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면서 남과 잘 지내는 33가지 방법…태도만 살짝 바꿔도 편해지는 인간관계

[서평]인간관계가 어려운 진짜 이유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 : 나를 지키면서 남과 잘 지내는 33가지 방법
사토 야마토 지음 | 김윤경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3000원

[한경비즈니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야 시대 불문, 나이 불문 따라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의 모습을 보면 조금 흥미로운 면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구제해 주겠다고 손을 내미는 책들이 자주 보이는데 센스 있는 말투나 단호한 거절법 등 제시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더 나아가 인간관계 무용론을 주장하는 책도 보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많지 않았다. 과거에는 명확한 정답과 정답으로 가는 공식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과거의 규범은 무너졌는데 새로운 규칙은 요원하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더 어려워졌다.

우선 세대 간, 남녀 간의 상황을 살펴보자. 예전에야 장유유서과 상명하복, 심하게는 남존여비라는 룰이 주어진 선택지의 전부였다. 이전의 분위기가 옳았을까. 절대 아니다. 당시에 인간관계에서 잡음이 적었다면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랫사람과 여성이 고통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판이 바뀌었다.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겨지던 요구와 참견이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행동하면 ‘꼰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난점은 새롭게 고개를 드는 방법을 취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윗세대로부터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다. 회사 동료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고 싫은 것은 싫다고 대답하니 어느 날 ‘마이클’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는 소설가 박상영 씨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돌아오는 것은 결국 “넌 미국식으로 하는구나”라는 식의 비아냥거림일 것이다.

한편 세대 내 인간관계의 문제는 ‘관계의 밀도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관관계는 옵션’이다. 언제든 맺고 끊을 수 있는 무엇이라는 의미다. 친목보다 정보 습득이나 취향 공유 등 목적 중심의 각종 모임 서비스와 동호회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가까이 가자니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떨어져 지내자니 외롭다.

결국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밀어내거나 독야청청 혼자 가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의 저자 사토 야마토 씨는 무너져 가는 예전의 규범과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새로운 규범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 모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돌다리를 놓는다.

관계를 맺는 방식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다. 자기도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하고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에서는 환경에 맞춰 항상 자신의 태도를 아슬아슬하게 바꿔 가며 커뮤니케이션을 취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태도만 살짝 바꿔도 인간관계가 수월해진다는 말도 된다.

‘우리는 모두 편견으로 가득하다’, ‘인간관계에는 정답이 없다’, ‘때로는 무시도 좋은 방법이다’, ‘배수진 치지 마라’,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마라’, ‘적당한 거리를 둬라’ 등 저자는 핵심 원칙을 심리학 지식과 변호사로서 겪은 경험을 통해 풀어나간다. 좋든 싫든 누군가와 협력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덜 다투고 다툰다면 상처를 최소로 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성격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사토 야마토 작가가 전하는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태도의 기술이면 충분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