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비아그라·시알리스, 팔팔·구구·센돔·자이데나 등 국산 복제약·신약에 밀려 고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대기업 임원인 A(44) 씨는 남보다 일찍 ‘별’을 달았다. 남다른 꼼꼼함과 강철 같은 체력, 위아래를 아우르는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었다. 그가 나서면 모든 대내외적 문제가 해결된다. 연일 계속되는 점심·저녁 자리를 비롯해 주말 골프 약속과 사내 행사 등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1년 전부터 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음주·흡연 등이 원인이었다. 밖에서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선망의 대상인 반면 집에서만큼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A 씨와 같은 발기부전증 환자는 국내에 약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20~30대 젊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1500억원대로 커졌다.

◆2012년 이후 시장판 변화
국산 제품에 밀려 고개 숙인 ‘비아그라’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2012년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던 비아그라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네릭(복제약)의 파상 공세에 왕좌를 내주면서부터다.

2012년 화이자의 오리지널 치료제인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의 특허 보호 기간이 종료되면서 제네릭이 연이어 출시됐다. 국내 53개 제약사가 105개 품목의 제네릭을 출시하며 비아그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5년에는 릴리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의 특허 만료로 60개 제약사가 162종의 제네릭을 쏟아내면서 판이 다시 바뀌었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제품은 한미약품의 ‘팔팔(성분명 실데나필)’이다. 팔팔은 2012년 6월 출시 한 달 만에 26만5000정이 처방되면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아성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이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팔팔의 지난해 원외처방조제액(이하 처방액)은 349억원이다. 1년 전 처방액 352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감소했지만 부동의 1위다.

2015년 9월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또다시 판세가 바뀌었다.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면서부터다. 한미약품의 ‘구구’와 종근당 ‘센돔’, 대웅제약 ‘타오르’가 시장을 삼키기 시작했다.

2015년 9월부터 4개월간 구구는 약 124만 정, 센돔은 120만 정, 타오르는 64만 정이 각각 처방됐다. 같은 기간 오리지널 의약품인 시알리스의 처방량은 약 52만 정에 그쳤다.

구구와 센돔은 지난해 처방액 136억원, 117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점유율 2·3위를 유지했다.

토종 신약의 활약도 눈에 띈다. 국산 1호 발기부전 치료제인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와 SK케미칼의 세계 최초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에스(성분명 미로데나필)’가 주인공이다.

자이데나는 지난해 78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시알리스를 6위(68억원)로 밀어냈다. 엠빅스에스는 62억원으로 6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비아그라는 103억원으로 4위를 유지 중이다.

◆저렴한 약값·독특한 제품명으로 남심 자극
국산 제품에 밀려 고개 숙인 ‘비아그라’
국산 제품의 인기 비결은 저렴한 약값과 기억하기 쉬운 제품명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미약품은 ‘99세까지 팔팔하게’를 슬로건으로 쌍끌이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구구는 복용 후 12시간에서 36시간까지 약효가 지속되는 반면 팔팔은 ‘강직도’ 측면에서 탁월하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구구의 약효 지속력에 대한 장점은 ‘오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한자음 ‘구(久, 오랠 구)’와 연결되고 강직도는 건강한 남성을 상징하는 팔팔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며 “지금 곧 필요하다면 팔팔을, 주말이나 여행 같은 계획된 상황을 준비할 때는 구구를 복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종근당의 센돔은 일반 정제와 물 없이 녹여 먹을 수 있는 구강 용해 필름으로 발매됐다. 센돔은 영어 ‘센트럴(central)’과 스위스의 가장 높은 산 이름인 ‘돔’의 첫 음절을 결합한 이름이다. 돔은 지배를 뜻하는 ‘도미니언(dominion)’, 반구형으로 솟아오른 건축물의 지붕 ‘돔(dome)’을 뜻하기도 한다. ‘발기부전 시장의 중심을 지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종근당 관계자는 “센돔의 주성분인 타다라필은 음경으로 공급되는 혈류를 증가시켜 발기부전 치료에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며 “복용 후 약효가 36시간까지 지속되고 약효 발현 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의 자이데나는 세계 넷째, 국내 최초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다.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5년 첫선을 보였다. 성분명인 유데나필의 ‘데나’에 잘된다는 의미의 ‘잘’을 합쳐 ‘자~알 되나, 자 이제 되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자이데나는 국내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용량에 따라 12시간에서 24시간의 적절한 작용 시간은 물론 두통과 얼굴 화끈거림, 소화불량, 비염 등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작용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엠빅스에스는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의 원조다. SK케미칼은 2007년 오리지널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정’을 선보인 데 이어 2011년 세계 최초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에스를 출시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엠빅스에스는 물 없이 침만으로 녹여 먹을 수 있고 종잇장처럼 얇아 지갑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며 “입안에서 녹는 시간 또한 10초 이내로 매우 짧다”고 말했다.

▶돋보기
-안면홍조·두통 등 부작용은 주의해야


남성의 발기는 성적 자극이 신경계를 통해 음경에 다다른 뒤 혈관을 이완하는 물질이 분비돼 음경으로 가는 혈류를 늘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발기의 매개 물질 중에선 ‘사이클릭 GMP’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물질은 ‘포스포다이에스트라제(5형)’라는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되면서 효과를 잃는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포스포다이에스트라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사이클릭 GMP의 작용을 지속시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사항에 따르면 약효 지속 시간은 실데나필 계열이 4~5시간, 유데나필 4~12시간, 타다라필 36시간 등이다.

김종욱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발기부전 치료제에는 두통이나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다”며 “특히 타다라필 계열 약물은 근육통 등을 동반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1호(2019.02.11 ~ 2019.02.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