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투자를 부르는 유망스타트업 15] 주상돈 웨딩북 대표 인터뷰
“3년간 매출 ‘0원’, 웨딩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죠”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창업 후 3년 동안의 수익 ‘0’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지만 그동안 모아뒀던 자금도 다 떨어졌다. 그래도 사업을 포기할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고 시장과 소비자들도 원하는 사업 모델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 진입 역시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기존 사업자들의 카르텔이 워낙 견고해 이를 깨고 진입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을 이미 예상했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계획대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시장에서 알아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창업 후 3년간 0원이었던 매출은 4년 차인 2017년 5억원, 2018년 1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예상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고 있다. 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다. 올해(4월 말 기준)에만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바로 결혼 정보 플랫폼 ‘웨딩북’ 주상돈(35) 대표의 이야기다.

◆ 미혼 공대남 5명이 의기투합

주 대표가 운영하는 웨딩북은 창업 준비 기간 2년, 0원 매출 기간 3년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7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통해 예비부부들에게 다양한 결혼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웨딩 전문’ 스타트업이다.

2014년 결혼의 ‘결’자도 모르는 미혼의 공대생 출신 남자 5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주 대표는 창업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결혼하는 당사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웨딩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들의 ‘깜깜이 식’ 사업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웨딩북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웨딩 시장을 보고 합리적인 상품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 주요 웨딩홀의 업무 시스템에 주목했다. 창업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대부분의 웨딩홀에서는 모든 고객 상담 내용을 ‘수기’로 기록·보관하고 있었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정보기술(IT)이 모든 산업에 접목되는 시대의 흐름을 웨딩 시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 대표는 웨딩 시장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고객 상담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웨딩홀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카르텔이 워낙 견고했던 웨딩 시장은 주 대표의 진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을 가지고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2년 넘게 웨딩홀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주 대표의 프로그램을 인정하는 웨딩홀이 늘어났고 서울 시내 웨딩홀 상당수가 웨딩북이 개발한 고객 상담·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얻은 데이터로 주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 시발점이 바로 2017년 내놓은 웨딩북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웨딩북은 ‘거품 없고 투명한 웨딩 정보 플랫폼’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일부 웨딩 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장에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건전한 경쟁을 유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웨딩북을 이용해 결혼한 소비자들이 결혼에 대한 많은 정보와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입소문이 났고 지금은 20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결혼 준비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웨딩 회원 가입자 수 1위, 앱 누적 다운로드 1위, 매달 신규 회원 가입자 수 1만 명 증가, 등록 업체 수 1만 개 등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웨딩북은 이러한 긍정적인 시장 반응에 힘입어 중소기업 창업 투자회사 티비티(TBT)·KDB산업은행·SV인베스트먼트·어센도벤처스 등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현재까지 누적된 투자금은 약 158억원에 달한다.

주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계획대로 사업 스텝을 밟아 나가면서 웨딩 시장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닦은 것이 투자자들로부터 신임을 얻게 된 배경”이라며 “지금도 투자자들에게는 분기별로 실적과 현황 등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오프라인 공간 ‘웨딩북 청담’ 오픈
“3년간 매출 ‘0원’, 웨딩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죠”
2019년 1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웨딩북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과 웨딩 박람회에서만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예비부부들에게 직접 결혼 준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웨딩북 청담’을 지난 3월 마련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에 자리한 ‘웨딩북 청담’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지하에는 직접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는 ‘드레스 피팅’ 공간과 함께 웨딩북과 손잡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들의 카탈로그, 웨딩홀 가상현실(VR) 체험존, 남성 예복 체험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1층에서는 웨딩북 소속 플래너들과 ‘계약 유도 없는’ 상담이 이뤄지며 2층은 신혼집 인테리어와 가구·혼수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아파트먼트’ 공간이 마련돼 예비부부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주 대표는 웨딩북 청담을 만든 이유에 대해 “웨딩 업체와 플래너 그리고 소비자가 계약 성사에 대한 부담이나 압박 없이 편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 즉 1년 365일 웨딩 박람회가 열리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웨딩북 청담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비롯해 연인들이 모여들면서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주 대표는 웨딩북 청담을 신호탄으로 거점을 더욱 늘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르면 내년 늦어도 3년 안에 전국 5대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웨딩북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목표가 올해 매출 100억원이다. 웨딩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인 스드메 사업을 강화해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현재 웨딩북과 제휴한 스드메 업체는 70여 곳인데,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양질의 정보와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매칭하기 위해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플래너도 대거 채용할 예정이다. 현재 웨딩북에 근무하는 직원은 50여 명이다. 앞으로 플래너 중심의 채용을 통해 100명까지 직원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웨딩북은 올해 연말까지 스드메 시장점유율 8%를 계획하고 있다.

주 대표는 “한국의 결혼 문화는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웨딩북은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한국의 결혼 문화를 선도하는 업체로 도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 대표는 인구 감소와 비혼(非婚)을 선택한 젊은 층이 늘어남에 따라 웨딩 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 규모는 20조원 정도이지만 2050년에는 8조~10조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웨딩북이 만들고 있는 온·오프라인 시장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고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패쇄적인 사업자들이 이탈하면서 웨딩북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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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