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판에선]
-대구 정치 1번지, 내년 총선 맞대결 벌어지나
-승리 땐 영남권 대선 대표 주자로
김부겸 “수성” vs 김병준 “대의”…뜨거운 대구 수성갑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수성갑은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역대 이 지역 국회의원의 면면을 보면 수성갑의 정치적 위상을 알 수 있다.

수성갑이 단독 선거구로 독립된 14대 총선(1992년) 때 박철언 민주자유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노태우 정권 시절 ‘6공의 황태자’로 불렸다. 그가 노태우 정권 말기 때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수성갑에 나선 데 대해 차기 대선을 겨냥해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15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에서 당선됐다.

16대 땐 김만제 한나라당 후보와 박철언 자유민주연합 후보 간 빅 매치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박 전 의원에 맞서 경제기획원장관 겸 부총리, 포철(현 포스코) 회장,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 전 회장을 전략 공천했고 승리했다.

17대 땐 이한구 한나라당 후보와 조순형 민주당 후보가 맞대결을 펼쳐 역시 주목을 받았다. 조 후보는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5선의 정치 거물이었다.
김부겸 “수성” vs 김병준 “대의”…뜨거운 대구 수성갑
그는 지역 구도 타파 명분을 내걸고 “대구에 내 운명을 맡기겠다”며 연고가 전혀 없던 이곳에 출마했으나 이 후보에게 패했다. 이 후보는 18대와 19대 때 수성갑에서 내리 당선됐다.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그는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지내는 등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2012년 19대 총선 때 수성갑으로 내려온 이유는 이 지역이 갖는 이런 상징성 때문이었다. 소선거구제로 환원된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19대 총선까지 대구에서 진보 성향의 정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없다. 김 의원이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출마한 것은 불가능한 도전 또는 모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이한구 후보에게 약 12%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2014년엔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권영진 현 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2016년엔 3선 의원과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를 거뒀다.
김부겸 “수성” vs 김병준 “대의”…뜨거운 대구 수성갑


◆ 지역 정서 달래기…“김해신공항 재검토 큰 갈등 부를 것”

험지에서의 승리는 그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줬다. 2017년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기도 했고 지금도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힌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5월 27~31일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주자 가운데 이낙연 총리(20.8%)와 이재명 경기지사(10.1%), 김경수 경남지사(4.8%)에 이어 4.7%의 지지율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 지역구 상황은 그에게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지난 4월 초까지 2년 가까이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역 정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6월 둘째 주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2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3%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은 33%를 나타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 첫째 주 조사(전국 성인 1004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때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34%)이 자유한국당(18%)의 두 배 가까이 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로 역전된 것이다(여론조사에 관한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김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그만둔 4월 4일부터 의원회관엔 두 번 밖에 들르지 않은 채지역구에 내려가 살다시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 지역 관계자는 “김 의원에 대한 지역구민의 애정은 여전하다”며 “하지만 지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현 정권에 대한 지역 정서가 좋지 않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자신과 같은 당 소속인 부산·울산·경남 자치단체장들과 국토교통부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해 재검토키로 합의한데 대해 “엄청난, 씻을 수 없는 갈등이 생긴다”고 비판한 것도 지역민심을 고려한 것이다. 그는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하고 정부도 동의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기존에 합의된)이걸 깨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간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부겸 “수성” vs 김병준 “대의”…뜨거운 대구 수성갑

◆ “어떤 일이든 피하지 않고 할 일 하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수성갑을 반드시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기 위해 김부겸 의원에게 맞설 만한 거물급 인사를 공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른바 ‘저격수’를 꽂아 넣겠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자유한국당을 이끈 뒤 황교안 대표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남산초교와 수성구에 인접한 곳에 있는 경북 경산중·대구상고·영남대를 졸업해 이 지역과 인연도 깊다.

그는 약 2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6월 4일 귀국한 당일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해 모교인 영남대에서 특강을 했다. 6월 7일에는 역시 모교인 대구상고 모임에 참석해 대구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성갑 출마 여부를 딱 부러지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럴 의지가 있다는 것을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뭐든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기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이 결정한 일에 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피하지 않고 할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가 다시 한 번 우리 정치의 중심에 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내가 일조해야 한다는 지역 정서가 없지 않다”며 “어디에서 출마할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나라가 걱정이어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부겸 의원은 아끼고 싶은 정치인이고 그와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며 “그러나 대결을 해야 한다면 개인적인 인연을 다 따질 수는 없고 대의(大義)를 앞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지금 너무 답답하다”며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 굉장히 심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가 수성갑에 출마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수성갑 당협위원장은 정순천 전 시의원이다. 자신이 비대위원장 시절 임명한 당협위원장과 경쟁하는 것은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김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맞대결이 펼쳐진다면 전국적인 이목을 끌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차기 대선 구도와 연결된다. 김 의원이 이기면 여권 내 TK를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더 높일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승리한다면 한국당 내에서 영남권 대선 대표 주자로 나서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