찬 식사가 제공된다. 레스토랑에 가면 지정된 자리가 있어 매일 저녁 같은 자리에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웨이터·하우스키퍼 등에게 주는 팁은 자동적으로 계산돼 디파짓한 카드에서 지출된다. 일부 서양 사람들은 조금씩 따로 더 주기도 한다.

크루즈를 탈 때는 남자는 비즈니스 캐주얼, 여자는 간단한 드레스를 한 벌씩 가져가면 좋다. 1주일 저녁 식사 중 이틀 정도는 정장을 입는 날로 지정된다. 미국인들은 크루즈를 특별한 여행이라고 생각해 차려 입고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