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강문성의 경제돋보기] ‘중국 주도 메가 FTA’ RCEP 타결, 트럼프의 선택은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2013년 5월 시작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다.

태국 방콕에서 11월 4일 개최된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RCEP 협상 타결을 선언하고 내년 최종 서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의 찬사와 달리 통상 전문가와 외국 언론은 최근 체결된 다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해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 마찰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제성장이 예전 같지 않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이끌면서 경제 통합의 수준보다 빠른 마무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아 경제 통합 수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노동·환경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범이 없고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 역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품과 서비스 무역에서의 시장 접근 수준 역시 한국이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체결한 FTA와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16개국에서 인도가 막판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인도는 RCEP 15개국 중 한국·중국 등을 포함한 11개국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RCEP에 참여하면 값싼 중국 제품이 인도 시장에 밀려올 것을 걱정하는 인도로서는 참여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인도 경제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보호 정책에 길들여진 인도 국내 기업이 RCEP와 같은 거대 FTA의 파고를 만나는 것은 반갑지 않은 결정이다.

서비스와 농업 시장의 개방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서의 수입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해 서비스 공급자와 농민(특히 낙농·향신료 농가)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 10여 년간 인도가 맺은 FTA에서 좋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과거의 경험 역시 참여를 꺼리게 했다. 인도는 한국을 비롯해 스리랑카·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과 FTA를 맺었는데 이러한 FTA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양자 무역수지 적자만 확대됐을 뿐이다.

따라서 인도가 RCEP에 동참할 수 있도록 나머지 15개 국가가 관련된 잔여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인도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같은 RCEP의 진전은 미국의 통상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CPTPP 참여를 고려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결정한 통상 정책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임에도 불구하고 TPP가 가지고 있는 중국 봉쇄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통해 합의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국내 비준을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주도의 메가 FTA에 대항하는 메가 FTA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 등의 정치 상황과 일정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USMCA 비준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엔 RCEP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인도와의 양자 FTA 개선 협상, 멕시코와의 FTA 재추진 등이 과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