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지배구조·매각 이슈 계기로 우선주 급등…“상승장 끝물 신호” vs “배당주로 매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개인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우선주 열풍이 불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린 우선주가 상한가를 이어 가는 중이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종목 이름 뒤에 ‘우’가 붙는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배당은 액면가 기준 1% 정도 더 받는 게 특징이다.

우선주는 1988년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주식시장 개방으로 외국자본이 몰려들면 결국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선주 열풍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배당성향이 높은 우선주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견과 반대로 우선주에 올라타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는 쪽으로 나뉜다.

◆한진칼우 3배·금호산업우 2배 상승
다시 찾아온 ‘우선주 열풍’…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지난 4월 한 달간 가격이 눈에 띄게 급등한 우선주는 한진칼우(207.03%)·금호산업우(144.44%)·대한항공우(59.27%) 등이다.
다시 찾아온 ‘우선주 열풍’…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3월 29일 종가 기준 1만6350원에 거래되던 한진칼 우선주는 4월 30일 3배 이상 뛰어오른 5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4월 17일 장중 한때 8만19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4월 한 달간 한진칼 보통주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지만 상승 폭은 40%대에 머물렀다.
다시 찾아온 ‘우선주 열풍’…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3월 29일 종가 기준 1만3750원으로 잠잠하던 대한항공 우선주도 4월 8일부터 오르기 시작해 4월 15일 장중 5만300원을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 갔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이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기적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호산업 우선주도 4월 들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가 불거지면서 급등했다. 3월 29일 종가 기준 2만2050원에 그쳤던 금호산업 우선주는 4월 30일 2배 이상 뛴 5만3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시 찾아온 ‘우선주 열풍’…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매수 후보로 거론되는 SK와 한화그룹 계열사 우선주까지 춤을 췄다. SK네트웍스우와 한화투자증권우는 4월 한 달간 각각 87.27%, 32.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SK네트웍스 보통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한화투자증권 보통주의 수익률도 8%대에 그쳤다.

한국거래소는 4월 들어 우선주 급등 현상이 지속되자 한진칼우·대한항공우·금호산업우 등을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불거진 지배구조 관련 이슈는 물론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 우선주에 대한 베팅이 계속됐다”며 “우선주는 발행 물량이 보통주에 비해 워낙 적어 자금이 조금만 유입돼도 주가가 크게 오르는 특성이 있는 만큼 투기적 매수세의 유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의 우선주 급등 흐름이 상반기 상승장 종료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우선주 급등 현상은 시장이 박스권을 형성할 때 투자자들이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중소형주를 찾아 나서고 여기에 투기적인 수요가 겹치면서 고점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우선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후끈’

우선주 열풍에 힘입어 우선주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우선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우선주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인 ‘타이거(TIGER) 우선주’와 신영자산운용의 액티브펀드 ‘신영밸류우선주’ 둘뿐이다.
다시 찾아온 ‘우선주 열풍’…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펀드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4월 30일까지 타이거 우선주는 9.74%의 수익을 올렸다.

타이거 우선주는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코스피 우선주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우선주 중 시가총액 규모가 큰 2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우(펀드 구성 비율 22.19%)·현대차2우B(16.62%)·LG생활건강우(14.44%)·LG화학우(13.22%)·아모레퍼시픽우(8.99%) 등에 주로 투자한다.

신영밸류우선주도 올 들어 8.86%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영밸류우선주는 저평가 위주의 가치주 편입 비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지난 2월 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우(12.66%)·현대차우(3.45%)·LG화학우(3.23%)·금호석유우(3.20%)·대림산업우(3.08%)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다.

우선주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배당성향이 높은 우선주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게 첫째다. 가격이 싼 만큼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보통주를 웃돌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망이 불확실한 시점에는 우선주 등의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배당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은 우량 우선주에 대해 장기적 관점으로 관심을 두거나 더 넓게는 삼성전자 우선주 등 안정적인 종목에 투자하는 우선주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상장 주식 수가 적은 우선주의 특성상 투기적 수요가 몰릴 때는 투자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모 리서치센터장은 “우선주는 거래량이 워낙 적어 소규모 자금으로도 주가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다”며 “잘못하면 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다 최근처럼 우선주의 주가가 단기적 테마에 휘둘릴 때는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