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젊은 2세 경영인 3040 혁신 성공기]
- 위기 때 R&D 투자 늘리고 성과주의 도입도
미래컴퍼니 김준홍 사장·김준구 상무 “업황 최악에 수십억 적자까지…‘제품’에서 ‘기술’로 발상 바꾸니 길이 보였죠”
[한경비지즈니스 이홍표 기자] “단 두 가지였습니다. 창업자 때부터 미래컴퍼니가 이어온 ‘공동체 정신’과 ‘비욘드(beyond)’가 그것이죠.” (김준구 미래컴퍼니 상무)

미래컴퍼니는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인 ‘에지 그라인더’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업계 최강자다. 최근에는 3D 센서 모듈과 수술 로봇 등 신규 사업 진출에도 성공했다. 미래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2134억원, 영업이익 263억원, 당기순이익 198억원을 달성하며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중견기업이 됐다. 미래컴퍼니는 형 김준홍(40) 사장과 동생 김준구(38) 상무가 2013년부터 이끌고 있다.

형제가 미래컴퍼니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비극에서 시작됐다. 2013년 창업자인 김종인 전 사장이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났다. 1984년부터 30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리더의 부재는 가족뿐만 아니라 전 직원에게도 허망한 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보기술(IT) 시장 업황까지 악화됐다. 2년 연속 수십억원의 적자를 냈다. 직원의 월급까지 걱정해야 했던 건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조 기업’ 넘어 ‘기술 기업’으로

각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경영 컨설팅 회사 컨설턴트로 살아왔던 ‘경영의 초짜들’은 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회사의 창업 정신에서 찾았다. ‘공동체 정신’과 비욘드’다.

미래컴퍼니의 주력 제품은 에지 그라인더다. 에지 그라인더는 액정표시장치(LCD) 등 패널의 바깥 면과 모서리를 균일하게 연마하는 장비다. 패널을 만드는 유리가 방만큼 크다. 거대한 유리를 자르고 자른 유리를 여러 개 쌓고 그 사이에 각종 물질을 첨가하면서 텔레비전·노트북PC·휴대전화 등에 필요한 패널을 만든다. 그 후 패널을 원하는 사이즈로 자르는데 패널을 자르면 미세하게 금이 생기고 단면도 고르지 않다. 그래서 패널 단면을 균일하게 연마해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장비가 에지 그라인더다.

미래컴퍼니는 2000년 이 장비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미래컴퍼니는 경쟁사들과 달리 가공·검사·레이저 장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비 업체다. 대부분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는 가공 관련 장비만 만들거나 검사 장비 혹은 레이저 장비만 만든다. 셋 다 만들 수 있는 게 미래컴퍼니의 강점이다.
하지만 단일 품목만으로 회사가 지속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단일 품목에 회사가 의지하게 되면 업황 악화 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답은 있다. 기존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신제품 혹은 신시장 진출이다.

신제품 혹은 신시장 진출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경쟁자들 역시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구조조정을 먼저 시작한다.

하지만 김 사장과 김 상무는 창업 정신을 돌아봤다. 미래컴퍼니는 창사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다. 기업의 존재 목적인 공동체 정신에 반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관행과의 작별’이다. 원가절감이 아닌 원가 ‘최적화’를 위해 구매 프로세스부터 뜯어고쳤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먹구구식이던 구매 과정을 일원화했다.

인사(HR) 제도도 획기적으로 바꿔 나갔다. 연차와 연봉의 상관관계를 완전히 끊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물론 성과주의에도 위험은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소외는 조직력의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 목표는 조직원들의 ‘상향평준화’였다.

그래서 김 사장과 김 상무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거의 매일을 직원들과 따로 만나 소통했다. 새로운 인사 제도의 장점을 알리고 새로운 방식의 경영만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알렸다. 김 사장은 “모든 경영 혁신은 최고경영진의 결정에 따른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 간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거쳐 컨센서스를 이뤄야만 실행에 나섰다”고 말했다.
미래컴퍼니 김준홍 사장·김준구 상무 “업황 최악에 수십억 적자까지…‘제품’에서 ‘기술’로 발상 바꾸니 길이 보였죠”
구성원과의 꾸준한 소통이 ‘혁신’ 밑바탕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경영진에게 위기에 빠진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도 ‘구조조정은 없다’는 선언이 나오자 직원들 스스로 급여의 일부분을 반납해 가며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김 상무는 “모든 직원들에게 아직까지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래컴퍼니는 흑자 전환 이후 그 이상의 보답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희생에 고마움을 전했다.

미래컴퍼니는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비욘드’를 추구한다. 비욘드는 말 그대로 ‘넘어’란 의미다. 기존의 생각, 기존의 기술이 가진 한계를 넘어 기업을 성장시켜 임직원·고객·파트너·주주 등 모든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김 사장과 김 상무는 비욘드의 ‘원점’을 기존의 주력 상품인 에지 그라인더에서 찾았다. 에지 그라인더는 디스플레이 장비 ‘가공 기술’이다. 이들은 미래컴퍼니의 핵심 경쟁력을 ‘가공 기술’로 정의했다.

가장 어려웠던 2013년과 2014년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늘린 이유다. 김종인 창업자가 작고한 2013년 27억원의 적자를 낸 미래컴퍼니는 이듬해인 2014년 들어 당기순손실 73억원까지 늘어나며 창립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미래컴퍼니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적자를 봤던 2013년 14.5%, 2014년 10.7%를 기록했다.

김 상무는 “과거에는 미래컴퍼니라는 회사가 만들어 내는 ‘제품’에 집중했다면 그것을 ‘기술’로 바꿔 생각하자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은 우리가 가진 기술의 열매였다”고 말했다.

