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20년 40조 시장 ‘렌털 경제의 최강자’들]-오픈갤러리·아트투게더, 미술품 렌털 개척…밀레니얼 사로잡은 패션 셰어링 ‘클로젯셰어’
‘의류에서 주거까지’ 범위 넓히는 렌털산업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정수기와 비데 등 렌털의 비율이 높은 품목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필수는 아니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문가의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특징에 해당하지 않아도 렌털로 쓰이는 품목들이 차차 늘어나고 있다.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렌털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이제 모든 것을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취향에 따라 선호가 변하는 미술 작품부터 굳건한 소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의류에도 렌털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내 집 거실에서 만나는 작가의 원화 그림
‘집 안 거실에 프린트된 가품이 아닌 작가의 붓질이 살아 있는 진품을 전시한다.’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림 전시를 가능하게 한 기업이 있다. 그림 렌털 기업 ‘오픈갤러리’는 국내 인기 작가의 원화 그림을 법인·개인 고객에게 렌털, 판매 방식으로 유통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작품만 2만7000여 점이다.
그동안 국내 미술 시장은 1%의 소수 자산가와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오픈갤러리는 그림 렌털을 통해 미술 시장의 생태계를 대중에게 열어줌으로써 미술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렌털 사업을 통해 전시 기회를 얻기조차 쉽지 않았던 작가들이 본인의 실력만으로 작품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오픈갤러리는 그림 선택부터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한다. 큐레이터가 오프라인 방문을 통해 작품을 추천하거나 고객이 온라인에서 작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한 작품은 배송과 함께 직접 설치해 준다. 3개월마다 그림을 교체할 수 있어 계절감에 맞는 그림을 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픈갤러리의 주요 고객들은 미술품을 ‘감상’하려는 목적을 지닌 고객들이다. 특히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30~60대의 여성들의 비율이 높다. 법인 고객들은 작품을 통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효과와 세제 혜택을 고려해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다. 분기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호텔·카페·레스토랑은 물론 임직원 복지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체,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병원 등이 주요 고객이다.
공동으로 미술품을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론칭한 ‘아트투게더’도 그림 렌털 사업을 수행 중이다. 아트투게더는 공동 구매를 통해 소액으로 미술품을 공동 소유함으로써 ‘1만원에 피카소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공동 구매를 완료한 작품들은 렌털도 가능하다. 아트투게더 측은 “렌털을 통한 공동 구매자들의 수익률은 약 3~5%로, 공동 구매 수익과 동시에 렌털 수익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송현 아트투게더 아트디렉터는 “아트투게더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미술품 렌털 서비스는 소액으로 작품을 소유하는 동시에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렌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림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은 주로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다. 만약 작품을 구매할 때 고객의 취향이 변하면 구매 작품에 대한 만족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곧 소유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최근 고급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도 그림 렌털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지하 오픈갤러리 큐레이터는 “렌털은 새로운 것을 꾸준히 경험할 기회를 선사하기 때문에 취향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술 시장에서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송현 아트투게더 아트디렉터는 “기존 미술 시장이 상위 1% 부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였다면 미술품 렌털 시장은 공유 경제 시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의류에서 주거까지’ 범위 넓히는 렌털산업
◆의류와 주거에 파고든 렌털 산업
합리적인 소비 추구도 렌털 시장의 덩치를 키운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품목들이 렌털 시장의 주체로 떠올랐다. 대표적 품목은 안마 의자, 에어프라이어, LED 마스크, 반려동물 용품 등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G마켓은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렌털을 다담다’ 기획전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이한진 G마켓 사업개발팀 매니저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어 렌털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렌털의 범위가 인간의 필수 재화인 의류와 주거 분야에까지 확장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온디맨드 패션 셰어링 플랫폼 ‘클로젯셰어’는 의류 렌털에 주목했다. 클로젯셰어에 따르면 옷장 내 입지 않는 옷은 평균 57벌이고 제품당 평균 사용 기간은 3개월이다. 클로젯셰어는 입지 않는 옷은 빌려줘 수익을 내고 필요한 옷을 마음껏 빌리는 패션 셰어링 플랫폼이다.
셰어러가 옷과 가방을 맡기면 클로젯셰어는 제품 촬영, 제품 관리(드라이·손질)를 마친 후 렌터에게 배송한다. 렌터는 월정액 이용료를 지불하면 옷과 가방을 마음껏 빌릴 수 있다. 또 수익을 정산해 수수료의 60%는 셰어러에게 돌아간다.
밀레니얼 세대는 쇼핑을 즐기고 본인의 제품 공유에도 열려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셰어링과 렌터를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은 20%에 달한다. 클로젯셰어를 통해 빌릴 수 있는 의류는 1만2202여 개, 가방은 1045여 개다. 샤넬·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클로젯셰어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팔로워 10만 명 이상의 인플루언서들과 디자이너 브랜드 등 셰어링 참가자들이 늘면서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참가자가 늘며 제품 다양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렌털 서비스의 특징인 재고 부담이 낮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2년여 만에 월 셰어링 신청 수는 6094건으로 증가했고 누적 신청 수는 3만9540건이 됐다.
또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베타 론칭을 완료했고 올해 3월 홍콩에 법인을 설립해 최종적으로 아시아 7개 대도시의 옷장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목표를 그리고 있다. 클로젯셰어를 운영하는 더클로젯컴퍼니 성주희 대표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며 새로운 시도에도 적극적”이라며 “향후 5년 내 렌털이나 중고 제품이 전체 옷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이 꿈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주거 시장에서도 렌털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공공기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임대주택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롯데자산개발은 ‘어바니엘 가산’을 시작으로 ‘어바니엘 한강’, ‘어바니엘 염창’ 등 3개점을 운영 중이다. 직장인 등 1~2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몄다. 북카페·멀티룸 등 부대시설과 카 셰어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2017년 임대주택 브랜드 ‘커먼 라이프(COMMON Life)’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밖에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신영에셋의 ‘지웰홈스 동대문’ 등이 1인 가구를 겨냥한 임대주택을 공급 중이다.
mjlee@hankyung.com
[커버스토리 : 2020년 40조 시장 ‘렌털 경제의 최강자’들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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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