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생산부터 배송까지 자동 운영되는 ‘스마트 팩토리’
-고혈압 신약 ‘카나브’ 중점 생산 예정
보령제약 수출 전진기지 ‘예산 생산단지’ 가보니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보령제약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생산단지가 최근 예산에 문을 열었다. 보령제약의 예산 생산단지는 생산·포장·배송이 자동 운영되는 ‘스마트 팩토리’다. 향후 보령제약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의 생산을 전담하게 된다. 보령제약의 주요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의약품의 허브’ 예산 생산단지를 찾았다.

◆의약품 첨단 품질 분석 시스템 적용

지난 5월 13일, 충남 예산군 응봉면의 보령제약 예산 생산단지. 정문을 들어서자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가 눈에 띄었다. 62년 수령의 느티나무로, 올해 창업 62주년을 맞은 보령제약의 역사를 상징한다.
보령제약 수출 전진기지 ‘예산 생산단지’ 가보니
이진오 보령제약 홍보팀 차장은 “느티나무는 1000년을 살 수 있는 한국의 고유종”이라며 “보령제약이 100년을 넘어 1000년까지 발전해 나가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심었다”고 말했다.

1957년 서울 종로5가의 보령약국을 모태로 하는 보령제약은 창업 후 신공장 건설에 맞춰 큰 폭으로 성장했다. 1967년 옛 서울 성수동 공장에서 생산한 용각산으로 성장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1970~1980년대에는 옛 안양공장에서 겔포스를, 1990년 이후에는 안산공장에서 카나브를 생산하며 국내 대표 제약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예산 생산단지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예산 생산동 1층에 자리한 포장실에서는 고형제(알약)의 최종 생산 공정인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령제약의 고콜레스테롤혈증(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산트’가 10개들이 1팩으로 자동 포장돼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1분당 최대 350팩을 포장할 수 있는 설비를 적용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보령제약 수출 전진기지 ‘예산 생산단지’ 가보니
보령제약 예산 생산단지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카나브 등 고형제와 항암 주사제 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게 된다. 4층에서 의약품 원료 칭량과 과립 공정이 시작되고 1층에서 완제품이 포장되는 수직형 생산구조로 생산 동선을 효율화했다. 1600억원을 들여 공정의 대부분을 자동화했다.

신상수 보령제약 예산공장장(상무)은 “카나브 패밀리는 중남미·동남아·러시아 등에서 발매된 이후 처방량이 점차 늘고 있다”며 “향후 안산공장의 카나브 생산 시설을 예산 생산단지로 이전하면 카나브 패밀리의 공급이 더욱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현재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한 51개국 이외 국가의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 예산 생산단지는 특히 의약품 생산에서부터 포장·배송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일괄 체계를 갖춘 게 특징이다. 자체 통신 기능이 탑재된 설비들에 권한을 위임해 스스로 작동하는 제조 환경을 구축했다.

생산단지 안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생산관리 시스템(MES)과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생산·경영분야 시스템과 연동해 공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자동 운영된다. 의약품 원료와 부자재가 생산동에 입고되면 무인 크레인 등을 통해 창고로 자동으로 옮겨지고 원료의 출고도 버튼 하나로 가능한 식이다.
보령제약 수출 전진기지 ‘예산 생산단지’ 가보니
보령제약 예산 생산단지는 의약품 원료와 완제품 품질 분석 과정에도 첨단 시스템을 적용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전자 시험 노트’를 도입해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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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영 보령제약 예산공장 QC팀장은 “품질 분석 담당자가 전자 시험 노트의 프로그램에 로그인해 실험 후 특정 의약품 등의 품질 합격 판정을 내리면 중간 검토자와 승인자를 거쳐 자동으로 출고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진항·평택항 인접…수출 최적지

보령제약 예산 생산단지는 접근성도 뛰어나다.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예산수덕사 나들목 인근에 자리한 데다 당진항·평택항 등과 인접해 물류 여건도 유리하다.

보령제약 예산 생산단지에는 ‘보령 정신’을 담은 상징물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옛 안양공장의 통석계단을 옮겨 온 생산동 입구 계단이 대표적이다.

보령제약은 1977년 발생한 안양공장의 수해로 기업이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임직원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해 냈다. 예산 생산단지에 옮겨진 통석계단은 그 ‘청년 보령’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상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지원동 1층에는 보령제약의 역사관인 ‘보령라이프러리(BORYUNG LIFERARY)’가 자리해 있다.

안재현 보령제약 대표는 “예산 생산단지는 세계시장으로 비상하는 보령의 날개이자 ‘인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키고 실현하는 것을 넘어 미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헬스 케어 산업의 새로운 메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신상수 보령제약 예산공장장 “지역과 상생하는 일류 사업장 만들 것”
보령제약 수출 전진기지 ‘예산 생산단지’ 가보니
▶예산 생산단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 개념 설계 단계부터 2017년 착공 이후 올해 4월 준공까지 전 과정을 챙겨 왔습니다. 국내외 유명 엔지니어링 기업과 협업하며 생산단지 완공을 이끌어 온 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죠.”

▶예산 생산단지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밀폐된 시스템에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생산 라인을 모듈화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 것도 특징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이 부분을 특별히 챙겼죠. 기존처럼 고정된 생산 라인을 운영하면 향후 제품 생산 수요가 증가했을 때 라인을 새로 구축하거나 교체하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 생산단지의 라인은 모듈 조립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현재 연간 생산량은 고형제 기준 8억7000만 정, 항암 주사제 기준 600만 바이알 수준이지만 향후 간단한 조치로 고형제 생산량을 기준으로 최대 5배까지 증설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예산 생산단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입니까.

“스마트 팩토리인 만큼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카나브의 수출국도 향후 중국과 유럽 등으로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의약품 전문 인력을 많이 육성해야 하고요. 현재 65명인 근무 인력을 내년에는 1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생산단지 내 보령메디앙스 생산동 등에도 약 130명이 근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 지방세수 증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는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할 생각이고요. 예산 생산단지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이 세계인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5호(2019.05.20 ~ 2019.05.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