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계 최초 상용화 5개월 점검…5G 경쟁,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제조업에서 15조6000억원의 가치 창출 전망…건설·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 가능
5G ‘B2B 시장’…스마트 팩토리가 첫 승부처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드론 등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낙점한 신성장 동력 사업에는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초연결·초지연·초고속의 특징을 지닌 5G가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4G보다 약 20배 빨라진 속도와 한층 강화된 연결성은 산업 현장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은 향후 B2B(기업 대 기업) 영역에서 5G가 이끌 잠재력에 주목한다. 초창기에는 B2C(기업 대 개인)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지만 이는 과거의 이동통신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한계에 부닥칠 것이란 전망에서다.
5G ‘B2B 시장’…스마트 팩토리가 첫 승부처
◆5G의 테스트베드 될 ‘스마트 팩토리’

B2B 영역에서 기대되는 대표적인 사업군은 ‘스마트 팩토리’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5G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5G는 2030년 제조업에서 15조60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의 제조 업무를 수행하는 공장에 5G를 접목하면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조업 공장들은 연일 스마트 팩토리로 변신 중인데 여기에는 이통사들의 5G 플랫폼이 적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에 5G망을 구축하고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기반의 ‘5G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 중이다. 5G를 통해 반도체 불량품 출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생산과 물류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전국 주요 거점 지역 5G 네트워크망에 총 12개의 MEC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제조·미디어·금융·게임 등과 같이 보안과 초저지연 통신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산업별 5G 에지 클라우드 전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업들은 MEC를 통해 데이터 전송 구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팩토리에 MEC를 적용해 5G로 구동되는 다양한 설비의 응답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극한의 응답 속도를 요구하는 클라우드 게임, 자율주행, 실시간 생중계 등에서도 MEC 기술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KT는 5G를 기반으로 한 5대 B2B 영역에 스마트 팩토리를 포함시켰다.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스마트 팩토리 선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을 강화했다. 제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산업단지를 방문하며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KT는 스마트 팩토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5가지의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5가지 방향은 5G 스마트 팩토리 3GPP 규격 도입, 기업 전용 5G 기반의 안전하고 강력한 보안, 제조업에 특화된 에지 클라우드, 팩토리 메이커스에 기반한 원격지에서 실시간 관제·운용,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과 융합된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이다.

현재 KT는 스마트 팩토리를 시범 도입한 사업장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수입한 데이터를 토대로 개선 작업을 거쳐 제조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동 로봇, 머신 비전, 팩토리 메이커스 상품을 올 3분기 중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T는 현대중공업지주와 5G 에지 클라우드를 활용해 공장 로봇 자동제어, 불량 검수를 판단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협업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G 스마트 팩토리 제공 대상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최근 LG유플러스는 국내 최대 중소벤처기업 교육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5G 기반 스마트공장배움터 실증 적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일환으로 안산 중소기업연수원 스마트공장배움터의 이동형 로봇, 비전 검사 ROS(Remote Operation System) 등 실습용 설비에 5G 모듈과 산업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인 모터 진단, 직캠 등 첨단 신기술을 적용한다. 또 향후 신축되는 스마트공장배움터도 5G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팩토리 교육장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필수 조건 ‘5G’

이동통신사들이 5G를 활용한 B2B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B2B가 향후 수익성을 좌우할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GSMA 인텔리전스가 5G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5G 기반 수익 모델의 분야별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서 B2B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대답한 응답률이 69%로 가장 높았다. 반면 B2C 서비스는 ‘보통’이라는 응답률이 34%로 가장 많았다.

비단 스마트 팩토리뿐만이 아니다. 5G가 쓰일 수 있는 B2B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5G다. 특히 5G의 초저지연 특성은 자율주행차의 필수 조건이다. 5G망으로 통신하는 자율주행차는 시속 100km로 달리는 와중에도 3cm 앞에 떨어진 위험을 감지해 제동을 걸 수 있다. 주변 교통 상황을 감지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데 걸리는 시간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연시간이 짧을수록 반응과 대처에 우수해 자율주행 분야와 의료 분야 등에서 획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다양한 B2B 플랫폼에 5G를 접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019년 2분기 성과공유회에서 “5G는 B2B에서 커넥티드카, 스마트 팩토리, 산업 IoT 등의 영역에서 커다란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강점을 가진 영역에 선택 및 집중해 강하게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SK텔레콤은 5G 팩토리, 5G 스마트 병원, 스마트 물류·유통, 스마트 시티, 미디어, 공공 안전, 스마트 오피스, 국방 등 8대 5G B2B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B2B 클러스터를 조성해 전통 산업의 신르네상스를 견인하고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미래 산업을 혁신한다는 의도다.

KT는 5G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5G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B2B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KT는 데이터 처리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 초연결·초저지연 5G 속도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 8곳에 5G 에지 통신센터를 설치하고 IT 에지 클라우드 2개소를 추가 구축했다. 캐시 서버나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버 등 컴퓨팅 설비를 내장해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반기 선보일 5G B2B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는 AI·IoT·빅데이터 등 ICT와 연계해 고객사의 비즈니스 혁신을 돕는다.

또 KT는 환자 이송 중 고화질 영상으로 상태를 실시간 진단·처방해 지연 없이 대응할 수 있는 AI 응급 의료 시스템을 세브란스병원과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미디어·게임사들과 실시간 스트리밍을 서비스해 저사양의 단말기로도 원활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실시간 원격제어를 활용, 5G 기반의 무인 자율 작업이 가능한 건설기계 기술 개발 등 스마트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 원격제어는 원격지에 있는 기기에 초저지연 영상 송신기를 설치해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수백 km 떨어진 관제센터에서도 모니터링 중인 작업자가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또 드론으로 건설 현장을 촬영한 대용량의 3D 데이터를 5G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하고 이를 토목공사 3D 설계도에 비교해 작업량과 시공 계획을 산출한다. 실제로 양 사는 지난해 여름 상하이에서 열린 바우마 전시회와 올해 4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바우마 전시회에서 대한민국 인천에 있는 굴착기 원격조종에 성공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농업 분야에서 5G 디지털 트윈 기반의 농기계 원격진단을 올 3분기 중 제공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ICT·증강현실(AR) 솔루션 선두 기업인 미국 PTC와 제휴했다. 5G 기술과 PTC의 IoT·AR 기술을 융합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농업 서비스 ‘트랙터 원격진단 서비스’를 개발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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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