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선 매각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효과, 하림그룹 인수 후 ‘곡물 유통’ 진출도
‘21분기 연속 흑자 행진’…3년 만의 불황도 두렵지 않은 팬오션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팬오션이 올해 1분기에도 흑자 행진을 이어 갔다. 매출액에선 다소 부진했지만 영업이익이 소폭 늘어나며 21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5월 15일 공시에 따르면 팬오션의 1분기 매출액은 5348억원, 영업이익은 4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 늘었다.
‘21분기 연속 흑자 행진’…3년 만의 불황도 두렵지 않은 팬오션
◆네 자릿수 무너진 BDI… ‘초저시황기’ 지나

벌크시장에는 3년 만에 불황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21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다.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팬오션은 비수기를 감안해 용선을 억제하고 장기 운송 계약(COA)과 원화 약세의 수혜로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벌크선 시장에서 1분기는 중국 춘제 등의 영향으로 비수기로 분류된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악재까지 겹쳤다. 2016년 1분기 평균 358을 기록했던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까지 1000을 돌파하며 상승 추세를 이어 갔다.

하지만 2019년 1분기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평균 798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175 대비 32%, 전 분기 1363 대비 41.5% 하락한 수치다. 올해 1월 브라질 발레(Vale)가 소유한 광산에서 발생한 댐 붕괴 사고의 여파다. 발레가 사고 직후 광산 댐 10개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연간 철광석 생산량 4000만 톤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댐 붕괴 사고에 따라 철광석 운송 수요가 크게 감소하자 벌크선 시황이 급락했다. 올해 1월 1262였던 BDI는 사고 후인 2월 중순 595까지 하락했다. 브라질 댐 붕괴 사고로 향후 시황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벌크업계는 3년 만에 ‘초저시황기’를 만나게 됐다.

팬오션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의 지속과 브라질 광산 댐 붕괴 사고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시황 급락이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점을 찍은 BDI는 5월 첫째 주 1000을 돌파한 후 5월 20일 1041까지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분기 대비 오르는 추세지만 해운업계는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는 2020년부터 본격화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가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MO의 규제로 선사들은 바다를 누비는 선박들의 황산화물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별도의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 장치)를 설치하거나 선박을 교체하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 큰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물론 2020년부터 시작될 황산화물 규제가 선사들에 무조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환경 규제가 가시화되면서 벌크선의 신규 발주가 급감해 공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으로 시황의 부진을 겪었던 벌크선 시장은 2014년 이후부터 신규 발주와 인도량이 감소하면서 차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황산화물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선박에 대한 개조 작업이 2019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기존 선박들의 가동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20년 이상의 노후선 해체를 촉진함으로써 향후 운임 강세가 이뤄질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21분기 연속 흑자 행진’…3년 만의 불황도 두렵지 않은 팬오션
◆벌크 이어 곡물 유통까지 ‘신성장 동력’ 확보

최악의 시황을 거치며 팬오션이 2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선방한 데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법정 관리를 거치며 장기 운송 계약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수익 구조를 안정화했다. 정연승 애널리스트는 “팬오션은 법정 관리 과정에서 노후선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이미 끝내 현시점에서 가장 현대화된 선대와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한 선사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팬오션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벌크선대의 선령은 6.68년으로 글로벌 벌크 선사의 평균연령이 9.8년인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선대의 연령이 낮을수록 연료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 절감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정 애널리스트는 “팬오션의 부채비율은 2018년 말 기준 55%로 글로벌 벌크선사 중에서도 우량한 재무구조”라고 말하며 시황이 급격히 변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재무구조와 함께 선박 신규 발주 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선사들은 2020년부터 본격화될 IMO의 해사 규제 대응책 세우기에 분주하다. 팬오션은 황산화물 배출 제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안과 저유황유 사용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전용선 2척을 포함해 장기 운송 계약에 투입될 선박들을 중심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박들 중 약 15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한다. 팬오션 관계자는 “신규 도입 예정인 18척 선박 중 5척은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나머지 선박들은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를 바탕으로 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시황에 큰 영향을 받는 벌크 외에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팬오션은 이를 ‘곡물 유통’으로 점찍었다. 곡물 유통 사업은 2015년 7월 팬오션이 하림그룹에 편입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던 신사업이다.

팬오션은 2015년 하반기부터 곡물 유통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하림그룹 측은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벌크 사업 외에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팬오션에 따르면 현재 곡물 유통 사업은 연간 100만 톤 이상의 사료용·식용 곡물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안정적 궤도에 올랐다. 옥수수·대두·소맥 등을 주로 취급하며 6만~8만 톤을 수송할 수 있는 파나막스급 선박 20척을 투입하고 있다. 팬오션 관계자는 “올해에는 동남아시아 곡물 유통 사업도 새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