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Ⅲ]
-한샘·현대리바트 이어 업계 3위 안착,
시장 확대·서비스 강화 등 ‘메기효과’ 톡톡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5년…무엇이 달라졌나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2014년 12월 글로벌 홈 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가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을 열면서 한국 시장에 첫 깃발을 꽂은 지 올해로 5년이 됐다. 스웨덴에서 온 이케아는 2018년 8월 기준 전 세계 49개국에서 41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광명과 고양 두 곳에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 상륙 5년 만에 매출액 규모로 한샘과 현대리바트에 이어 업계 ‘빅3’로 진입했다. 이케아코리아는 2016 회계연도 매출이 단일 매장으로 역대 최대인 3450억원을 기록했다. 2018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어난 4716억원이다. 연간 총방문객 수도 34% 증가해 870만 명을 돌파했다. 이케아패밀리(멤버십) 가입자 수는 160만 명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매장 두 곳과 지난해 9월 공식 론칭한 온라인 판매(이커머스)만으로 이룬 성과로는 파괴적이다.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5년…무엇이 달라졌나

◆ 이케아, 인기 비결은?


이케아는 사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것이 많다. 매장이 아직 두 곳밖에 없고 그마저 서울이 아닌 경기권에 있다. 다른 가구 업체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만큼 품질이 떨어지고 완제품이 아니라 직접 조립하는 DIY 형태로 판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2018년 8월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의 2017년 대비 29% 매출 성장을 언급하며 “한국은 이케아 진출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케아의 성공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공간에 대한 높아진 관심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이케아 제품은 북유럽풍 디자인에 실용성을 갖춘 데다 저렴해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 증가로 온라인 집들이가 화제가 되면서 홈 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이케아의 국내 진입과 맞물려 홈 퍼니싱 시장도 커지고 있다.

김해룡 건국대 국제비즈니스학부 경영학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연출하려는 소비자 니즈가 커졌고 홈 퍼니싱 시장 확대가 맞물려 이케아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저렴하면서 실용성과 심미성을 갖춘 ‘칩 시크(cheap-chic)’의 대표 격인 이케아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같은 것들이 더해져 가성비를 추구하며 자기만의 공간을 경제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열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케아의 인기 요인으로 다양한 쇼핑 콘텐츠로 구성된 매장을 꼽았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이케아를 단순히 구매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방문해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시간도 보내는 복합적인 쇼핑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것이 한샘이나 현대리바트 등 국내 업체와 차별화된 점”이라며 “홈 퍼니싱 열풍 속에서 품질은 떨어져도 트렌드에 맞게 합리적인 가격대로 가구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고 이케아가 그 욕구를 충족해 주는 최적의 수단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 전문점 논란은 진행형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올 당시 관련 업계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이케아 공습’에 중소 가구 업체와 지역 상권이 초토화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푸드코트·식품 매장 등을 갖춘 데다 패션 아울렛을 기반으로 식품과 리빙 분야를 강화한 롯데아울렛과 함께 입점해 있어 사실상 복합 쇼핑몰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상 쇼핑몰이 아닌 가구 전문점으로 분류돼 신세계 스타필드나 롯데몰과 달리 의무 휴업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에 대한 형평성 논란과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통업계는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케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이케아와 3km 거리에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점을 먼저 개점했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이케아는 왜 쉬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일각에선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 상생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 업체는 이케아 진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함께 성장한 측면이 있지만 중소 업체들은 이케아 입점의 영향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케아가 지역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8년 11월 중소기업연구원의 ‘전문 유통 업체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및 규제 적정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와 2km 미만의 근접한 상권에서 주력 업종(가정용 직물 제품 소매업, 가구 소매업, 전기용품·조명장치 소매업, 식탁·주방용품 소매업)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도 이케아는 추가 매장 오픈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20년까지 국내 매장 5곳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기흥점, 내년 1분기 동부산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또 서울 외곽 지역 오프라인 2곳이라는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9월 이커머스를 공식 론칭했다. 고객 접점을 다양화하는 멀티 채널 전략을 구사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꾀하려는 복안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한국 상륙 5년에 대해 업계에선 ‘메기 효과’를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7조원 규모였던 국내 홈 퍼니싱 시장은 2017년 13조원대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커진 것이 전적으로 이케아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케아가 트렌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기존에는 ‘가구는 비싸고 이사할 때만 구매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조립식인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접근성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경쟁 상대인 것은 맞지만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한 측면도 있고 오히려 결과적으로 같이 성장했다고 본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측면이 있고 관련 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이케아가 일부 기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이케아 한국 진출 5년 동안 국내 가구업계는 얼마나 달라졌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라이프스타일 관련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무엇보다 가구업계 ‘빅3’인 한샘·현대리바트·이케아는 올해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아는 업계 1, 2위인 한샘과 현대리바트뿐만 아니라 퍼시스그룹·까사미아 등 사업 분야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각 사가 겸비한 전문성과 강점을 살리는 신사업 등으로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추가 출점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5년…무엇이 달라졌나

◆ 한샘·현대리바트·퍼시스, 히든카드는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은 국내에 이케아가 들어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이케아 한국 상륙 5년 동안 한샘은 매출 2조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한샘은 지난해 전년 대비 6.5% 감소한 1조92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케아 영향이 아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매매 거래 감소 때문이었다.

