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제어 기능 ‘에어 액션’ 탑재…물속에서도 필기 가능해
갤럭시 노트10의 ‘마술봉’ S펜에 숨겨진 비밀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로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5세대 이동통신(5G)이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는 있지만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혁신적인 단말기 성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 노트10’은 ‘마술봉’을 꺼내들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에서 8월 7일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S펜이었다. 전작보다 한층 향상된 기능 덕분이다.
갤럭시 노트10의 ‘마술봉’ S펜에 숨겨진 비밀
◆갤럭시 노트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S펜

삼성전자가 스타일러스 펜 ‘S펜’을 출시한 것은 2011년이다. 갤럭시 노트를 처음 세상에 선보이던 시기다. 이에 앞선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며 “손가락이 있는데 누가 스타일러스 펜을 쓰는가”라며 스타일러스 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S펜 출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필기하는 시대’를 열며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기존 갤럭시 시리즈보다 더 큰 디스플레이를 갖춘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S펜을 동반하자 ‘노트 마니아’들이 탄생했다. 2011년 출시된 갤럭시 노트의 화면 크기는 5.3형으로 당시 4형이던 아이폰 화면보다 컸다.

S펜은 널찍한 스마트폰 화면에 실제 필기도구가 가지고 있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구현하고 사진·동영상·e메일 전송 등 다양한 용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작은 화면과 손가락 작동에 불편을 느끼던 중·장년층 비즈니스맨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화면에 글을 쓰는 것이 종이에 쓰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주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S펜을 움직이는 것은 전자기 유도(Electro Magnetic Resonance) 방식이다. EMR 방식은 S펜에 내장된 코일이 스마트폰 내 디지타이저(digitizer)에서 나오는 전자기장과의 상호 인식 과정을 거쳐 필기나 그림 그리기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스타일러스 펜은 전류를 감지해 작동하는 ‘정전식’의 구동 원리로 움직였다. 우리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작동하는 방식 또한 정전식이다. EMR은 정전식과 달리 물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물속에서도 필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S펜은 2016년 출시된 갤럭시 노트7부터 방수 기능을 갖추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S펜을 개발하기 위해 일본 전자회사 ‘와콤’과 손잡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87년 세계 최초의 무선 펜 태블릿을 출시한 와콤은 세계적인 태블릿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S펜을 처음 출시하던 2011년부터 현재까지 와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능 양쪽에서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아시아 법인을 통해 와콤 지분의 5.1%를 보유 중이다.

S펜 작동에는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에서 전자기장을 통해 S펜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S펜이 다시 전자기장으로 특정 신호를 보낸다. 스마트폰은 S펜의 위치와 필압 등을 인지함으로써 필기가 이뤄지게 된다. 현재 S펜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물론 갤럭시 탭(S6, S4, S3, A with S펜 등), 노트북(Pen S) 등 삼성전자의 주요 정보기술(IT)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10을 출시하며 S펜에 ‘마술봉’이란 별칭을 붙인 것은 한층 향상된 기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회의나 수업 중 삼성 노트 애플리케이션에서 S펜으로 작성한 손 글씨 메모를 PDF나 이미지 파일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파일로 변환해 타인에게 바로 공유할 수 있다.

또 사용자는 삼성 노트에서 여러 가지 효과와 색상을 선택해 손 글씨를 쓸 수 있고 이미 써진 손 글씨의 색상을 바꾸거나 굵기를 편집할 수도 있어 PC 없이도 회의록을 완성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많은 이용자의 손 글씨 데이터를 딥 러닝 기반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적용해 텍스트 변환의 정확성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전작에서 선보인 S펜의 원격제어 기능도 한층 향상됐다. 원격제어 기능 ‘에어 액션(Air action)’은 저전력 블루투스를 지원하며 S펜의 움직임을 인식해 스마트폰으로 원격제어한다. 손동작을 인식하는 이 기술은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를 기반으로 구현된다. 이 센서들은 S펜을 들고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S펜의 움직임을 명령어와 액션으로 전환한다.

기존 S펜으로 카메라를 실행하고 버튼을 눌러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가능했다면 갤럭시 노트10의 S펜으로는 카메라 방향을 전환하거나 촬영 모드 변경, 줌인·줌아웃도 가능하다. S펜의 움직임별 기기 제어는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S펜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8월 7일 스마트 S펜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했다. 다양한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개발자들이 S펜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S펜의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어떤 악필도 가능한 ‘텍스트 변환 기능’

생전 스티브 잡스는 손가락이 스타일러스 펜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애플은 2015년 ‘애플 펜슬 1세대’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현재 애플 펜슬은 1세대와 함께 12.9형 아이패드 프로 3세대와 11형 아이패드 프로에서 사용 가능한 2세대가 시판 중이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처럼 스타일러스 펜을 스마트폰 단말기에서 사용하는 기능은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

애플이 단말기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언제쯤 애플 펜슬을 지원할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S펜을 장착한 노트 시리즈를 기존 스마트폰 단말기의 고정관념을 깬 차별화된 성공 전략으로 평한다.

한편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3300만 대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5G망이 안정화되고 폴더블 스마트폰이 상용화될 2020년까지 역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