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2019 대한민국 모빌리티 혁신 지도]-차량공유에서 전기차, 자율주행까지 대기업 스타트업 ‘각축’…소프트웨어가 핵심 경쟁축
‘내 차 소유’에서 ‘이동 서비스’로…다가오는 모빌리티 시대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약속 장소인 강남역으로 가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경험에만 의존해 지름길을 찾는 것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대중교통부터 카풀, 차량 호출까지 다양한 이동 수단이 가장 빠르고 편한 경로로 우리를 실어 나른다. 직접 운전대를 잡아도 도로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반영한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차량이 닿기 어려운 곳에는 전기자전거와 공유 스쿠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지만 목적지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철저히 수요자의 편의에 맞췄다는 본질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목적을 갖고 모빌리티 시장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스마트폰의 보급을 배경으로 모빌리티 시장은 자율주행·빅데이터·위성항법장치(GPS) 등을 적용해 발전했다. 2008년 세계 최초의 차량 공유 회사인 미국의 ‘집카(Zipcar)’의 등장 이후 우버·리프트·그랩 등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했다.
지금 한국에서도 모빌리티는 가장 뜨거운 시장이다. 현대차는 2024년을 목표로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내놓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상용화한 5세대 이동통신(5G)을 토대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자율주행 실증에 나섰다.
◆급격한 공유로 발전하는 모빌리티 시장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도 눈에 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1~2012년 등장한 쏘카와 그린카는 국내 차량 공유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후 렌터카를 기반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타다’ 등 차량 호출 서비스가 연이어 등장했다. 최근엔 대중교통이 가지 않는 ‘라스트 마일’을 점령하려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경쟁도 치열하다.
모빌리티 산업 중 유망한 업종은 무엇일까.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팀장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차량 공유 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우선 차량 공유는 자율주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가 목적지가 같은 여러 명의 승객을 태우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량 공유는 자율주행은 물론 매칭 기술과 함께 데이터 축적까지 가능해 모빌리티 관련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또 전통적인 산업군이 없었던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이해관계인들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모빌리티 산업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 현상이다. 세계 도시화율은 이미 55%를 넘어섰다. 특히 한국은 서울의 인구 밀집 현상으로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는 환경오염까지 유발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의 현황과 미래’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를 통해 경제적·환경적 측면을 포함해 도시 교통 흐름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차량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차량을 구매하기보다 이용한 시간만큼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수요자들은 익숙해졌다. 소유에서 공유로 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렌터카와 차량 호출을 넘어 최근엔 다양한 차량을 원하는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는 차량 구독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인식의 변화는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엔 큰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최종 진화형은 ‘통합 이동 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다. 한국교통연구원은 MaaS를 버스와 ‘지하철 등 기존의 대중교통과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간의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정액 요금제나 실시간 요금제 등 다양한 지불 방식을 통해 가장 편리하고 끊김이 없는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MaaS의 목적이다.
MaaS로 진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모빌리티 영역의 발전과 함께 기존 자동차 시장과 여객 운수업계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이동 수단을 통합하는 MaaS가 꽃피기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규제가 많다. 정미나 팀장은 “해외는 여객과 물류가 합쳐지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진화하는데 국내는 승용차·버스·렌터카 등 이동 수단마다 적용되는 법안이 달라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내 차 소유’에서 ‘이동 서비스’로…다가오는 모빌리티 시대
◆타다 vs 택시업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
최근 국내에서는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엔씨(VCNC)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난 7월 플랫폼 사업을 국토교통부가 운송 사업자를 선정해 허가하는 혁신형(타입1), 법인 택시와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가맹을 맺는 가맹형(타입2),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형(타입3)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타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은 타입1에 속하는데 이들은 운송 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수익을 재원 삼아 기존 택시 면허를 사들여야 한다. 이는 서비스 총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타다 측은 면허 구매에 따른 비용 추가 등을 우려해 총량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고 택시업계는 타다가 별다른 규제 없이 렌터카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10월 24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11인승 승합차를 렌트하는 타다의 영업 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현재 타다의` 영업 방식은 불법이 된다.
혼란 속에서 모빌리티 기업 관계자들은 사업성을 걱정한다. 현재 법안에 따르면 차량 호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운전사를 고용하고 직접 차량을 조달해야 한다. 상당한 초기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설사 진입하더라도 대형 자본을 갖춘 외국계 차량 호출 기업들을 이길 수 없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진통을 겪고 있지만 향후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만은 뚜렷하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모빌리티 산업은 이동 수단의 전동화·무인화·공유화라는 3가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빌리티 시장의 경쟁 축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위주로 재편됐다.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혁신 기술만 있다면 모빌리티 생태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건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카 오너십(car ownership)을 전제로 작동했던 조직·시장·인프라·제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는 기업과 정부가 새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
[스페셜 리포트=2019 대한민국 모빌리티 혁신 지도]
- ‘내 차 소유’에서 ‘이동 서비스’로…다가오는 모빌리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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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