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시장 규모 10배 성장…이커머스·IT기업 진입 가시화

"배달 앱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 신규 사업자 진입 러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독일에 본사를 둔 음식 배달 대행업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지난 3월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직접 자리에 나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인 사업 계획과 목표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이 같은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1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가진 기자 간담회였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달 앱 시장 진입 기업들이 늘어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인 만큼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해 간담회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음식 배달 앱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배달 앱 시장은 두 회사가 양분해 왔다. 요기요를 비롯해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3개 앱을 모두 합쳐 약 40%로 2위다.


1위는 ‘배달의 민족’으로 점유율은 약 55%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계속 시장이 커지자 여러 업체들이 자체 배달 앱 출시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쿠팡·위메프도 배달 앱 시장 진입

배달 앱 시장에 신규 진입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달 앱 시장이 여전히 ‘블루오
션’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약 3000억원이었던 배달 앱 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3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6년 사이 10배나 시장이 커진 셈이다. 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약 90만 명에서 지난해 2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식사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여러 기업들이 배달 앱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달 앱 시장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미 자체적으로 배송이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와 관련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만큼 배달 앱 시장에서도 이를 활용해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커머스 강자로 분류되는 쿠팡과 위메프는 배달 앱 시장에서도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됐다. 쿠팡과 위메프는 각각 배달 앱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며 시기를 엿보고 있다.

서비스 출시는 위메프가 다소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위메프 관계자는 “4월 중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와 강남·서초구 골목상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협상을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일정이 없다. 쿠팡 관계자는 “배달 앱 명칭은 일단 쿠팡이츠다. 이를 두고 각종 예상들이 무성한데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며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맞지만 시기는 미정이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배달 앱을 내놓을지 아니면 기존 쿠팡 앱을 통해 이를 개시할지 등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달 앱 시장 공략을 위한 이들의 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의 장점을 살려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배달 앱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음식점을 유치해 소비자와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중개 방식’이다. 이 경우 배달은 ‘부릉’과 같은 배달 전문 대행업체가 맡는다. 단순히 중개에만 그치지 않고 자체 배달 인력(라이더)을 통해 직접 배달까지 직접 진행하는 방식도 있다.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면 배달의 민족 앱 내부에도 ‘배민 라이더스’라는 서비스가 따로 있는데 이것이 후자에 속한다.

위메프는 기존에 출시한 O2O 서비스 ‘위메프 오’를 통해 배달 앱 서비스를 내놓기로 방침을 세웠다. 서비스 명칭은 ‘위메프 오 배달·픽업’으로 정했다. O2O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오로지 고객과 음식점을 연결하는 중개 역할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라이더를 따로 고용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지만 기존에 배송에서 가진 장점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라이더스와 같이 배달원(라이더)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고용해 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두 곳 모두 현재 네이버 앱과 카카오톡 앱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기능을 추가해 놓았다.


굳이 배달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주변의 음식점을 검색해 이를 바로 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배달 앱을 출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강신봉 대표는 이번에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배달 앱 시장을 거대 공룡인 네이버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며 네이버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고 있다는 생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존 업체들 대응책 마련에 분주

신규 업체들의 배달 앱 출시 계획에 맞서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던 곳들 역시 분주해졌다.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은 광고 상품 ‘슈퍼리스트’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배달의 민족은 그간 경매 형식으로 앱 내 최상단에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노출할 수 있도록 해왔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돈이 됐지만 경쟁자가 늘면서 이를 결국 폐지한 것이다. 별도의 경쟁 없이 누구나 최상단 광고 노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변경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대구 등에서만 운영하던 배민라이더스의 서비스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해 보다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올해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을 책정하는 등 시장 입지를 굳히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운영 중인 앱들이 보다 원활하게 신규 음식점을 유치하도록 돕는다는 전략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배달 앱은 보유하고 있는 음식점 수가 중요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곳은 음식점 수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요기요에 입점한 음식점 수는 약 6만 개, 배민은 8만 개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배달 앱 시장이 커지고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에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일단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배달 앱 업체들 역시 보다 많은 음식점을 유치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들을 계속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의 질 또한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배달 앱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 신규 사업자 진입 러시
다만 수익이 관건이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기업들이 다양한 할인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며 “순기능도 있지만 분명 그림자도 존재한다.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면 라이더들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배달원들이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인 만큼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배달 앱 업체들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역시 배달 앱 업체들의 수익이 악화되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배달 앱 업체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지금보다 더 배달 앱이 자영업자 위에 군림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만약 배달 앱 업체들이 광고 비용을 올린다고 가정해 보세요. 결국 비싼 광고를 할 수 있는 돈 있는 자영업자들만 매출이 늘어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이 교수의 얘기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9호(2019.04.08 ~ 2019.04.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