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핀테크 CEO 3인의 혁신 성장 스토리] - 김성준 렌딧 대표- “축구 감독처럼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배치하는 게 리더의 역할”
"렌딧, 프로젝트 끝나면 '회고 미팅'...가감없이 직구 날리죠"
[한경비즈니스 = 추가영·허란 한국경제 기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렌딧은 지난해 50명에서 90명으로 조직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렌딧과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특징은 구성원의 절반이 금융권 출신이란 점이다. 정보기술(IT)과 금융, 두 이질적인 배경의 인력들이 한 조직에 모여 있다 보니 ‘삐걱거림’이 발생하기 쉽다. 각 팀의 우선순위가 달라 커뮤니케이션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렌딧은 ‘업무의 목적과 소요 기간, 목표 결과를 생각한 후 일한다’, ‘결정은 수직적으로 신속하게, 실행은 수평적으로 격렬하게’ 등 일하는 방식을 ‘14가지 현실 왜곡장 생활 가이드’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조직이 빠르게 커지더라도, 조직 개편이 잦더라도 이 같은 삐걱거림과 헷갈림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렌딧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 기업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축구 감독처럼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배치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20명이 모였을 때부터 기업 문화를 명문화하기 위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회사에 15~20명 정도가 모이면 팀이 3~4개가 됩니다. 이때부터 업무도 다르고 모여 있는 사람도 다르다 보니 팀마다 색깔이 생겨요. 게다가 핀테크 기업에서 개발자는 IT 기업 출신이고 사업 기획은 금융회사 출신인데 이들은 너무 다른, 물과 기름 같은 사람들이죠. 이때부터 ‘삐걱거림’이 보여요. 커뮤니케이션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때도 있고 알력이 생긴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요. 팀이 나눠지기 시작하면서 커뮤니케이션에도 구멍이 자꾸 생기고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정말 한 방향으로 노를 지으면서 가야 하는데 약간씩 다르게 가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삐걱거림’이 보였나요.
“모든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일 텐데 마케팅팀의 우선순위와 개발팀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서비스를 다음 달에 론칭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5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것을 공통의 목표로 세우면 이걸 달성하기 위해 마케팅팀에서 해야 한다고 보는 우선순위가 개발팀과 다른 거죠. 각 팀이 어느 정도 합의해 우선순위를 잘 정리하지 않으면 삐걱대다가 지연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협업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빠르게 해야 한다’, ‘오버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등 일하는 방식을 ‘14가지 현실 왜곡장 생활 가이드’에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14가지 현실 왜곡장 생활 가이드를 만든 지도 3년이 넘었습니다. 그간 생활 가이드가 효과를 발휘했나요.
“일단 헷갈림이 없어요. 저도 없고 직원들도 없어요. 회사가 30명에서 50명, 50명에서 90명 규모로 커지면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저도 우왕좌왕할 수 있죠. 하지만 적어도 14가지는 꼭 지키는 선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덜 헷갈릴 수 있는 거죠. 조직 개편도 잦아요. 팀이 합쳐지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요. 대출과 투자 등 목적 조직으로 일하다가 마케팅팀· 개발팀 등 기능 조직으로 일하기도 하고 계속 조합을 바꾸지만 별로 헷갈리지 않아요. 14가지 문화 코드 안에서 조직 구성만 바꾸니까요. 보통 조직을 개편하면 많은 조직에서 ‘누가 정치에서 밀렸나 보다’, ‘라인이 어떻게 됐나 보다’ 등 뒷말이 많아요. 렌딧은 14가지 문화 코드를 항상 근간에 두고 있어 조직이 개편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오해나 헷갈림이 없는 것 같아요.”
-조직 개편은 왜 자주 하나요.
“조직 구조를 자주 바꾸는 가장 큰 목적은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다시 말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죠. 시장이 바뀌면 서비스도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어요. 고객 편의성이 가장 중요한 단계가 있고 금융 서비스의 질 자체가 중요한 단계가 있고요. 이런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팀이 합쳐지기도 하고 쪼개지기도 하는 거죠.”
-팀을 계속 바꾸면서 일하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을 텐데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게 대표의 역할 중 하나예요. 축구 감독 같은 거죠. 예를 들어 개발자가 기능 조직인 개발팀 안에서 일할 때의 시각과 목적 조직인 대출 그룹 안에서의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죠. 개발팀 안에선 자기가 만들고 있는 코드의 정확성, 확장 가능성, 안정성에 훨씬 더 높은 비중을 둬요. 그런데 대출 그룹 안의 개발자가 되면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좀 더 많이 대출을 받을지, 어떻게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지 관점이 바뀝니다.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할 때 한 번씩 바꾸기도 하죠. 지금은 목적 조직과 기능 조직을 섞은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지난해 50명에서 90명으로 급격히 조직이 커졌습니다. 조직 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40명 정도까지는 팀 단위를 유지했습니다. 그 이상으로 조직이 커지면서 팀들을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홍보·피플·인사 등 일부 팀은 대표 직속으로 두고 다른 팀들은 그룹 내에서 그룹장과 팀장들이 이끄는 구조로 바꿨죠.”
-조직 구조를 바꾸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팀 단위였을 때는 제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리가 짧았죠. 90명으로 늘어나니까 팀원 개개인과 자주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 초 내부 커뮤니케이션 툴로 ‘렌딧 아고라’를 신설했어요. 내부 구성원 3명을 뽑아 저와 피플팀장이 같이 분기에 한 번 미팅을 하는 제도예요. 일종의 노사위원회죠. 익명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고 거기에서 제기된 이슈를 놓고 같이 얘기해요. 이들이 원하면 언제든 미팅을 할 수 있어요. 대화의 채널을 다양하게 열어 놓기 위해 아고라를 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거나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회사를 회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일부 사람들에게서 생겨나더라고요. 그때부터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된 거예요.”
-‘14가지 현실 왜곡장 생활 가이드’ 중 ‘회고는 성장을 위한 일상이다’란 항목이 눈에 띕니다. 회사와 직원의 성장을 위해 회고 과정을 강조하는 데요.
“렌딧이 어느 정도로 회고에 집착하느냐 하면, 프로젝트가 끝나면 무조건 ‘회고 미팅’을 해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이 20명이라면 이들 모두가 콘퍼런스룸에 들어가 2~3시간 동안 얘기하는 거죠. 이때 별 얘기가 다 나와요. ‘OOO이 과연 프로젝트를 이끈 프로젝트 오너(PO)였는지 모르겠다, ‘PO가 이랬다저랬다 해서 헷갈렸다’ 등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요. 지금은 일정 기간 회사를 다닌 직원들은 회고 미팅에서 직구를 날리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런 환경에 자꾸 노출되다 보면 ‘이래도 되는구나’ 하게 되죠.”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나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에서도 회고가 중요합니다. 회고가 결국 뭘 배웠는지, 뭘 제대로 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니까요. 회고 미팅을 할 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한 달 전에도 이 프로젝트를 했다면 똑같이 했을 거냐’예요. 이 질문의 의미는 내가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지식을 그대로 알고 타임머신을 타고 한 달 전으로 갔을 때 이 프로젝트를 하면 똑같이 할 것인지 묻는 겁니다. 이 질문을 서로 주고받다 보면 결국 이 프로젝트에서 뭘 배웠는지, 배우지 못했으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알게 되는 거죠.”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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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