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한경비즈니스 선정 파워 금융인 30]
- 은행 부문 1위
[파워 금융인 30]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 고졸 텔러에서 행장까지…‘하나·외환’ 통합 이끈 주역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함영주(63) KEB하나은행장의 경영 스타일은 ‘섬김과 배려’다. 자신을 내세우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특별히 튀는 것 없이 조직 전체에 묻혀 있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아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아니었다면 과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며 탄생한 KEB하나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함 행장은 2015년 9월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하나은행 전산 시스템과 외환은행 전산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통합 노조 출범에 기여하는 등 하나·외환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6년 통합 은행 출범 1년여 만에 노조 통합을 결정했는데 이는 은행권 노조 통합 최단 기간 사례로 꼽힌다. 실제 옛 하나은행과 서울은행도 2002년 합쳐진 지 5년 만에 노조가 통합됐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도 2006년 통합됐지만 2년 후에야 노조가 단일화됐다.
[파워 금융인 30] 함영주 KEB하나은행 행장, 고졸 텔러에서 행장까지…‘하나·외환’ 통합 이끈 주역
◆ ‘고졸 신화’ 이룬 근간은 ‘현장’

함 행장이 순조롭게 통합을 이끌어 내고 노조를 아우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누구보다 KEB하나은행의 시스템과 행원의 어려움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걸어온 행적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1956년생으로 충남 부여 출생인 함 행장은 ‘주경야독’의 고졸 신화다.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은행에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사해 근무하면서서 단국대 야간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37년간 은행원 생활 대부분을 일선 영업 현장에서 보냈다. 주요 이력은 2002년 서울은행 수지지점장, 2004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2005년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부장 이후 2013년부터 남부지역본부장,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맡아 왔다. 특히 2013년 수도권이 아님에도 충청영업그룹의 영업 실적을 전국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텔러로 출발한 함 행장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올 수 있는 원동력은 ‘현장 경험’이다. 그의 지론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다. 행장으로 올라선 지금도 직접 태블릿 PC를 들고 현장에 나가 영업을 다닐 정도다.

함 행장이 현장에서 얻는 것은 단순히 실적만이 아니다. 현장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즉각 KEB하나은행의 시스템을 바꿨다. 현장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하도록 영업 조직을 재편하고 영업 지원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본부 조직을 기능별로 재편했다.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금융사업단·디지털마케팅부·기업디지털사업부·빅데이터구축센터를 신설해 빅데이터 활용과 디지털 금융 영업 역량을 강화했다. 이는 본점과 영업점 그리고 정보기술(IT) 간의 협업 시너지 창출을 통해 고객의 요구와 시장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함 행장은 2018년 8월 업계 최초로 ‘손님불편제거위원회’를 출범시켜 손님 불편을 대폭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했다. 특히 소비자·민원·사기예방·손님만족도 등 4대 부문에 걸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업점 은행장이 직접 해당 사안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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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최고의 ‘영업통’, 글로벌 은행 준비

함 행장은 영업력도 특출 나다. 업계에서는 그를 ‘업계 최고의 영업통’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함 행장은 2015년 취임 당시 1조원대에 머무르던 하나은행의 당기순익을 지난해 2조928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현장과 고객 가치 중심의 영업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자산과 수익성을 크게 성장시켰다. 이자 이익(5조2972억원)과 수수료 이익(8384억원)을 합한 2018년 KEB하나은행의 핵심 이익은 6조1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2%(5179억원) 늘어났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함 행장은 글로벌 은행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新)남방정책’에 발맞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재 24개국에서 169개 네트워크(그룹 전체 183개)를 보유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지속적으로 글로벌 영토를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글로벌 부문에서만 28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일궈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1년 전보다 467억원(19.5%)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도 인도네시아·인도·베트남·필리핀·미얀마 등 주력 국가를 중심으로 지역 곳곳을 공략할 계획이다.

함 행장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현지 은행과 적극적으로 제휴하는 것이다. 현지 우량 금융회사에 지분 투자한 뒤 제휴를 통해 진출 영역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진출 초기에는 시스템 구축 등에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다.

글로벌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곳은 인도네시아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4년 하나·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완전히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다.

함 행장은 디지털을 통한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나선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GLN(Global Loyalty Network)’ 출시를 앞두고 있다. GLN은 은행과 결제 사업자, 유통 업자가 제휴, 자유롭게 자금 결제와 송금 등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이다.

함 행장은 3월 말로 둘째 임기가 만료된다. 연임은 포기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함 행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법률 리스크’를 들어 공개적으로 연임 반대 의견을 밝히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함 행장은 현재 채용 비리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함 행장 후임으로 글로벌사업그룹 지성규 부행장이 내정됐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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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