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특별한 여름휴가 '명상', 나에게로의 여행]
-유정은 마보 대표…내년 3월 서울에서 글로벌 명상 콘퍼런스 ‘위즈덤 2.0’ 열어
“실리콘밸리에 명상이 유행하는 이유?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죠”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전 세계에서 명상 문화가 가장 잘 정착돼 있는 기업 ‘구글’에 명상을 도입한 사람은 차드 멍 탄 엔지니어다. 명상에 눈을 뜬 그는 회사의 지원을 토대로 마음 챙김 명상에 기반한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내면 검색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7년부터 1000명이 넘는 구글의 엔지니어와 관리자들이 이 교육을 받았다.

유정은 마보 대표는 차드 멍 탄 엔지니어의 내면 검색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그는 2016년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마보’를 출시했고 오프라인 클래스를 통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상명하복의 방식이 아니라 구글 직원들 스스로가 사내 명상 문화를 정착시킨 것처럼 국내에서도 명상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기를 원해서다.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컨설턴트로 일하며 각 회사에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했어요.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제도나 규칙보다 결국 조직원들의 마음가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그 후 서울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명상’이었습니다. 명상이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실 저도 심리학을 전공했고 컨설턴트로 일한 이력이 있어 처음엔 신비주의적인 명상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죠. 하지만 명상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있어요.”

-마음을 다스리려면 스마트폰 같은 전자 기기를 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명상을 앱과 연결하셨나요.

“2015년부터 매월 구글캠퍼스에서 열리는 창업자 명상 모임 ‘지 퍼즈(G-pause)’를 주최했어요. 모임에서 만난 한 분이 영어로 출시된 해외 명상 앱은 많은데 한국어로 된 앱이 없어 아쉽다고 했어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유저들을 위한 명상 앱을 만들게 됐죠.

스마트폰이 무조건 나쁘기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스마트폰은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로, 늘 휴대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언제 어디서나 명상에 몰입할 수 있는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죠.”
“실리콘밸리에 명상이 유행하는 이유?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죠”
-마보 앱을 개발할 때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해외에는 2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헤드스페이스’처럼 성공한 명상 앱이 많아요. ‘차기 유니콘’으로 꼽히는 회사들도 많죠. 특히 미국과 영국은 앱을 통한 명상이 상당히 대중화됐어요.

그런데 제가 해외 명상 앱을 살펴보니 콘텐츠는 제공하지만 이용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기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보에는 이용자가 명상을 한 후 소감을 남길 수 있는 기능을 더했어요. 명상 직후 자신의 기분을 기록하는 거죠. 사용자들은 다른 유저들의 소감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해요.”

-마보에는 광고가 보이지 않는데 수익 구조는 어떻게 구축하셨나요.

“마보는 처음부터 정기 구독 모델로 만들었어요. 다행인 것은 마보의 유저들은 좋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된 분들이라는 점이죠. 커피 한잔보다 적은 비용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요.

사실 우리의 플랫폼은 콘텐츠 앱이어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어요. 오픈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했고요. 최근엔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어요. ‘유니콘’을 꿈꾸기보다 명상을 전파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앱을 만들고 싶었죠.”

-구글뿐만 아니라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들은 왜 명상에 주목할까요.

“IT 기업들이 즐비한 실리콘밸리는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곳이죠. 마음 챙김 명상이 존 카밧진 매사추세츠대 의학부 명예교수에 의해 표준화되고 뇌를 훈련시킨다는 것이 증명되자 명상의 ‘근거’가 생겼어요.

차드 멍 탄 엔지니어가 자주 하던 이야기인데 동네를 정해진 시간마다 뛰는 사람이 있다면 과거엔 그 사람이 ‘미쳤다’고 하겠죠. 하지만 이 행동을 ‘조깅’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건강을 증진한다는 효과가 입증된다면 이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잖아요. 명상도 ‘근거’가 생기자 더더욱 확산됐죠.

특히 실리콘밸리는 물질적 풍요는 이뤘을지 몰라도 업무량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한 곳이잖아요. 실리콘밸리는 부를 넘어선 ‘그다음’에 대한 해답을 명상을 통해 찾으려고 해요.”

-명상이 조직 문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도입해야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요.

“전사적으로 명상을 도입해 위에서 아래를 교육하는 것처럼 실행하는 명상 프로그램은 오래 가지 못할 거예요. 내부의 트레이너를 키우고 명상이라는 문화를 꽃피워야 해요.

한국 기업들은 명상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인재개발(HRD) 부서가 도맡는데 구글에서는 차드 멍 탄 엔지니어가 주도했죠. 인텔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회계 직원이 전파했고 애플은 직원들의 명상 동호회를 지원하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명상이라는 문화를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마음 챙김 명상은 조직 내 갈등을 완화해요. 만약 팀 내 마음 챙김의 수준이 낮으면 조직원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고만 생각해요. 하지만 조직의 마음 챙김의 수준이 높으면 적극적으로 갈등을 중재하고 풀어갈 의지가 생겨나죠.”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명상 콘퍼런스 ‘위즈덤 2.0’을 곧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들었습니다.

“종교적 색채를 지운 명상 콘퍼런스 위즈덤 2.0에는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들과 IT 기업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요. 또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도 참석하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나누는 이야기는 마음 챙김 명상의 가치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에요. 인간 중심적인 명상의 가치가 정치·문화·회사 등 우리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죠.

내년 3월 19일 서울에서도 ‘위즈덤 코리아 2.0 서울’을 개최해요. 주요 의제는 ‘IT의 발달이 인간을 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위즈덤 2.0은 고대의 지혜와 현대 기술의 만남을 목적으로 둔 행사죠. 우리는 미국 위즈덤 2.0팀과 함께 코리아 행사를 기획 중이에요. 카카오를 비롯해 몇몇 주요 기업들도 함께하죠.”

-마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명상 앱을 출시하고 기업체에서 마음 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위즈덤 2.0을 개최하는 일은 모두 마음 챙김 명상을 대중화하기 위한 것이에요. 우선 마보 앱을 다른 국가의 언어로 출시할 계획이에요.

조만간 홍콩에서 광둥어로 이뤄진 마보 앱이 출시될 겁니다. 한국에서 명상이 대중화되지 못했던 것은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죠. 마보가 이러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실력 있는 선생님들을 모셔와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 예정입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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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