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전국 108만 개 기업 빅데이터 분석]
NICE평가정보 빅데이터 서비스와 공동으로 상장사 대표이사 2170명 조사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유능한 기업에는 유능한 리더가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이란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어진 조건에서 그 이상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흔히 성장과 이익을 이끄는 리더에게 “경영 수완이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 경영 수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 다양한 조건 가운데 ‘경영자의 특징’이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를 통해 알아봤다.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 빅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한국 기업의 대표이사 프로필을 분석했다. NICE평가정보가 보유한 상장 기업 전체에 대해 정보를 들여다봤고 크게 세대 데이터와 출신 대학 데이터를 주목했다. 직위에 대표이사라는 표현이 포함된 인물들의 정보다. 일부 한 회사에 2~4명의 공동 대표이사가 있으면 모두를 포함했다. 이 같은 경영자의 특성이 기업 실적에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 하고 두 데이터를 정렬했다.

업종별 대표이사 평균연령 비교
10년 사이에 그대로 10살 늘어
제조업 CEO의 정점은 ‘50대 후반’…서비스업은 ‘70대 초반’
경영자가 태어난 연도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예컨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는 기업인들의 성공 신화의 조건으로 ‘태어난 해’를 꼽고 있다. 빌 게이츠, 고 스티브 잡스, 고 폴 앨런 등 정보기술(IT)업계의 구루들은 동시대성(1953~1956년)을 가지고 있고 출생 연도가 성공의 결정적 요소였다고 주장한다.

‘한국 기업 사장의 적령기’는 언제일지, 대표이사 평균연령을 비교해 봤다. 동시대성에 따라 경영자의 자질이 갖춰진다면 특정 업종에 따라 사장의 적령기도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2008년과 2018년 상장 기업을 기준으로 업종별 업체 수와 평균연령을 추출했다. 국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업종은 주식 업종명을 따랐다.

먼저 2008년 상장 기업 대표이사의 평균연령은 51.89세로 나타났다. 업종별 대표이사 나이를 평균값으로 구한 결과다. 10년 후인 2018년엔 연령대가 61.71세로 올라갔다. 10년 사이, 열 살 차이가 나타났다. 우리 사회 급격한 고령화와 정년 연장 등이 경제활동 현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상장기업 대표이사 평균 스펙은 몇 가지 방향성을 지닌다. 첫째, 40대 최고경영자(CEO)가 사라졌다. 10년 전인 2008년에는 40대 중반 이후부터 두각을 나타내 50대 초반에서 평균을 이뤘다. 그런데 2018년엔 50대에서 시작되고 전에 없던 60대가 새롭게 등장했다.

둘째, 격변기에는 ‘패기’보다 ‘경험·연륜’이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고 젊은 혁신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다. 현장을 지휘하는 이들의 무기는 패기보다 관록과 경험이다. 업종별로 볼 때 부동산의 경우 많게는 70대 CEO도 존재한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은 CEO 연령이 비교적 젊다. 총 57개 업종 가운데 18개 업종에 50대 CEO들이 포진돼 있다. 그 가운데는 소프트웨어·인터넷·반도체·IT부품 등 첨단 IT 관련 업종이 모여 있다. 이 밖에 콘텐츠와 관련된 디지털 콘텐츠 업종도 50대 CEO로 구성된다. 한편 50개 업종 중 대표이사의 나이가 가장 젊은 업종은 숙박·음식업(50.61세)으로 나타났다. 이 업종은 독특하게 2008년(57.36세)과 비교해 유일하게 대표이사 나이가 역전됐다.
제조업 CEO의 정점은 ‘50대 후반’…서비스업은 ‘70대 초반’
계속해서 대표이사의 나이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관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즉, ‘어느 연령대의 사장이 실적이 좋은지’에 대해서다.

먼저 2019년 현재 상장 기업(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관리 포함) 기준으로, 상장 기업 1인당 매출액을 출력했다. 종업원 1인당 매출액과 함께 대표이사의 평균연령을 동시에 들여다봤다. 그 결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영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나타났다. 나이를 먹어도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기업이 되레 실적이 좋았다.

세대와 실적 데이터에서 ‘경영자의 피크’를 찾아봤다. 는 업종에 따라 대표이사의 나이를 가로축에,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을 세로축에 나타낸 것이다. 전체 업종을 크게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주력 산업의 대표성을 나타냈다. 여기에 금융업과 기타를 포함해 전체 업종을 총합계로 표기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의 나이가 40대, 50대로 진행됨에 따라 실적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업종인 제조업에서 경영자의 피크는 55~59세로 나타났다. 이때 평균 1인당 매출액은 7억7737만2000원에 이른다. 제조업 그래프를 보면 점차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50대 중·후반에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후 곧바로 꺾이지 않고 75~79세(7억6804만3000원)에 이르기까지 1인당 매출액 7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80세 이후(2억4779만9000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CEO 성과 피크가 더 뒤쪽에 찍힌다. 45~49세(4억3322만7000원)에서 시작해 50대 중반 이후로 실적이 꾸준히 좋아져 70~74세(11억4223만3000원)에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75~79세(10억7899만3000원)에도 역시 1인당 매출액 10억원대를 유지한다.

또한 제조업·서비스업·금융업·기타 업종을 포함한 총합계 그래프에서도 70대 초반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35~39세(3억9813만8000원)에서 시작한 성과 그래프는 70~74세(15억7032만4000원)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일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서는 45~49세가 경영자의 피크로 나타났다.

이 밖에 업종을 상장 기업 기준으로 세분화해 볼 때 1인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업종은 보험(59억3969만4000원)이었다. 전기가스업(32억9398억7000원)과 금융업(24억3953억1000원)도 높은 실적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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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