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카카오페이 중심 ‘디지털 손보사’ 설립…‘2030세대 잡아라’ 핀테크·보험사 제휴 활발
카카오·삼성화재 ‘맞손’…판 커지는 ‘디지털 보험’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모바일 보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위해 연내에 금융위원회에 예비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컨소시엄 구성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각각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 ‘최강자’들의 만남에 디지털 보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와 삼성화재는 최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사업 계획 구체화 후 연내 예비 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카카오와 삼성화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로, 구체적인 사항은 협의 중인 단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60~70%, 삼성화재가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화재-카카오, 한국의 ‘중안보험’ 만든다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제안은 삼성화재가 카카오 측에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험업계는 저성장·저출산·저금리 등 3중고에 2022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이슈까지 더해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하다. 이 와중에 핀테크 업체들의 도전 또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전용 ‘디지털 보험사’의 설립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기 위해 ‘카카오’에 먼저 손을 내민 삼성화재의 전략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1등 손보사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한 고민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화재로서는 ‘카카오’라는 금융 플랫폼의 최강자와 손잡음으로써 기존의 영업 채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디지털 보험 수요를 따라잡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최근 핀테크 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카카오로서도 이번 디지털 손보사 설립은 좋은 기회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카카오페이 간편 결제 서비스가 첫 출시된 2019년 9월 5만 명이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3000만 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 구조였다. 송금·간편 결제 서비스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려워 최근 들어 투자 상품 등을 추가하는 등 수익 구조 개선에 집중해 왔다. 지난 7월에는 크라우드 보험 플랫폼 회사 ‘인바이유’를 인수하고 ‘카카오페이 간편보험’을 출시하는 등 보험업 진출에도 속도를 높여 왔다.


눈여겨볼 것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먼저 제안한 삼성화재가 아니라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번에 설립되는 디지털 손보사는 기존 보험 상품과 ‘차별화’를 강조하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 중심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얘기다. 주로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위험과 관련된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단계에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말하긴 어렵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중국 텐센트와 알라바바가 2013년 중국 최대 민영 보험사인 평안보험과 함께 설립한 온라인 전문 보험사 ‘중안보험’과 비슷한 모델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중안보험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할 부담 비용을 보장해 주는 ‘반송보험’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온라인 쇼핑몰의 반송률 등을 빅데이터로 측정해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 밖에 반려동물 케어보험, 항공 연착 보상보험 상품 등 인슈어테크와 결합한 틈새시장을 겨냥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생활 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보험 판매 플랫폼 제공 역할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생산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디지털 보험 컨소시엄을 추진하게 됐다”며 “국내 최고 정보기술(IT)력과 플랫폼을 갖춘 카카오와 삼성화재의 보험 사업 역량을 결합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손해보험의 새로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되는 보험업계 새 활로 될까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의 참전에 ‘디지털 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2030 세대’는 보험사들로서는 놓쳐서는 안 되는 새로운 고객층이다. 대면 채널보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채널에 더 친숙한 2030세대를 붙잡기 위해 ‘디지털 보험 시대의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인 셈이다. 실제로도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보험업계 가운데 ‘디지털 보험 시장’ 만큼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인터넷·모바일 등의 채널을 통한 초회 보험료(계약 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는 2016년 92억6800만원에서 2017년 102억500만원, 2018년 138억67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한화손해보험은 삼성화재보다 한 발 앞선 10월 초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캐롯손보는 한화손보(지분 75.1%) 외에 SK텔레콤(9.9%)·알토스벤처스(9.9%)·현대차(5.1%)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지난 10월 2일 금융위원회에서 디지털 손보사 설립 본허가 승인을 획득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디지털 시장 공략법’에서는 삼성화재와 차이를 보인다.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은 ‘자동차 보험’이다. 실제 운영 거리만큼 보험료를 납부하는 ‘퍼 마일(PER MILE)’ 자동차 보험 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화손보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 보험을 판매 중이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의 자동차 보험 판매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한화손보의 인터넷 채널을 통한 자동차 보험 판매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캐롯손보는 이 밖에 펫보험·택배반송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도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한화손보 외에도 이미 핀테크 업체들 가운데는 보험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보험 시장 선점에 나선 곳이 많다. 인슈어테크 기업인 보맵은 최근 일상에 필요한 미니 보험을 가족·친구들에게 모바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금융 플랫폼 토스는 지난 1월 삼성화재·교보라이프플래닛 등과 손잡고 커피 한잔 값에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 4종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직·퇴사가 많은 20·30세대를 위한 퇴직 준비 저축보험, 겨울 휴가철을 겨냥한 스키보험 등이다. 자산 관리 전문 금융 플랫폼인 뱅크샐러드도 지난 6월 보험 기간 동안에만 온·오프 스위치를 통해 간편하게 원하는 보험을 가입하고 해지할 수 있는 ‘온·오프 스위치형’ 여행자 보험을 선보여 주목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번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협력은 업계 최강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보험 영업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업체들로서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각종 콘텐츠를 접목할 수 있는 보험 상품 등이 필요하고 보험사로서는 이를 유통하기 위한 AI 기술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며 “핀테크 업체들과 보험사와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vivajh@hankyung.com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반송보험·펫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을 주력으로 2030세대를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