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병호 에어로케이항공 대표 “2020년 초 취항 목표, 잠재 고객 700만 명”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 "'초저가 운임'으로 밀레니얼 세대 겨냥한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지금 국내 경제·산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곳은 단연 항공업계다. 경영권 승계와 새 주인 찾기 등 대형 항공사들은 각자 현안으로 분주하다.

변화의 조짐 속 신규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와 과거 LCC들처럼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맞선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둔 신규 LCC ‘에어로케이’는 재도전 끝에 면허를 거머쥐었다. 저렴한 운임의 ‘ULCC(Ultra Low Cost Carrier)’를 내세워 충청권과 경기 남부 여행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 높은 평가를 얻었다.

지난 4월 16일 만난 강병호 에어로케이항공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는 ‘젊은 항공사’를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비행을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으로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취항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2020년 초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운항 증명(AOC)은 올해 7~8월 사이에 신청할 계획이에요. 1년 차에는 청주와 일본·중국·베트남 노선에 취항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 어떤 공항에 취항할지에 대해선 시장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항공기는 국제선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3대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기종은 모두 에어버스 A320이에요. 항공기를 매년 3~5대 점차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재도전 끝에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획득했습니다. 성공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자본금을 확충하고 노선 계획에서도 다수의 항공사가 참여한 곳이 아닌 신규 노선을 개척함으로써 개선해 나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 면허 심사에서 고려됐던 ‘과당경쟁’ 항목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3년간 운항한다는 조건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은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3곳의 사업자가 면허를 획득하며 공급과잉이 이뤄지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항공 산업에서의 규제는 경쟁을 제한하기보다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시장에서 LCC의 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움직임이에요. 한국 항공업계는 그동안 대형 항공사 위주의 시장이었죠. 2003년 한성항공(옛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LCC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어요. 그 후 또 한 번의 시장 변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업자의 경쟁은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유발한다고 봐요. 동시에 경쟁이 이뤄짐으로써 ‘적자생존’이라는 말처럼 시장에 적응하는 사업자들만 살아남을 거예요. 수요 또한 항공 사업자들이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어요.

한국에 LCC가 등장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비행이 가능해졌죠. 이는 기존에 여행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새로운 고객층으로 흡수할 수 있었어요.”

▶에어로케이는 신규 LCC 중 가장 많은 자본금(48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에어로케이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에어로케이는 출범 과정에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LCC들의 모델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사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 맞게 설계했죠. 투자와 관련해선 이 부분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택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고요.”

▶기존 LCC 사업자들과는 어떤 차별화 전략을 택할 계획인가요.

“국내 LCC들은 운임은 저렴하지만 서비스 면에서 완벽하게 절감하지는 않았다고 봐요. 이는 대형 항공사의 서비스에 익숙했던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과도 연관이 있겠죠. 하지만 ‘저비용 항공사’는 이름 그대로 낮은 운임이 최우선시돼야 한다고 봐요.

에어로케이는 ‘초저가 운임’을 내세운 ULCC 모델을 택했어요. 과거에 여행객들은 서비스를 중시했지만 지금의 국내 고객들은 외국 LCC 에어아시아나 비엣젯 등을 이용하며 ‘저비용 항공사’라는 모델에 익숙해졌죠.

특히 2030세대는 서비스보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요.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초저가 운임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그 비용을 안전 설비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여러 경쟁자들이 있지만 자리를 잡는 항공사들은 결국 효율적인 비용에 초점을 맞춘 회사들이 될 거예요.”

▶운임을 대폭 낮추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항공사가 운임을 낮추기 위해선 공항 이용료와 정비 비용,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우선 공항 이용에서는 붐비지 않는 청주공항을 허브로 활용함으로써 대기시간을 줄일 겁니다. 정비에서는 단일화한 항공 기종을 사용해 효율적인 정비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판매에서도 B2C 비중을 높일 예정이에요. 고객이 직접 항공 티켓을 구입함으로써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매출 구조의 투명성을 꾀하려고 해요. 여행사를 통한 B2B 판매의 비중이 높으면 항공사의 고객이 아닌 여행사 고객이 되겠죠. 직접 판매를 통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고객들을 ‘우리 고객’으로 확보할 것입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청주는 지리적으로 한국의 중간에 자리해 있고 전국 각지에서도 약 2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에요. KTX 오송역과도 가깝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최적의 위치라고 여겼죠.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지역의 수요가 꼭 뒷받침돼야 해요.

청주는 대전·세종·천안 등 충북권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어 약 700만 명 정도의 잠재적 고객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에어로케이에 거는 충북권의 기대가 큽니다. 지역 경제에 어떤 식으로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두는 항공사가 취항한다면 여러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태국 방콕의 돈무앙 국제공항은 다수의 LCC가 이전하며 세계 최대의 LCC 공항으로 탈바꿈했어요.

영국의 루튼공항은 LCC 이지젯이 모항으로 사용하면서 2013년 기준 9400여 개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를 발생시켰죠. 직간접적 경제 효과만 해도 약 13억 파운드(약 1조9467억원)에 달해요.

에어로케이는 고용 창출에서도 청주를 우선하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 13개 대학들과 양해각서(MOU)를 맺었어요. 객실 승무원이나 조종사의 채용에서도 현지 인력들의 비율을 절반으로 채울 것입니다.

청주공항 인근 에어로폴리스 1지구를 활용하는 여러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면허를 발급받았지만 운항 증명 절차도 거쳐야 하고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에어로케이는 앞으로 양질의 선택권을 항공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겁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2호(2019.04.29 ~ 2019.05.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