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돈 관리는 어렵다. 그래도 돈은 모으고 싶다. 이런 ‘베짱이’들에게 딱 맞는 돈 관리 서비스가 있다. ‘신경 꺼도 내 돈 관리’가 가능한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데이터 기반 자산 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다. 빠른 속도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며 국내 대표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를 운영 중인 레이니스트는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마이데이터 사업(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과 관련해 국내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 중 하나다.
◆ 국내 유일 ‘데이터 기반’ 돈 관리 플랫폼
가입자 300만, 다운로드 350만, 2017년 6월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이후 1년 8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이와 같은 속도라면 올해 1000만 다운로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운로드 횟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실제 앱을 사용하는 비율도 높다. 월평균 활성사용자 수(MAU)는 150만 명, 다운받은 사람의 절반 정도가 실제로 활발하게 앱을 사용 중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MAU가 36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객 연동 관리 금액도 1년 만에 10조원에서 87조원으로 8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고객 연동 상품 수는 1인 평균 3개에서 10개로 늘었다. 2014년 ‘맞춤 카드 추천’으로 웹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당시 월평균 30장에 머물렀던 카드 발급 수는 월평균 5000장에 육박한다. 국내 판매되는 금융 상품의 데이터만 해도 6089개에 달한다.
뱅크샐러드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돈 관리에 익숙하지 않고 무심한 2030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주효했다. 전체 회원의 70% 정도가 20대와 30대다. 최근에는 50대 이상 회원의 유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뱅크샐러드의 어떤 점에 반한 것일까. 뱅크샐러드는 가계부인 듯 보이지만 ‘가계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은 아니다.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회사에 따로따로 흩어져 있던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다. 현재 국내 금융사의 약 80%가 연동돼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산 내역과 지출 현황, 소비 패턴 등을 한눈에 정리하는 게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부동산과 자동차 등 실물 자산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뱅크샐러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똑똑한 금융 비서’의 역할이다. 개인의 소비 습관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금융 상태를 분석해 준다. 만약 택시에 지출이 증가한다면 ‘차라리 차를 사는 게 어때요’와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레이니스트 관계자는 “뱅크샐러드 사용자들 가운데 이와 같은 금융 비서가 보내는 메시지의 오픈 비율이 평균 60% 이상”이라며 “과소비 고객 70%의 3개월 평균 지출이 20% 감소하는 등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뱅크샐러드는 ‘국내 유일의 데이터 기반 돈 관리 플랫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뱅크샐러드의 모든 서비스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뱅크샐러드가 기존의 핀테크 서비스와 닮은 듯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토스’가 송금 서비스를 시작점으로 한 만큼 실제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비교해 뱅크샐러드는 실제로 돈의 거래보다 그 ‘기록(데이터)’을 보여주고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너무 많아 선택이 힘들었던 카드와 보험 등 금융 상품 정보를 분석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찾아주거나(카드 추천), 개인의 신용 등급을 확인한 뒤 신용 점수를 올리는 데 중요한 비금융 정보를 신용 평가사에 제출하고(신용 관리), 국내 최초로 신용 등급에 따라 금리·한도·승인 여부까지 확정된 제1금융권 대출 상품을 추천(대출 협상)하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건강검진과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보험 상품을 추천해 주는 보험 설계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마이데이터와 뱅크샐러드가 만났다
“데이터를 고객에게, 고객을 더 파워풀하게.” 레이니스트는 지난 1월 8일 ‘데이터 중심의 금융’을 선도하기 위한 뱅크샐러드의 MTP를 새롭게 발표했다.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이라는 뜻의 MTP는 기업의 근간이 되는 조직의 목표를 말한다. 레이니스트는 이날 ‘고객 데이터 약속’ 시행도 함께 다짐했다. ‘데이터의 소유권은 오직 고객에게 있습니다. 회사의 수익이 아닌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상품을 추천합니다’ 등의 항목이 담겨 있다.
이날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과거에는 금융 정보 비대칭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며 “앞으로는 ‘데이터 기업’으로 진화함으로써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안정적인 금융 혜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각오도 더했다. 향후 뱅크샐러드가 진화해 나갈 방향성이 ‘종합 금융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권의 ‘데이터 빅뱅’을 앞두고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는 2023년까지 국내 데이터 시장을 30조원 규모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이를 위해 현재 ‘데이터 경제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지급 결제망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하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9년을 기점으로 국내 금융 생태계에 ‘혁신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뱅크샐러드는 2018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에서 금융 분야 핵심 시범 기업으로 선정됐다. 마이데이터는 쉽게 말해 ‘개인이 정보 용도를 결정해 직접 활용하거나 제삼자와 공유하는 제도’다. 레이니스트에서 전략기획 총괄을 맡고 있는 장한솔 PMO는 “기존에는 같은 금융지주사의 은행과 카드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개인은 이와 같은 금융 정보를 하나의 앱에서 볼 수 없었다”며 “이처럼 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분절돼’ 있던 경험들을 마이데이터 시대에는 하나의 서버에서 다 통합해 보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금융 데이터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기존 금융사들로부터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중이다. 지난해 신한카드·키움증권·한화투자증권·NH투자증권에 이어 올해도 교보생명·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현대캐피탈·현대해상·DB손해보험과 손을 잡았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협약을 통해 빅데이터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 금융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 출시하기로 했다. 기존의 금융사들에 데이터 금융에 강점이 있는 뱅크샐러드는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 금융이 주목받을수록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은 넘어서야 할 과제다. 현재 뱅크샐러드는 보안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별도의 보안팀을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보안 예산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보안 솔루션을 추가 도입하고 시스템 강화에 힘쓰고 있다.
장 PMO는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시도 중”이라며 “최대한 많은 금융사를 연결함으로써 ‘마이데이터’로 촉발된 금융 데이터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한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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