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신제품 맥주 ‘테라’의 밀려드는 주문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5월 14일 전국 주류 도매상들에게 테라의 ‘공급 지연과 조기 정상화’를 약속하는 ‘긴급 안내문’을 발송했다.
테라가 시중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급기야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당초 물량보다 2배 이상 생산량을 늘리고 5월로 예정했던 테라 생맥주의 출시 일정까지 6월로 연기했다.
2013년 ‘퀸즈 에일’ 이후 6년 만에(발포주 제외) 하이트진로가 직접 개발해 선보인 청정 라거 테라가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월 21일 출시 이후 현재(5월 10일 기준)까지 130만 상자라는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다.
출시 초반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그간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맥주 신제품 중 최다 판매 기록이다. 기존 제품인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 등은 첫 달 판매량이 20만~30만 상자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도 최근 출시한 맥주 중 테라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제품은 없었다는 얘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존 맥주의 4배가 넘는 폭발적인 판매량은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한 제품 콘셉트 구성, 최적의 맛을 위한 연구·개발(R&D)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시한 것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주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말처럼 테라가 시중에 출시되기까지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제품명·원재료·맛까지 하나하나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 탄생했다.
◆“시대적 요구까지 반영한 맥주”
출발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쟁자인 오비맥주 카스의 인기 상승과 수입 맥주의 거센 공세 등으로 하이트진로의 실적은 내리막을 걷는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 실적 반등을 위해 맥주 시장의 판세를 뒤집을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졌고 맥주 시장의 판세를 뒤집을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테라가 만들어지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어떤 맥주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논의 끝에 ‘많은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레귤러 맥주’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실현하는 것만으로는 맥주 시장의 판을 뒤집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맛도 중요하지만 시대적 요구까지 제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그렇게 ‘청정 라거’를 전면에 내세워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어느 순간부터 미세먼지가 삶에 큰 위협이 됐다. 맛은 기본이고 이런 문제들까지 ‘위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콘셉트가 완성되면서 내부에서 맥주 R&D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세계 곳곳을 돌기 시작했다. 제품 콘셉트에 걸맞은 깨끗한 원료를 찾기 위해서다.
발품을 팔며 지구촌을 누빈 끝에 전 세계 공기 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 그중에서도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를 주원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필라이트 출시도 테라 성공을 위한 전략
비옥한 ‘검은 토양(black soil)’이 특징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호주 내에서도 깨끗한 공기, 풍부한 수자원, 보리 생육에 최적의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유명하다.
라틴어로 흙·대지·지구를 뜻하는 ‘테라’ 제품명 역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이미지와 청정·자연주의를 반영해 결정했다.
테라 외에도 프레시(fresh : 신선한)의 최상급이라는 뜻인 ‘프레스트(frest)’, 통통 튀고 신선하다는 의미의 ‘바운스(bauns)’ 등도 한때 제품명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테라’가 주원료 생산지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깨끗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으로 판단돼 최종 발탁하게 된 것이다. 청정 라거에 걸맞게 원재료뿐만 아니라 맥주에 주입되는 탄산 역시 발효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 탄산’을 100% 사용했다. 이를 위해 인위적으로 주입하지 않는 리얼 탄산 공법을 연구했고 이를 별도로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최선의 주질을 개발했다.
하이트진로가 개발한 리얼 탄산 공법은 라거 특유의 청량감을 강화하고 거품이 조밀하고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출시한 야심작인 만큼 테라에 대한 하이트진로의 기대는 남다르다.
“가성비를 강조하며 2017년과 2018년 각각 내놓은 발포주 ‘필라이트’와 ‘필라이트 후레쉬’ 역시 레귤러 맥주인 테라를 내놓기 전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었어요. 계속되는 수입 맥주의 강세 속에서 하이트진로라는 브랜드 입지를 다져 놓자는 데 의미를 둔 출시였죠. 테라는 달라요. 개발 과정부터 국내 맥주 시장을 잡기 위한 목표로 기획된 만큼 의미가 매우 큰 제품입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행히 출시 직후 테라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최근 내부 분위기도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테라의 성공을 위해 노사도 함께 뜻을 모으고 있다. 올해 임금 단체협상까지 8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테라를 맛볼 수 없는 음식점이나 주점들이 아직 많다. 서울에서 주류 소비가 가장 많은 강남만 놓고 보더라도 테라의 입점률은 현재까지 약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 광고와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출시 약 두 달 만에 강남 지역에서 입점률이 50%를 넘은 것 역시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며 “향후 입점률 증가를 통해 올해 국내 맥주 시장에서 반드시 두 자릿수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6호(2019.05.27 ~ 2019.06.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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