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식 대응의 피해자는 의사와 환자…의약품 안전 관리 전문성 갖춰야”
의협 “식약처, 라니티딘 뒷북 대응…‘발사르탄 사태’와 유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대한의사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된 잔탁 등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26일 잠정 판매 중지한 데 대해 ‘발사르탄 사태’ 때와 똑같은 뒷북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식약처는 지난 16일 잔탁 제품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조사한 결과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10일 만에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잔탁 등 일부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라니티딘은 위염 등 소화기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의약품 성분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 중인 NDMA는 지난해 발사르탄 계열 혈압약에서도 검출돼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식약처는 FDA 등의 위해 정보를 입수하고 잔탁 등에 대한 긴급 수거 검사와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의협은 “의약품 성분과 관련된 위협을 외국의 전문 기관이 먼저 인지하고 식약처가 뒤이어 외국의 자료에 따라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가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때와 유사하다”며 “식약처가 외국의 발표를 확인하는 것 외에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를 통한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본분에 걸맞게 의약품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과 전문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며 “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의 안전성 문제와 식약처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의사와 환자”라고 덧붙였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