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원더풀! 전기차 라이프]
- ‘서울시 1호 오너’ 최영석 차지인 대표
- 과금형 콘센트 개발해 창업까지
“전기차만 세 번째 구매…세컨드 카가 아니라 우리 집 메인 카죠”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13년 여름 제주도에서 처음 타 본 전기차가 한 남자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원래부터 성격이 마음에 들면 일단 해(사)봐야 하고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그에게 전기차는 탈것을 넘어 꼭 연구해 봐야 하는 과제와도 같았다.

곧바로 전기차 구매를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문제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구매할 방법이 없어 1년 넘게 기다려야만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기차를 2014년 12월 받게 됐다. 최영석(47) 차지인 대표의 이야기다.

최 대표는 전기차 1세대 오너다. 2014년 전기차를 샀던 1075명의 ‘퍼스트 펭귄(무리 중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든 펭귄)’ 중 한 사람이다. 타이틀도 ‘서울시 1호 전기차 오너’로 등록돼 있다. 4월 2일 그를 만나 전기차 오너가 된 계기와 전기차로 바뀐 일상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전기차만 세 번째 구매…세컨드 카가 아니라 우리 집 메인 카죠”
◆ 자타 공인 전기차 전도사

최 대표는 전기차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본 순간 ‘이거다’라는 느낌이 확 왔어요. 친환경차라는 부분은 제쳐두고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할 때 전기차는 무조건 내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곧바로 신청하게 됐죠.”

최 대표의 생각은 옳았다. 매월 50만원이 들던 차량 유지비가 월 2만원대로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저도 전기차를 구입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세컨드 카 개념으로 구입했어요. 그런데 막상 타보니 경제적인 메리트가 너무 커 메인 카가 되더라고요.

전기차를 구매하고 얼마 안 돼 기존에 있던 승용차를 팔아버렸어요. 전기차를 몰 때 가장 골치인 충전에 대한 습관을 들이니까 굳이 유지비가 비싼 차를 몰 이유가 없더라고요.”

전기차에 매력에 빠진 것은 최 대표만이 아니다. 그의 부인도 이제는 전기차 마니아가 됐다. 전기차를 처음 구입했을 때만 해도 최 대표의 부인은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실용적이지 못하고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최 대표는 부인에게 “또 고급 취미 생활 하나 시작한다”는 핀잔도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최 대표보다 부인이 전기차를 더 좋아한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이 부부가 한 달에 차량 2대를 사용하면서 지출한 기름 값이 8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4만원이면 충분하다.

현재 최 대표 부부는 전기차 두 대를 소유 중이다. 쉐보레 볼트 EV(2017년 구입)와 기아차 니로 EV(2018년 구입)다. 2014년 구입했던 첫 전기차 BMW i3는 당시 ‘3년 운행 후 차량 가격 50% 페이백 프로그램’에 맞춰 반납하고 둘째 전기차로 볼트를, 셋째 전기차는 니로를 구입했다.

두 차 모두 300~400km 주행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주행에 큰 불편이 없다. 볼트를 구입한 후 1년 6개월 동안 5만km를 주행했다. 내연기관 차량 연간 평균 주행거리 2만km보다 더 많이 달린 셈이다.

최 대표는 전기차도 내연기관 차 못지않게 많이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차를 구입하고 1년간 충전이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들 의아해 하더라고요. 어떻게 전기차로 1년에 3만km를 타느냐고요. 습관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휴대전화 충전할 때 배터리를 다 쓰고 충전하지 않잖아요. 전기차도 똑같습니다. 좀 부족하다 싶고 어디 멀리가야 한다 싶으면 수시로 충전하는 습관을 들이면 됩니다.”

최 대표는 자타 공인 전기차 전도사다. 그가 전기차를 처음 구입하고 난 후 그의 주변 지인 11명이 전기차로 바꿨다. 그가 적극 권유했다. 집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고 도심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득이라고 설득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BMW i3가 200대 정도 팔렸는데 최 대표가 팔아준 BMW i3가 본인 것까지 12대인 셈이다.
“전기차만 세 번째 구매…세컨드 카가 아니라 우리 집 메인 카죠”
◆ 전기차로 새로운 직업을 찾다

전기차를 타며 불편했던 점은 최 대표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우선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2014년 구매한 전기차는 i3다. 완전 충전 시 주행거리가 120km에 불과했다. 당연히 주행에 많은 불편이 뒤따랐다.

i3를 타고 먼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동 중간중간 충전소를 찾아야 했고 어렵게 찾은 충전소는 다른 차량이 충전중이거나 고장이나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이 때문에 충전소를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반복됐다. 참다못한 최 대표는 곧바로 충전기를 운영하는 포스코ICT를 찾았다.

“원주에 있는 이마트 충전소가 사용이 가능하다고 불이 들어와 있는데 아무리 해도 사용이 안 되는 거예요. 곧바로 포스코 ICT에 따졌죠.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스위치를 올려야 하는데 당시 아무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충전기여서 포스코ICT 측에서도 원인을 몰랐던 거죠.”

이 사건을 계기로 최 대표와 포스코ICT는 인연을 맺게 됐다. 전기차 이용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했던 포스코ICT 측에서는 최 대표에게 이용자 관점에서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물었고 최 대표는 본격적으로 이용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2년여 동안 전기차를 몰며 문제점을 살펴보다 보니 수많은 보완점이 보였다. 역시나 충전 문제였다. 주로 공공기관 건물이나 대형 건물 그리고 아파트에 설치된 충전기는 대부분 1~2대에 불과해 여러 사람이 나눠 쓰기 어려운 구조였다.

지금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전기차 보급이 더 늘어나면 충전 대란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충전기를 더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이 7kW 용량으로 여러 대를 설치하기는 한국의 전력 공급 시스템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 대표는 포스코ICT 측에 이러한 보완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렸고 포스코ICT 측은 최 대표에게 직접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하며 현대차그룹 서비스 개발 운영과 쏘카 차량 단말기 플랫폼을 만들었던 그를 포스코ICT 측이 알아본 것이다.

급기야 2016년 말 최 대표는 사비를 털어 전기차 완속 충전 민간 서비스 사업자인 차지인이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 개발에 나섰다.

전기차 과금형 콘센트는 220볼트 콘센트만 있다면 건물 어디에나 수십 대를 설치할 수 있는 제품으로, 특히 건물주들이 설치하면 전기차 이용자들로부터 충전 요금을 받을 수 있어 충전기 보급 확대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물론 220볼트로 충전하기 때문에 충전 시간(완충 시 평균 30시간 소요)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도심에서 출퇴근하는 회사원들에게는 충분한 충전 전력을 공급한다. 최 대표는 이 충전기 개발을 위해 1년 가까이 연구에 매달려 2017년 10월 개발했다.

하지만 전력 공급과 판매는 한국전력만이 할 수 있다는 법 조항 때문에 그동안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샌드박스 임시 허가 1호’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KK-Kiunsen에 과금형 콘센트를 공급하기로 계약하는 등 겹경사를 맞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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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9호(2019.04.08 ~ 2019.04.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