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겉도는 퇴직연금 200조]
-만기·손실 시 ‘아웃바운드 콜’
[퇴직연금 강자들]삼성생명, 사후 관리에 전담인력 360명 배치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2005년 이후 한 번도 점유율 상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2019년 9월 말 기준 누적 적립금 24조8298억원, 시장점유율 약 13%로 13년 연속 1위이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주관한 2018년 퇴직연금 사업자 평가에서 삼성생명은 운용 상품·서비스 등의 항목 중 보험업에서 가장 많은 5개 항목이 상위 등급에 선정됐다.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된 금융회사 가운데 보험업계 대표 주자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던 배경에는 퇴직보험 시장에서의 오랜 업력이 있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됐다면 그전에는 종업원 퇴직 보험 제도가 있었다. 퇴직보험 제도는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예치해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로, 회사가 도산·파산하는 상황에서도 퇴직금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삼성생명은 1977년부터 퇴직금 자산 관리 사업을 영위하며 퇴직연금 시대에 대비해 왔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 이후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은 일찍이 시장에 진입해 운용 인프라와 노하우를 쌓아 왔다.

◆선진국 퇴직연금 제도 벤치마킹해 기틀 다져

퇴직연금 제도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먼저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고령화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와 노동시장 변화의 영향으로 퇴직연금 제도의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생명은 선진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국내에 소개하고 실무 지식을 업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본격적인 퇴직연금 사업 전개를 앞두고 미국과 일본의 퇴직연금 핵심 전문가들을 영입했고 퇴직연금 제도 컨설팅을 구축하기 위해 프랑스의 악사, 일본의 제일생명 등 보험회사들을 벤치마킹했다. 선진국에서 영입한 핵심 인력들을 통해 제도의 기틀을 다졌다.

또 국내 인력의 자질 향상에 기여하는 자격 프로그램 TCPP(Top Corporate Pension Planner Certification)를 업계에 도입했다. 제도 도입 후에는 삼성생명퇴직연금연구소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연구 활동에 힘을 보탰다. 퇴직연금의 불모지였던 당시 금융업계에 퇴직연금의 필요성을 알리고 선진 노하우를 들여와 퇴직연금 제도가 초기에 시장에 정착하도록 했다.

2005년 이후 줄곧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로 퇴직연금 운용과 고객 컨설팅에서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꼽힌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증권·보험사는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영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은행·증권사와 비교할 때 보험사의 강점은 연금이 본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확정 급여형(DB형)과 확정 기여형(DC형)으로 구분되는데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의 61.1%(2019년 9월 말, 각 금융 협회 비교 공시 기준)가 DB형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DB형은 노동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를 회사가 관리하다가 노동자가 퇴직하면 퇴직 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에 따른 지급 배수를 곱해 퇴직금을 지급하게 된다.

DC형은 노동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의 운용을 노동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회사는 매년 노동자에게 지급할 퇴직급여를 노동자의 개별 계좌에 입금하고 노동자는 이를 투자하다가 실제로 퇴직하는 시점에 퇴직금을 수령하게 된다. 따라서 수익률이 노동자의 노후를 위한 퇴직금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DB형 제도에선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여러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다. 이때 다수의 사업자 중 한 곳을 간사 기관으로 지목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전체 금융회사 중 가장 많은 700여 개 기업체의 간사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종업원 500명 이상 대형 사업장 기준 118여 개 기업에서 선택 받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간사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만한 금융회사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특히 제도 운영 시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 대기업 간사 기관으로 월등히 많이 선정돼 제도 운영을 총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간사 기관 서비스를 기반으로 기업체의 인사·노무·재무 등 다양한 이슈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DC형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임금 피크제,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다. DC형은 노동자에게 투자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퇴직연금 강자들]삼성생명, 사후 관리에 전담인력 360명 배치
◆전담 인력 360명, 업계 최고 수준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다양한 방법의 교육 서비스를 통해 수익률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수익률이 중요한 DC형은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활약을 펼친 분야였지만 최근 삼성생명에서도 DC형 가입자 수가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상품’과 ‘관리’의 측면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략에 나섰다. 상품은 먼저 안정성 있는 예금 상품인 원리금 보장형 상품,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 실적을 따르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구분된다. 삼성생명은 이때 누적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입사 이후 퇴직 시점까지의 장기 수익률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금융감독원이 수익률 공시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삼성생명의 누적 수익률은 타사 대비 높은 편이다. 실적 배당형은 2010년 이후 누계 수익률이 34.13%다. 은행·증권·보험의 점유율 상위 7개사 회사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원리금 보장형은 은행권 자사 상품 판매가 중단된 2015년 이후 최근 3년간 누계 수익률이 6.21%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자사 상품을 제공하지 못한다. 특정 은행과 증권사의 DC형에 가입했을 때 해당 은행과 증권사의 예금 상품이 아닌 타 금융회사의 상품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이에 비해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상품을 비롯해 다양한 라인업에서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처음에는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재갱신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낮은 금리의 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면 삼성생명은 타사 상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 자사 상품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적시에 더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은 2016년부터 오직 DC형 가입자만을 위한 DC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거나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면 회사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과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아웃바운드 콜’을 실시한다.

삼성생명은 사후 관리 제도 운영 서비스를 경쟁력의 중요한 축으로 앞세운다. 금융권 최대 규모인 360명의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퇴직연금 서비스를 지점이 아닌 본사 전담 인력이 제공한다. ‘찾아가는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인다.

이 밖에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퇴직연금 관리 시스템을 구축, 가입자들이 지점 방문 없이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적립금과 수익률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납입과 상품 변경 등도 손쉽게 할 수 있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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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