한샘은 주력 사업인 ‘한샘리하우스’를 통해 매출 2조원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5~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주택 매매가 줄고 재건축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노후 주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고 있어 한샘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그동안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케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왔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 최 회장은 “세계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인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완성한다면 그 어느 업체도 따라오지 못하는 굳건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케아와 비교되는 한샘의 강점에 대해 리하우스 패키지를 꼽았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샘과 이케아가 직매장을 열어 비즈니스하는 것은 현재 기준에서는 뚜렷한 성장성을 찾기 어렵다”며 “한샘은 이를 보완해 이케아나 다른 업체가 하지 못하는 노후 주택에 대한 인테리어 토털 패키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5년…무엇이 달라졌나
2018년 매출 1조3517억원으로 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는 올해 가성비의 대명사 이케아와 구별되는 프리미엄급 소재를 통한 ‘품질 고급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현대리바트는 4월 15일 국내 가구 업체 중 처음으로 세라믹 타일을 적용한 주방 가구 ‘8100G 테라(가칭)’ 시리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주방 인테리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고급 소재와 차별화된 제조 공정 등 제품 고급화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주방 가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테라 시리즈’는 세계 3대 세라믹 타일 기업 플로림(FLORIM)의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제품인 ‘플로림 스톤’을 적용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8100G 테라 시리즈’에 적용된 플로림 스톤 세라믹은 해외 명품 주방 가구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세라믹 타일보다 고가의 프리미엄급 소재”라며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 명품 가구 브랜드의 주방 가구와 비교해 품질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발쿠치네(Valcucine), 독일 라이히트(LEICHT) 등 해외 명품 주방 가구가 판매 중인 세라믹 타일 주방 가구의 국내 판매가격(132㎡, 공급 면적, 아파트 기준)은 1억~1억5000만원 수준이다.

현대리바트는 또 올해 실적 상승 기대감도 자아낸다. 업계에선 모그룹인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H&S와 2017년 12월 합병하고 2018년 12월 현대L&C(전 한화L&C)를 인수한 합병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퍼시스그룹은 올해 사무용 가구 전문 브랜드다운 제품력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퍼시스그룹은 퍼시스·시디즈·데스커·슬로우·알로소·일룸 등 총 6개의 전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무 가구 브랜드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퍼시스는 ‘창의성을 말하는 회사가 있고 공간으로 보여주는 회사가 있습니다’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며 사무 환경 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다.

시디즈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영역에서 좋은 의자를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소비자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데스커는 뚜렷한 리딩 브랜드가 없었던 코워킹 스페이스와 스타트업 오피스를 위한 가구 시장을 선도하며 고객층을 더욱 세분화해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제품과 활동을 준비 중이다.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슬로우는 온도에 따라 물성이 변하는 기존 메모리폼과 달리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슬로우만의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폼, ‘토퍼 매트리스’나 ‘모션 매트리스’와 같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슬로우만의 제품력으로 성장세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생활 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지속적으로 신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간다. 다양한 가족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할 방침이다.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5년…무엇이 달라졌나

◆ ‘유통 공룡’ 신세계·롯데도 홈 퍼니싱 강화

까사미아는 올해 3월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지 1년을 맞았다. 후발 주자인 만큼 올해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올해 유통망을 계속 확대해 연내 20~30개 매장을 열어 총 100개 매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점포 확대뿐만 아니라 상품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이엔드 가구 ‘라메종’을 3월 새롭게 론칭했다. 하반기에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추가로 출시, 프리미엄 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 까사미아 고객에게 신선한 변화를 체험하도록 함과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3월 (주)까사미아를 인수하며 리빙 영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 약 14조원 규모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홈 퍼니싱 시장을 겨냥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통해 유통 채널의 라이프스타일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단순 가구 브랜드를 넘어 제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더 넓은 차원에서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신세계 계열사 편입 1년 동안 사업 성장을 위한 기반을 잘 다져온 만큼 올해는 홈 퍼니싱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 공룡’ 이케아, 한국 상륙 5년…무엇이 달라졌나
이케아의 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의 홈 퍼니싱 시장 진출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올해 하반기 강남 상권에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더콘란샵’을 열고 롯데백화점을 대표하는 리빙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더콘란샵은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런스 콘란 경이 설립한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으로 유명 디자이너 가구를 비롯해 홈데코·주방용품·식기·침구 등 다양한 리빙 아이템에서부터 취미용품·키즈·패션잡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김해룡 교수는 “이케아도 올해 출점 확대뿐만 아니라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도 ‘제2 이케아’로 불릴 만한 새로운 브랜드가 많이 생겨날 수 있고 연관 분야도 확대되면서 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케아와 국내 업체들의 경쟁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서로 윈-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2호(2019.04.29 ~ 2019.05.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