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지난 5월 연금 사업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은행·증권·손해보험에 흩어져 있던 연금 부서를 통합하고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한 시도는 업계 최초였다.
KB금융그룹이 조직 개편에 나선 이유는 퇴직연금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함에 따라 ‘기업’에서 ‘개인’으로 고객의 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과거 퇴직연금 사업이 외형적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면 최근에는 고객·수익률 관리와 같은 질적 성장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KB금융지주는 지난 5월 연금 관련 각종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 자산관리(WM) 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통합 조직은 지주·은행·증권·손보 4사 겸직 체계로 운영된다.
KB국민은행의 고객·수익률 관리 역량과 KB증권의 자산관리, KB손해보험의 다양한 보험 서비스뿐만 아니라 KB자산운용·KB생명보험·KB저축은행 등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종합 연금 관리 체계를 더욱 고도화했다.
통합 조직은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핵심 역량이 집중된 독점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운용 역량을 강화해 미래 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그룹 내 흩어져 있던 퇴직연금 업무를 통합하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계열사 강점 합쳐 연금 특화 상품 개발
KB금융은 계열사 협업을 통한 연금 특화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이 원리금 보장형 위주로 운영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수익률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 변동에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개발과 대체 투자 상품, 절대 수익 추구형 등 실적 배당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적 배당 상품 중에서도 단기 수익률이 좋은 상품, 소위 ‘핫’한 상품이 아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 펀드를 개발하고 있다.
생애 주기형 펀드(TDF)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컴형 펀드, 대체 투자 상품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을 통해 수익률 높이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원리금 보장 상품에 저축은행 상품을 편입하는 등 고금리 상품을 도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직 개편의 또 다른 목표는 서비스 질 강화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에서 추진하는 퇴직연금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 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퇴직연금 전문 그룹사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기반의 퇴직연금 자산 관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그룹 내 연금 사업 비율이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은 연초 ‘수익률 개선 애자일 조직’을 신설하며 ‘마케팅 중심’ 조직 구조에서 ‘고객 수익률 관리 중심’으로 조직 체계를 강화했다.
또 비대면 채널 개선을 통한 연금 자산과 수익률 관리 지원, 퇴직연금 전용 포트폴리오 제공, 인공지능(AI) 기반의 딥러닝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 퇴직연금 사업은 시장 내에서도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전체 사업자 중 1위였다. KB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성장률은 22.5%에 달한다. 시장 성장률 12.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체 사업자 순증가액 1위
KB국민은행은 특히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가입하는 확정 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 1위 자리를 유지하며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DC형 적립금은 12년 연속 1위, IRP 적립금은 9년 연속 1위다.
DC형과 IRP는 개인이 직접 가입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입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자산관리컨설팅센터’를 출범했다. 5월 조직이 통합되면서 퇴직연금자산관리컨설팅센터를 3사에 공동 적용하고 있다.
퇴직연금자산관리컨설팅센터는 기존에 운영 중인 ‘퇴직연금전문상담센터’와 별도로 DC형·IRP 고객군에 특화됐다. 자산 관리와 수익률 관리를 위한 상품 만기 안내, 운용 상품 리밸런싱, 추천 포트폴리오 안내 등 가입자가 스스로 챙기기 어려운 퇴직연금 자산 관리 관련 일대일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상담 인력의 전문성을 높였다. 상담 인력은 프라이빗뱅커(PB)와 VIP 매니저(VM) 등 자산 관리 전문 업무 경력, 재무설계사(FP)와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등 자산 관리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를 배치했다. 증가율은 전체 사업자 중 1위였다.
KB국민은행은 이런 전략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관리 전문 은행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인터뷰-최재영 KB금융지주 연금본부장 “국내 최초 AI 기반 생애 주기 연금 관리 시스템 개발 중” KB금융이 연금 사업 컨트롤타워를 신설한 가장 큰 이유는 고객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그룹 내 IB부문과 은행·증권·손해보험 등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상품 개발 및 운용 역량 강화가 핵심 목표다.
올해 새롭게 탄생한 연금본부는 최재영 KB금융지주 연금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지주·은행·증권·손해보험 4사 연금 사업을 통합한 조직인 만큼 최 본부장은 KB국민은행 연금사업본부장 겸 연금기획부장, KB증권 연금기획부장, KB손보 연금기획부장 등 1인 6역을 맡고 있다.
10월 23일 최 본부장을 만나 KB금융그룹 퇴직연금 사업 전략에 대해 들었다.
-퇴직연금 업무 조직을 통합하면서 어떤 시너지를 기대했나.
“각 사의 특징과 강점을 집약해 수익률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조직 개편의 또 다른 이유는 3사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서였다. KB금융그룹과 거래하는 고객은 은행·증권·손해보험 등 어디에서든 특화되고 균질한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업무 처리를 통합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향후에는 조직 통합 비대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사업에서도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강화할 예정인가.
“지난해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전면 개편하며 디지털 기반의 연금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했다. 기내년에는 퇴직연금 전용 ‘그룹 통합 비대면 플랫폼’을 따로 출시할 계획이다.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은행·보험·증권의 퇴직연금 상품을 한꺼번에 비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기반의 ‘생애 주기 솔루션 기반 연금 자산 종합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은퇴 시점에 목표를 두고 어떻게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지, 어떤 상품에 가입해 몇 프로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지 AI가 컨설팅해 주는 시스템이다. 자문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가 생애 주기 목표에 따라 중간중간 리밸런싱하며 운용까지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비대면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KB국민은행의 강점인 디지털 금융을 전 계열사에 정착하고 연금 KBOT, 로보를 활용한 맞춤형 포트폴리오 운용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원리금 만기 고객 대상의 비대면 교체 매매 프로세스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많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에 무관심하다. KB는 개인 가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퇴직연금은 10년간 약 15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은퇴 노후와 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세미나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25회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했고 법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고객이 편리하게 퇴직연금 거래를 할 수 있도록 100여 종의 서식을 70여 종으로 통폐합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 사용과 서식을 개정한 바 있다. 퇴직연금을 가입한 노동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에 대해 쉬운 용어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을 통해 기존 법정 의무 사항뿐만 아니라 자산 운용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노동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고객 제공 자료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사업 운영 계획이 궁금하다.
“통합 조직 체계에서 고객 관리, 수익률 관리 중심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연말까지 원리금 보장 상품 수익률 은행권 1위 공고화가 목표다. 2019년 1분기부터 KB국민은행 퇴직연금 전 유형(DB·DC·IRP) 원리금 보장 상품 수익률이 크게 개선돼 시중은행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적 배당 상품 부문에서도 글로벌 인컴형 펀드, 대체 투자 상품 생애 주기형 펀드(TDF) 등 다양한 상품 추천과 리밸런싱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고 있다. 이런 수익률 개선 노력을 강화해 내년에는 원리금 보장 상품과 실적 배당 상품 모두 수익률 1위 달성이 목표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고객 수익률 1등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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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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