기술에 중심을 두자 가공 기술 기반의 회사라는 정체성이 새삼스레 확립됐다. 김 대표는 이를 가공·레이저·검사라는 세 가지 통합 솔루션으로 구체화했다. 2013년 이전과 비교해 미래컴퍼니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 모서리가 잘 연마됐는지 검사하는 장치인 ‘에지 인스펙션’, 디스플레이 일부에만 구멍을 뚫는 ‘홀 드릴링 머신’ 등이 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기존의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중국 전역 10여 곳에 고객서비스(CS) 정규직 인력을 파견해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R&D 투자의 결과 중 하나는 ‘3차원(3D) 센서’다. 아직 매출은 낮지만 사업군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D 센서엔 ToF(Time of Flight)라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과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현재 3D 센서는 주로 스마트폰에 쓰인다. 최신형 스마트폰의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라이브 포커스 동영상 기능을 쓰면 동영상 촬영을 할 때도 배경을 흐리게 해 찍고자 하는 대상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또 심도 효과 외에도 간편하게 물건의 크기를 측정할 수도 있다. 또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게 아니라 손동작만으로도 앱을 작동할 수 있다.

지금은 3D 센서가 활용되는 분야가 스마트폰 정도지만 3D 센서 자체를 하나의 입력장치라고 본다면 앞으로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초기 3D 센서는 행사장이 물건을 파는 매장 같은 곳에서 사람이 몇 명 입장했는지 세는 데 쓰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성별·나이대 등도 감지해낼 수도 있게 된다. 로봇에 탑재된다면 제품의 재고를 파악할 때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다니면서 물건을 세고 데이터를 5G 통신망으로 보내 실시간 재고 파악도 가능해진다. 또 수술실과 같은 의료 현장이나 건설·공장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R&D만이 미래컴퍼니의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아니다. “디스플레이 업황 자체의 상승이 미래컴퍼니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김 상무의 ‘솔직한 고백’이다. 다만 그는 “꾸준한 R&D가 있었기 때문에 업황 상승기에 경쟁 기업들보다 더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며 “R&D가 없었다면 제대로 턴어라운드를 못 하거나 경쟁사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컴퍼니의 미래를 이끌 또 하나의 사업은 2007년부터 개발해 온 수술용 로봇이다. 지난해 국산 1호인 복강경 수술 로봇 ‘레보아이’가 국내 병원에서 처음 수술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컴퍼니의 수술 로봇 사업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훌륭하다”고 분석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미래컴퍼니는 최근 중앙아시아 해외 병원으로 수술 로봇 수주 실적을 확보했는데 정부의 수술 로봇 지원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발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컴퍼니는 세계에서 둘째로 내시경 수술 로봇 개발에 성공한 국내 기업이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레보아이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07년부터 수술 로봇 연구를 시작해 10년 만에 결실을 봤다.

내시경 수술 로봇은 환자의 몸에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집어넣고 담낭(쓸개)이나 전립샘을 절제하는 수술 장비다. 주로 전립샘암·갑상샘암 수술에 많이 사용된다.
수술 로봇 국산화로 비용 42%까지 줄여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미국 회사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다빈치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68%에 달한다. 국내 병원들도 2005년 로봇 수술을 처음 시작한 이후 대부분 다빈치를 사용하고 있다.

다빈치에 도전장을 낸 미래컴퍼니는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 전략 등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단순히 수술 로봇 기계와 소모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소모품·유지보수 비용 등을 한데 묶어 각 병원에 맞게 설계하고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한 번 수술 로봇을 구매하면 일회성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로봇 팔 등 소모품을 계속해 구매해야 하고 추가적인 유지보수를 받아야 한다. 다빈치는 대당 가격이 25억~30억원 안팎이다. 연간 유지비는 2억~3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컴퍼니는 각 병원이 수술 건당 들어가는 비용을 기존보다 42% 정도 줄일 수 있도록 기계·소모품·유지보수 비용 등을 조절하고 설계해 하나의 패키지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병원이 수술 로봇을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앞으로 국공립 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 등에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병원들이 다빈치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미래컴퍼니는 대형 병원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사와 직접 경쟁하는 것보다 중소형 병원과 해외시장으로 침투 가능 시장(TAM)을 확대해 단위 수술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래를 밝게 하라(Brighten Your Future).’ 미래컴퍼니 홈페이지 첫 화면을 장식한 기업 비전이다. “창립 때부터 기업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어려울 때 회사가 쓰러지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죠. 우리 형제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익혀 온 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이를 지키기 위해 알게 모르게 준비해 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미래컴퍼니의 문화로 세상을 밝히는 것’이 가장 큰 계획입니다.”(김준구 상무) hawlling@hankyung.com


김준홍 사장(오른쪽) 약력 : 1979년생. 컬럼비아대 MBA.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미래컴퍼니 전략마케팅실장. 미래컴퍼니 영업본부장. 미래컴퍼니 사장(현).

김준구 상무 (왼쪽) 약력 : 1981년생. 시카고대 MBA.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선임연구원.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미래컴퍼니 기획실장·상무(현).


[커버스토리=젊은 2세 경영인 3040 혁신 성공기 기사 인덱스]
-미래컴퍼니 “업황 최악에 수십억 적자까지…‘제품’에서 ‘기술’로 발상 바꾸니 길이 보였죠”
-길림양행 “아몬드에 양념 입히자 판매 날개…중국 관광객 싹쓸이 품목 됐죠”
-진주햄 “2시에게 아버지의 회사는 ‘운명’…형제 힘 모아 ‘천하장사’ 살렸죠”
-삼진인터내셔널 “커피업계 벤치마킹·소비자 직접 공략…쇠락하던 70년 어묵 시장을 바꿨죠”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