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가계 대출 증가세
시중 은행들 결국 대출금리 또 인상

일각에선 '이자 장사' 지적도 나와

[비즈니스 포커스]
한 시민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한 시민이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하나·NH농협은행도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연이은 금리인상 조치로 이들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0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주기형)금리는 9월 30일 기준 연 3.64~6.15%, 변동금리는 연 4.50~6.69%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은 10월 4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올렸다.

주담대 상품 ‘KB주택담보대출(변동·혼합형)’의 금리는 0.20%포인트 높였다. 전세대출금리는 보증기관에 따라 0.15~0.25%포인트 올렸다.

‘KB주택전세자금대출(HF)’, ‘KB전세금안심대출(HUG)’,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SGI)’의 금리도 각각 0.25%포인트, 0.20%포인트, 0.1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신용대출 상품인 ‘KB온국민신용대출’과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의 금리는 0.20%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대출금리를 인상한 상태다. 신한은행 역시 10월 4일부터 신규 구입자금 및 생활안정 자금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은 0.1%포인트, 변동금리(6개월) 상품은 0.2%포인트 금리를 인상한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45%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10월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고 전세대출 금리는 0.2%포인트 높였다.

농협은행은 9월 24일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포인트 축소했다.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셈이다. 아울러 비대면 주담대(변동) 대환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0.5%포인트, 신규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0.3%포인트 줄였다.

이 밖에 하나은행은 10월 1일부터 전세대출 상품의 감면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축소했다. 비대면 하나원큐 전세대출은 0.2%포인트,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전세대출 상품은 최대 0.50%포인트 감면금리를 축소 조정했다.

시장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은행권은 지난 7~8월부터 연이어 대출금리를 올렸다. 이후 최근 한 달 동안은 소강상태였다. 대신 은행들은 9월 내내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차단하는 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주택 매매 열기가 식지 않으며 월간 수조 원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지자 은행들이 다시 금리인상 카드를 꺼냈다.

5대 은행이 9월 1~26일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하루 평균 3412억원씩 늘었다. 8월(3596억원)과 비교해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편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하면서 이들의 실적도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그룹의 경우 올해 3분기만 4조7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시장 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계속 늘면서 은행권은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도 은행들이 계속 대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